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지주 이끌 수장이 10년 만에 바뀐다.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이 포스트 김정태 체제를 잇는 그룹 차기 회장으로 낙점됐다. 그는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과 더불어 고졸 성공 신화를 쓴 은행원이다. 업계에서는 함영주 부회장은 지주 회장 등극은 사실상 예견된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외환은행 통합 이후 초대 하나은행장을 맡으면서 2조원 순이익 달성한 성과를 냈다.
다만 향후 과제나 넘어야 할 산도 남아있다. 과거와 달리 리스크는 줄어들었으나 채용비리, DLF(파생결합펀드) 사태의 책임론이 남아있고, 비은행 부문의 포트폴리오 강화, 디지털 금융 전환 등 사업다각화도 고민해야 할 숙제다. 함영주 내정자가 구상할 하나금융의 10년 대계는 어떤 모습일까.
‘고졸신화’ 쓴 함영주 부회장, 지주 회장으로…예견된 결과
하나금융지주는 전날 8일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함영주 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을 하나금융그룹의 차기 회장 단독 후보로 추천했다고 밝혔다.
회추위는 은행장과 부회장직을 수행하면서 그룹의 성장을 이끌어 온 함영주 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이 최고 적임자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함영주 차기 회장의 이력을 살펴보면 말 그대로 ‘개천에서 난 용’으로 비유할 수 있다. 그는 상고(강경상고) 출신으로 학연·인맥이 두터운 금융권의 ‘유리천장’을 깨뜨렸다. 함 부행장은 1980년 서울은행에 입행한 후 대졸 사원을 능가하는 영업성과를 달성했다. 그는 지난 2013년 하나은행의 충청영업그룹 대표를 맡아 경영평가에서도 최고의 성과를 낸 바 있다.
함 차기 회장은 2015년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합병 이후 KEB하나은행 통합 초대 은행장으로도 활동했다. 특히 그가 은행장으로 재직했던 시기에 하나은행의 순이익은 큰 폭으로 늘어나면서 KB국민은행, 신한은행에 이은 3대 은행의 지위까지 올라갔다. 함 차기 회장이 하나은행 통합 은행장으로 재직했던 2015년부터 2019년 초까지 하나은행의 순이익은 6413억원에서 2조924억원으로 급증했다.
업계에서는 함 차기 회장의 이러한 이력으로 이미 그의 지주 회장 내정은 예견된 것이었다고 말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업계에서는 함 부회장의 차기 금융지주 회장 내정을 점치는 이들이 많았다”며 “김정태 전 회장과 관계가 변수였으나 (둘 사이가) 원만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나금융 회추위 관계자는 “함영주 회장 후보는 하나금융지주의 안정성과 수익성 부문 등에서 경영성과를 냈고 조직운영 면에서도 원만하고 탁월한 리더십을 보여줬다”며 “디지털 전환 등 급변하는 미래를 선도적으로 이끌어 나갈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넘어야 할 과제 산적…법률 리스크·포트폴리오 강화 숙제로
넘어야 할 과제도 남아있다. 우선 이달 16일 금융감독원의 DLF파생결합 제재와 관련한 중징계 취소 소송 선고를 앞두고 있다. 25일에는 채용 관련 1심 재판 선고가 있다.
리스크 부담은 상대적으로 줄어든 상태다. 함 차기 회장은 현재 채용비리와 관련 재판을 받고 있다. 다만 지난해 11월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의 항소심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함 차기 회장의 부담도 덜게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함영주 전 하나은행장이 채용비리와 관련해 직접적으로 채용 업무를 방해했다는 물증은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즉 은행 임직원의 가족과 지원이 채용 추천 리스트에 올라갔다고 해서 이것이 채용비리로 이어질 법적 근거가 아직 모호한 상황이다.
DLF건도 승소할 가능성이 크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도 얼마 전 DLF 관련 행정소송에서 승소한 상태다.
아울러 사업 확장을 위한 포트폴리오 강화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나금융지주는 은행을 중심으로 증권사, 카드, 캐피탈 자회사가 그룹 이익을 기여하고 있다. 반면 보험 자회사의 존재감은 미미하다는 평가다. 앞서 안선종 하나금융그룹 CSO는 “증권과 캐피탈은 경쟁력을 확보했으나 상대적으로 카드와 보험 계열사는 격차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하나금융지주는 지난해 하나손해보험(구 더케이손해보험) 인수했으나 아직 그룹 내 이익은 미미하다는 평가다. 하나손해보험은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42억1100만원의 순이익을 내는데 그쳤다. 하나생명보험도 그룹 내 주력 자회사와 달리 전년 대비 부진한 순이익을 기록했다. 하나생명보험의 지난해 3분기 순이익은 228억45만원으로 전년동기(256억5300만원) 대비 감소했다.
비은행 부문에서 이익을 견인하는 하나금융투자의 성장도 숙제거리다. 하나금융투자는 꾸준한 유상증자로 자기자본 5조원까지 확대했다. 다만 같은 은행지주 계열사인 KB증권, NH투자증권과 비교해 아직 실적 우위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하나금융투자의 누적 순이익은 4411억원으로 같은 분기 기준 KB증권(5511억원), NH투자증권(7425억원) 보다 적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