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락세로 돌아선 서울 집값이 강남을 중심으로 다시 오를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서울시 재건축 층수 규제 완화에 따른 기대감과 함께 대선 후보들의 재건축 활성화 공약이 연일 제시되면서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잠실주공5단지의 재건축정비계획 변경 및 경관심의안을 수정가결했다. 이번 정비계획안 통과로 잠실주공5단지는 현재 3930가구에서 6815가구 대규모 단지로 탈바꿈하게 된다. 층수로는 최고 50층까지 건립이 가능해진다.
그동안 서울시는 고(故) 박원순 전 시장 시절인 2013년 ‘서울시 스카이라인 관리 원칙’을 마련해 제3종 일반주거지역은 35층 이하로, 한강 수변 연접부는 15층 이하로 층고를 제한해 왔다. 35층 룰은 엄밀히 말하면 ‘층수’가 아닌 ‘높이’에 제한을 둔다. 초고층 건물이 일조권, 조망권 등을 독점하는 걸 막고 주변 자연경관과 조화를 이루게 하기 위해 만들어진 규제다.
하지만 지난해 4월 보궐선거를 통해 당선된 오세훈 시장은 한강 변 아파트 15층과 35층 규제를 폐지하는 방침을 밝혔다. 추진력을 얻은 서울시는 이번 잠실 재건축을 시작으로 이르면 4월 ‘2040 도시기본계획(서울플랜)’ 발표를 준비 중이다. 2040 서울플랜에서는 35층 높이 규제를 삭제하고 하위 지침이나 용도에 따라 층수에 차등을 둘 계획이다.
규제가 풀릴 경우 한강변 여의도·압구정·성수·합정·이촌 등 10곳이 규제 완화 대상이 된다. 이들 대부분이 높은 층고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된다. 재건축 사업에서 층수 제한 규제가 걸림돌이 됐던 대치동 은마, 압구정 현대, 잠실주공5단지에도 활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선 무분별한 층고 완화 시 이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재건축·재개발 지역을 중심으로 투기 수요를 부추겨 시장을 과열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더군다나 최근 하락세로 돌아선 집값을 다시 끌어올리는 불씨가 될 가능성도 크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최근 강남4구 가운데 송파구와 강동구가 각각 0.02% 내렸으며 강남구는 0.01% 하락했다. 서초구만 보합세를 보였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강남집값이 1년여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면서 “대선을 앞두고 각 후보들의 재개발‧재건축 규제완화 공약이 나오고 최근 서울시 층수 규제 해제 얘기가 들려오면서 집값이 강남을 중심으로 다시금 반등할 수도 있어 보인다”고 우려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재건축·재개발 안전진단 기준 완화 등을 주요 공약으로 세웠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준공 30년 이상 아파트에 대한 안전진단을 면제하겠다는 공약을 걸었다. 또한 분양가상한제 합리화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완화도 약속했다.
일부 단지에서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줄이기 위해 공사비를 늘릴 가능성도 점쳐진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는 준공 당시의 집값과 추진위원회 설립 당시 집값을 비교해 재건축에 따른 집값 상승 이익이 조합원 1인당 3000만원을 초과하면 최대 그 50%까지 부담금으로 내도록 한 제도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재건축업계에서 가장 큰 장벽은 사실상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다. 환수제가 적용된다면 조합원들의 추가 분담금이 늘어날 테고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정비조합들이 재건축을 진행할 여지가 높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이 과정에서 초과이익을 줄이려는 방편으로 재건축아파트의 공사비를 높여 고급화하는 조합도 늘어날 수 있다. 이런 아파트일수록 완공 후의 가격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