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공적 책임만 지는 곳 아니다 [기자수첩]

은행, 공적 책임만 지는 곳 아니다 [기자수첩]

기사승인 2022-02-11 06:05:01
3월 다가올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서 대출 규제 완화라는 카드를 내세우면서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 이는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부채 구조조정과 정면 배치되는 것이다.  

현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등 대선후보가 내세운 공약은 금융당국의 기조와 상반된 양적완화 정책에 방점이 찍혔다. 대표적으로 이재명 후보의 ▲청년기본대출 ▲극저 신용대출 사업 확대, 윤석열 후보의 ▲자영업자 대상 초저금리 특례보증 대출(50조원) 추가 지원 등이다. 

두 후보의 공약은 서로 다르지만 정부 개입 강화와 은행의 공적 역할 강화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분명 은행(금융지주)는 코로나 시대 이후 양적완화 정책으로 수혜를 입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은행(금융지주)에 공적 책임을 강요하는 것은 시장 매커니즘에 어울리지 않는다. 은행의 공공성이 필요하다는 주장에는 동의한다. 은행산업은 민간이기 이전에 거시경제의 중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다만 은행의 본질적인 역할은 말 그대로 차주(대출을 받는 채무자)의 신용도를 통해 자금을 지원해주는 것이다. 기부가 아닌 이상 자본주의 시장에서 공짜는 없다. 돈을 빌려서 투명한 방식으로 갚는 것이 자본주의가 돌아가는 매커니즘이다. 

만약 은행에 사회적 역할을 강조할수록 부작용은 커진다. 과거 일본의 경우 JAL(일본항공)이 파산으로 내몰리자 정부(국토교통성)는 채권단인 은행에게 채무를 전면 탕감하라고 지시했다. 결국 채권단은 금융채무 5200억엔(5조8500억원)을 탕감했고 3600억엔(4조원)의 대출해 운영자금을 지원했다. 수조원의 자금이 상환받지 못한 채 ‘휴지조각’이 된 것이다. 이는 은행에게 과도한 사회적 책임을 떠민 결과다. 한때 국내 정치권에서 거론된 이익공유제도 은행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한 사례 가운데 하나다. 

현재 금융시장 상황은 여러 불확실성이 잔존해 있다. 내부적으로는 가계부채가 급증하고 있고 외부적으로는 미국 연준발(發) 금리인상과 긴축이 예정돼 있다. 그동안 코로나 대응을 위해 시장에 풀었던 유동성을 줄인다는 것이다. 시장에 유동성이 줄면 그만큼 자본시장과 금융시장에 자금이 빠져나갈 수 밖에 없다. 이는 주가 하락과 더불어 자산시장(부동산시장과 금융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재 은행에게 요구되는 공적역할은 리스크 대응이다. 대출 규제 완화나 선심성 공약은 달콤하지만 향후 불안요소를 가중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은행(금융지주)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그동안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던 주주친화 정책을 내세운 것이다. 해외 IB(투자은행)에 비한다면 아직 아쉬운 것인 많지만 배당성향 강화와 자사주 매입을 추진하는 금융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제 은행도 자본시장에서 자금 조달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국내 4대 시중은행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만 해도 10조원이 넘는다. 이렇게 많은 현금을 쌓아놓기 보다는 자사주 매입 혹은 충당금을 확대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다.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은 단순히 자금을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주가 상승의 동력이 될 수 있고, 이는 금융시장에 선순환 역할을 할 수 있는 촉매 역할을 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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