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들이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올렸음에도 소비자 혜택을 줄이고 있다. 업계는 카드론 등 금융 서비스를 확장하고 리스·할부금융 사업을 통해 수익 창출을 모색할 계획이다.
12일 여신업계에 따르면 주요 5개 카드사(신한카드, 삼성카드, KB국민카드, 우리카드, 하나카드)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조962억원으로 집계돼 전년 대비 30.6% 증가했다.
최근 주요 금융지주들이 발표한 실적에 따르면 업계 1위인 신한카드의 당기순이익은 6750억원으로 전년(6065억원) 대비 23.4% 증가했다. 한 해 순이익이 20% 넘게 성장해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위축에도 전년 대비 6.7% 증가한 4조3754억원의 영업수익을 올렸다.
KB국민카드도 2020년보다 29% 증가한 418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삼성카드도 지난해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전년보다 38.2% 증가한 5511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이는 제일모직 지분 처분 등 일회성 요인으로 순이익 6560억원을 기록한 2014년이후 최대 규모다.
중소형 카드사인 하나카드와 우리카드 실적도 역대 최고다. 하나카드와 우리카드는 각각 전년 대비 62.2%, 67% 증가한 2505억원, 2010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순익이 올랐음에도 카드사들은 혜택을 줄이는 등 비상 경영에 나섰다. 올해 업황이 밝지 않다는 우려에서다. 지난해 12월 영세가맹점의 카드 수수료율을 매출액에 따라 0.1~0.3%p 인하하면서 수수료 감소분 4700억원이 카드사의 이익 감소로 이어질 전망이다.
신한카드는 혜택이 많아 혜자 카드로 불린 ‘더 모아’ 카드 등 신용카드 6종과 ‘빅플러스 애경’ 카드 등 체크카드 12종을 신규 발급 중단 리스트에 포함했다.
KB국민카드도 올해부터 ‘해피포인트 플래티넘 S카드` 등의 발급을 중단했다. NH농협카드는 `레이디 다솜카드` `NH올원카드` 등을 신규 발급하지 않기로 했다.
삼성카드는 신세계 제휴 알라딘 3% 청구할인 서비스를 오는 3월 말로 종료한다.
우리카드는 3월부터 코라아세븐에서 운영하는 현금자동입출금기(ATM) 등에서 현금 서비스 이용 때 기기 이용 수수료를 기존 800∼900원에서 1000원으로 올린다.
하나카드는 지난해 12월 SK엠앤서비스를 종료했고 올해 들어 SKT·KT 제휴 몰 제휴 계약도 끝냈다. LG전자 렌탈몰 제휴 계약도 지난달 27일 종료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신용판매 부문에서 지속해서 적자를 내고 있으므로 대출이나 마케팅 비용 감소로 이익을 보존할 수밖에 없다”면서 “카드론 수요 증가로 만회했던 것마저 가계 부채 관리 강화로 어렵게 되면서 혜택 등 마케팅 비용은 더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카드사들은 카드론 등 금융 서비스를 확장하고 리스·할부금융 사업에 눈을 돌리고 있다. 신한카드는 리스·할부금융 사업에서 눈에 띈 성장세를 보였다. 신용카드 부문 영업수익(2조8623억원)이 전년 대비 0.5%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리스 영업수익(3993억원)과 할부금융 영업수익(1587억원)은 각각 36.4%, 7.6% 증가했다.
KB국민카드의 리스·할부금융 사업 영업수익은 1642억원으로 전년 대비 40.5% 상승했다. 반면 카드 부문 영업수익은 5.2% 성장한 3조6997억원으로 집계됐다.
업계 관계자는 “마케팅 비용 절감 등으로 인한 실적 개선에는 한계가 있어 새로운 사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면서 “리스·할부금융 사업, 자동차 할부금융 등 사업을 확대하거나 디지털·데이터 사업 등 다른 사업과 연계될 수 있는 분야를 키워 새로운 수익원을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다.
손희정 기자 sonhj122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