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변보호 여성 또 숨졌다…전담인력 늘면 해결될까

신변보호 여성 또 숨졌다…전담인력 늘면 해결될까

기사승인 2022-02-15 14:59:40
그래픽=쿠키뉴스 DB.
신변보호 중 헤어진 연인에게 살해당한 여성이 또 한 명 늘었다. 경찰이 지난해 내놓은 재발 방지책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15일 경찰에 따르면 전날 오후 10시쯤 서울 구로구 한 술집에서 A(56)씨가 범죄피해자 안전조치(신변보호) 대상이던 40대 여성을 살해하고 도주했다. A씨는 이날 오전 10시쯤 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A씨는 전 연인인 B씨가 다른 남성 C씨와 함께 술을 마시고 있던 호프집에 들어와 두 사람을 여러 차례 찌르고 달아난 혐의를 받는다. 여성은 숨졌다. C씨는 의식이 있는 상태다. 피해자는 스마트워치를 차고 있었다. 경찰에 위급 상황을 알렸다. 경찰은 신고 3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지만 A씨가 이미 떠난 뒤였다.

신변보호 대상자가 목숨을 잃거나 다치는 사건이 최근 잇따랐다. 지난달 31일에는 대구에서 40대 여성이 과거 동거했던 60대 남성에게 수차례 흉기에 찔려 다쳤다. 지난해 12월에는 서울 송파구에서 신변보호 받던 여성의 가족이 목숨을 잃었다. 11월에는 김병찬(35)이 전 여자친구가 사는 서울 중구 오피스텔에 찾아가 잔인하게 살해했다. 전 여자친구는 신변보호 대상자로 스마트워치를 소지하고 있었다. 
신변보호를 받던 전 여자친구를 스토킹하다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병찬. 연합뉴스

경찰이 내놓은 재발 방지대책도 참변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경찰은 김병찬 사건 대응 미흡을 사과하고 지난해 12월 경찰 현장대응력 강화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대책에는 경찰이 피해자의 위험도를 매우높음·높음·보통으로 구분해 보호 조치를 시행하고 단계별로 △인공지능 CCTV 설치(거주지 주변 배회와 침입 시도 등을 감지해 경고) △스마트워치 지급 △맞춤형 순찰 등 조치 취하는 내용이 담겼다.

신변보호 조치 요청 건수는 빠르게 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집계된 신변보호 조치건수는 1만9206건이다. △2016년 4912건 △2017년 6889건 △2018년 9442건 △2019년 1만3686건 △2020년 1만4773건으로 나타났다. 전국 250여개 경찰서로 나누면 한 곳 당 80건 이상의 신변보호 사건을 맡고 있다는 뜻이다. 경찰은 인력 부족을 호소한다. 김창룡 경찰청장 역시 대응 미흡을 사과하면서도 “‘스토킹 처벌법’ 이후 관련 신고가 4배 넘게 폭증했다”면서 “치안 부담은 크게 늘었지만 인력과 조직은 그대로인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전문가는 인력 충원보다도 신변보호 제도를 보는 관점을 피해자 중심에서 가해자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영식 서원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현재는 피해자에게 스마트워치를 채우고, 피해자가 신고해야지만 경찰이 출동하는 구조다. 전적으로 피해자에게 책임을 지우고 있다”면서 “아주 구시대적인 관점”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위해를 가할 개연성이 있는 가해자는 정해져 있다. 미국이나 영국처럼 잠재적 가해자에게 스마트워치를 채우거나, 스마트폰 위치추적을 하는 식으로 바뀌어야 한다”면서 “자신이 감시당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가해자에게 심리적 압박이 된다. 사전적 예방조치 효과도 기존 방식보다 높다. 지금 같은 방식으로는 한도 끝도 없이 인력을 충원해도 2차 피해를 제대로 막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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