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서의 두 번의 붕괴사고 이후 주택사업 시장에서 퇴출 위기에 몰렸던 HDC현대산업개발이 최근 두 차례 연속 재건축 수주권을 따내면서 공격적인 사업 행보를 이어나가고 있다. 현산은 최근 최고안전책임자를 신규 선임하는 등 안전관리에도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서울 노원구 월계동신 재건축조합이 이날 개최한 시공사 선정 총회에 전체 조합원 887명 중 800명이 참석한 가운데 HDC현대산업개발은 739명(92.4%)의 표를 얻어 경쟁사인 코오롱글로벌을 제치고 시공사로 선정됐다.
월계동신 재건축 사업은 지상 12층, 7개 동, 864가구를 지하 4층∼지상 25층, 14개 동, 1천70가구 규모로 재건축하는 것으로 공사비는 2826억원 규모다. 앞서 지난해 열린 1차 입찰에 HDC현산이 단독으로 참여해 유찰됐다. 하지만 2차 입찰에 코오롱글로벌이 참여하며 2파전 구도가 형성됐다.
이로써 HDC현대산업개발은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외벽 붕괴사고 이후 이달에만 두 차례 연속 재건축 수주전에서 사업을 따낸 셈이 됐다. 앞서 HDC현산은 지난달 5일 관양 현대아파트 재건축(경기도 안양시 평촌동) 수주에서 시공사로 선정된 바 있다. HDC현산은 대부분의 매출을 주택 및 일반건축 사업에서 올리고 있다. 현산은 사업 비중 중 주택 및 건축 사업이 70% 이상을 차지한다. 2020년 주택사업 매출비중은 85.2%였고, 지난해 3분기 기준 86.4%다.
현산은 주택사업에서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현산은 두 사업지에서 모두 안전 시공에 대한 우려를 없애기 위해 구조적 안전결함에 대한 보증 기간을 30년간 보장하겠다고 했다. 재해나 관련 민원 발생시 회사가 100% 책임을 부담하겠다는 내용도 제안했다.
인사 쇄신도 있었다. 광주 화정동 아이파크 붕괴사고 이후 신설한 비상안전위원회 활동의 연장선상이다. HDC현산은 각자 대표이사 겸 최고안전책임자(CSO)로 정익희 부사장을 신규 선임했다. 정 CSO는 각자대표로서 독자적으로 조직을 분리·운영한다. 안전·환경·보건 및 품질 시스템과 현장의 시공관리 혁신방안이 실행될 수 있도록 안전혁신경영을 총괄한다. 내·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시공혁신단(가칭)’을 운영하는 등 품질·환경 분야의 컨트롤 타워로서 30년 구조 안전보증의 실질적 역할을 도맡는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외부 출신의 현장 전문가인 정익희 CSO가 향후 투명하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자사 현장의 안전과 품질관리를 업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익희 CSO는 “위기 상황에서 HDC현대산업개발이 분골쇄신의 각오로 기본부터 다시 돌아보며 고객 중심의 안전과 품질이 최우선의 기업가치가 되도록 힘을 다하겠다”라며 “건설업계 최고의 안전보건 및 품질관리 혁신을 이루겠다”라고 밝혔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주택사업이 주요 수익원이던 HDC현대산업개발 입장에서는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수주사업을 이어나갔어야 했을 것”이라며 “당초 사고 여파가 꽤나 갈 줄 알았지만 재건축 수주전에서 조합원들에게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며 사업 행보를 이어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광주 화정동에서는 HDC현산이 시공 중이던 화정아이파크 주상복합아파트 201동(지하 4층~지상 39층)이 무너지는 붕괴 사고가 발생했다. 또 지난해 6월에도 광주에서 안전사고를 냈다. 동구 학동4구역 재개발구역에서 철거 중이던 5층 건물이 도로 쪽으로 무너지면서 9명이 숨지고 8명이 큰 부상을 입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