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대선후보 양자토론 협상 과정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 토론 일정을 하루 앞두고도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한 채 설전만 벌이는 모양새다.
민주당 선대위 방송토론콘텐츠 단장 박주민 의원은 30일 낸 입장문에서 “윤석열 후보 측에서 억지를 부리고 있다”며 “이재명 후보는 윤 후보의 주장을 수용해 ‘주제 없이, 자료 없이 토론하자’고 결단했다. 윤 후보가 가장 강력하게 요구한 ‘주제 없는 자유토론’을 수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처음에 무자료 토론을 주장하다, 자유토론을 수용하니 자료 없이는 토론을 못하겠다며 책임을 민주당에 떠넘기고 있다”며 “윤 후보가 원하던 자유토론을 수용한 만큼, 이제는 윤 후보가 결정을 해야 한다. 윤 후보와 국민의힘의 입장 변화가 있다는 연락을 기다리고 있다”고 압박했다.
국민의힘 측은 “협상 중단의 책임은 이재명 후보 측에 있다”면서 “오늘 밤늦게라도 협상을 재개하자”고 최후통첩을 날렸다.
성일종 의원 등 국민의힘 협상단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저희 입장은 범죄 혐의와 관련된 자료 등은 지참을 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협상 데드라인을 이날 밤 12시로 정했다.
국민의힘 협상단은 “대장동 관련 질문을 했을 때 이재명 후보가 교묘한 말솜씨와 괴변으로 일관할 경우 자료나 증거 없이 반박할 수 있겠는가. 근거자료의 제시는 국민판단을 돕기 위해 필수사항”이라고 강조했다. 이 후보 쪽이 요구한 ‘무자료 토론’을 두고는 “국민 앞에서 거짓말이나 하고, 수다나 떨면서 사기쇼를 펼치자는 의도”라고 맹비난했다.
양측 협상팀은 31일 양자토론을 벌이기로 지난 28일 합의한 뒤 사흘째 실무협상을 벌였으나 계속해서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이들은 이날 오전과 오후에도 2차례 만나 토론 방식을 협의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토론에서 배제된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는 철야 농성에 돌입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안 후보는 농성 전 긴급 기자회견에서 “두 기득권 정당 후보들의 편법·부당한 양자 담합 토론을 규탄한다”며 “설 전에 양자 토론은 누가 봐도 4자 토론 ‘김 빼기’ 용”이라고 지적했다. 심 후보 역시 국회 의원회관 앞에서 철야 농성을 시작하며 “양당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담합하는 제2의 위성정당 사태”라고 꼬집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