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 교사, 집에서 수업…“이대로 못 버틴다”

확진 교사, 집에서 수업…“이대로 못 버틴다”

기사승인 2022-03-04 15:08:30
전국 유치원·초·중·고등학교가 개학한 지난 2일 오전 서울 노원구 태랑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교실에서 수업을 듣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확진자 급증이 새 학기를 맞은 학교 운영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4일 0시 기준 확진자 수는 26만6853명에 이른다.

교육계에 따르면 전국 유·초중고등학교 상당수가 당분간 모든 학년 전면등교 방식을 채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관내 600여 초등학교 중 약 70%가 개학 첫 2주간 전 학년 매일 등교를 택했다.

개학 첫날인 지난 2일 코로나19로 등교하지 못한 전국 학생은 15만8000명으로 집계됐다. 건강상태 자가진단 앱으로 집계한 수치다. 다만 자가진단 앱을 사용하지 않은 학생도 95만6915명(16.3%)에 달해 실제 등교하지 못한 학생은 이보다도 더 많을 가능성이 높다.

교사 확진 사례도 늘고 있다. 이날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0시 기준 교직원 확진자는 총 423명이 발생했다. 누적 6464명으로 증가했다. 전날 접수된 서울 교직원 확진자는 550명이었다. 이는 일주일 전 203명에 비해 2.7배 급증한 수치다.

교사뿐 아니라 급식, 돌봄 종사자, 학교 지킴이 등 학교 종사자 감염도 잇따른다. 시도교육청 홈페이지 구인란에는 지난 2일 개학 이후 이날 오전까지 대체 인력을 구하는 글 수백건이 올라왔다. 서울시교육청 구인란에는 계약제교원과 사립정규교원을 찾는 글이 이날 오전까지 450여건에 달한다. 

학교에서는 당장 대체인력을 구하기 어려워 난감한 상황이다. 특히 원격수업은 줌, 구글 클래스 등 학교별로 사용하는 프로그램이 모두 다른 특성 탓에 대면수업 강사보다도 대체인력을 구하기 어렵다는 고충이 있다. 확진 교사가 대체인력을 구하지 못해 집에서 원격으로 업무와 수업을 수행하는 경우도 있다. 

한 중학교 교사는 “같은 학교에서 확진 등으로 등교중지 된 교사 중 6명이 원격수업을 진행 중”이라며 “격리기간 7일 동안 보강을 해줄 인력이 없다. 원격수업 진행 중인 기간에 걸려서 차라리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 전했다.
전국 유치원·초·중·고등학교가 개학한 지난 2일 오전 서울 노원구 태랑초등학교에 학생이 등교하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일선 교사들은 자가진단앱 서비스 장애로 민원 업무가 증가한 데다 자가진단키트 구성물 비닐포장 소분 등 방역 업무까지 챙겨야 해 업무 과중을 토로한다.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교사 A씨는 “개학으로 이미 충분히 다른 업무로 바쁜데 자가진단키트 30개를 일일이 손으로 소분하느라고 교사들이 야근을 하고 있다”면서 “언제까지 이렇게 해야하는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또다른 교사 B씨는 “같은 학교 교사들이 잇따라 확진 판정을 받아서 혼자 3개 학급을 맡아 챙겨야 했다”고 토로했다.

교육부는 대책 마련에 나섰다. 기간제교사 연령 제한을 해제, 62세 이상도 채용 가능하도록 했다. 아울러 이달 중 과밀학교와 과밀학급에 기간제 교사 8900명을 채용해 배치하고 퇴직 교원이나 임용 대기자 등 교사 대체 인력 풀을 전국 7만 5000명 규모로 마련할 계획이다. 

그럼에도 교원단체들은 학교별 등교 자율 결정, 역학조사와 밀집 접촉자 관리 등 학교의 감염병 관리 책임을 확대한 방역 지침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이날 전교조는 논평을 내고 “교육부가 비상시 교사 대체 인력 운영을 위해 인력 풀을 정비하고 단기 대체강사 인력 풀을 확대한다고 밝혔지만 코로나19 확진 교사는 원격 수업 중”이라며 “2주로 예정된 새 학기 적응주간의 절반이 지났고, 예상대로 혼란이 이어졌다”고 꼬집었다.

이어 “오미크론 대유행 상황에서도 등교수업을 강행하려고 했다면 그에 맞는 지원방안이 마련됐어야 한다”며 “교육부는 말로만 지원할 뿐 학교로 더 큰 방역 부담을 지우고 있고, 이대로는 (학교가) 오래 버틸 수 없다. 교육부는 학교 방역지침을 대폭 수정하라”고 촉구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는 전날 입장문을 내 “교사가 확진돼도 강사 등 수업 대체인력을 구하기란 꿈도 못 꿀 형편이어서 동료교사들이 보결 부담을 고스란히 안아야 하는 게 현실”이라며 “게다가 교사들은 방역, 돌봄, 급식, 행정 인력이 확진될 경우, 그 업무까지 더해지고, 대체인력 채용 부담까지 또 감당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교총은 “‘각자도생’ 개학으로는 결코 학생 안전과 내실 있는 교육을 담보할 수 없다”며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중심이 돼 방역과 대체인력 지원을 책임지고, 학사운영에 대해서도 분명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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