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사장이 구상한 강남 25평 5억원 아파트에 대해 실현 가능성과 실용성 측면에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 노른자위 땅에 중저가 아파트를 지을 경우 부지선정과 국민정서 등이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궁극적인 목적인 집값 안정화에 영향을 크게 못 미칠 수도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얼마든지 3억∼5억원에 아파트 분양이 가능하다”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사장은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SH가 과거 강동·송파·항동·세곡에 공급한 아파트 평균 건축비가 25평 기준 1억5000만원”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SH는 2014년 시행 분양한 강남구 세곡2지구 4개 단지의 분양원가를 공개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건설원가는 3.3㎡당 △1단지가 585만원 △3단지가 597만원 △4단지가 584만원 △6단지가 646만원 등이다. 네 단지의 건설원가 평균은 603만원이다.
건설원가에 조성원가를 더한 분양원가는 3.3㎡당 △1단지 1039만원 △3단지 1076만원 △4단지 1089만원 △6단지 1275만원으로 나타났다. 땅값이라 불리는 택지조성원가가 더해지자 가격이 크게 뛴 셈이다. 여기에 분양가격은 △1단지 1355만원 △3단지 1356만원 △4단지 1495만원 △6단지 1410만원이다. 이에 따른 분양수익율은 9.6~27.1%로 나타났다.
김 사장은 “25평짜리 아파트 건축하는 데 들어가는 돈이 (땅값을 제외하고) 1억5000만원인데, 너무 많은 이익이 남는다고 느끼지 않느냐”며 건물만 분양하고 매달 토지임대료를 받는 방식으로 강남권에는 5억원, 비강남권에는 3억원대 아파트를 공급하는 구상을 밝혔다.
현재 SH는 관련 법 개정 절차를 진행 중이다. 서울시는 국토교통부에 SH도 반값 아파트 사업(토지임대부 주택)을 할 수 있도록 주택법 개정을 건의한 상태다. 지금까지는 토지임대부 주택에 거주하던 사람이 이사를 가기 위해 집을 팔려면 한국주택도시공사(LH)에만 되팔 수 있었다. 이를 SH 등 지방공기업도 매입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
하지만 이같은 ‘반값 아파트’ 공급과 관련해선 부지선정과 국민정서 등이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언급된 대부분의 부지들은 SH 소유 부지가 아니고 서울시나 자치구와의 협의를 거쳐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서울의료원 부지의 경우 서울시는 800가구 공급계획을 세웠지만 반값 아파트로 공급할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검토 중’이다. 강남구도 여전히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본래 모순적”이라며 “집값이 말도 안되게 폭등했다고 하면서 정작 본인 집값이 떨어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라고 말했다.
반값 아파트 공급이 성공할 지라도 집값 안정에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저렴한 공사비로 저질의 아파트 공급 우려도 제기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원가공개는 분명 우리 사회를 더욱 투명하게 이끄는데 기여하겠지만 이것으로 민간아파트의 분양가까지 더 끌어내려서 집값을 안정시킬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SH의 분양원가는 공공아파트에 적용된 것”이라며 “때문에 하나의 준거기준으로 활용 될 수는 있지만 이것을 민간아파트의 전체 분양원가와 직접 비교해서 민간아파트가 비싸다, 싸다, 폭리다 까지 논하기는 충분치 않다”고 말했다. 이어 “예컨대 민간아파트가 고급단지를 지향하면서 실내수영장 등을 넣었다면 이는 모두 분양원가와 입주 이후의 관리비에 크게 영향을 끼치는 요인이 된다”고 덧붙였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