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공기업 최초로 자산 공개 행보를 보이고 있다. SH가 지은 아파트의 분양원가와 수익을 공개한데 이어 건물·토지 등 보유자산 내역도 속속 공개하고 있다. SH의 이같은 공개 전략이 향후 ‘반값 아파트’ 공급과 함께 서울 집값 안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공기업 최초, 보유자산·분양원가 공개
SH는 최근 장기전세 사업 보유자산 내역을 공개했다. 장기전세주택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2007년 ‘시프트’라는 이름으로 도입한 공공주택이다. 당시 주택가격 안정을 위해 중산층 실수요자들이 집을 사지 않고 주변 시세의 50~80% 보증금으로 최장 20년까지 전세로 거주하도록 했던 정책이다. 지난 15년간 약 3만3000가구 장기전세주택을 공급했다. 이중 SH 소유 재산세 부과 대상인 2만8282가구 자산을 공개한 것이다.
장기전세주택의 시세는 지난해 9월1일 기준 총 32조1067억원으로 집계됐다. 가구당 평균 11억3523만원인 셈이다. 취득가액은 총 7조4390억원(토지 3조3234억원, 건물 4조1156억원)이다. 가구당 평균 취득가액은 2억6000만원이었다. 취득 당시보다 평균 4.3배가량 가격이 뛴 것이다.
장부가액을 보면 토지는 약 3조3141억원, 건물은 2조9153억원으로 총 6조2293억원이었다. 가구당 평균 2억2000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시세의 5분의1에 불과한 금액이다. 공시가격은 토지와 건물을 합해 약 16조5041억원으로, 가구당 평균 5억8000만원이다. 시세의 절반 수준인 셈이다.
앞서 공사는 공사가 지은 아파트 분양원가도 공개했었다. 현재까지 공개된 단지는 △고덕강일4단지 △오금1·2단지 및 항동2·3단지 △세곡2지구(1·3·4·6단지) 등 총 3개 단지다.
각 지구별 분양원가와 수익을 살펴보면 고덕강일의 경우 3.3㎡ 당 분양원가를 계산하면 약 1585만이 나온다. 해당 단지의 분양가는 3.3㎡ 당 평균 1870만원 선이었다. 공사가 고덕강일4단지 공급을 통해 얻은 수익률은 36% 수준으로 나타났다.
오금1·2단지 3.3㎡당 분양원가로 따지면 1076만~1074만원 선이다. 평당 분양가격은 1604만원~1680만원에 형성됐다. 분양 수익률은 32.9~36.1%에 달한다. 항동 2·3단지 3.3㎡당 분양원가는 각각 1045만원, 975만원이다. 분양가는 1250만원으로, 분양수익률은 항동 2단지가 16.5%, 3단지가 23.0%였다.
세곡2자구(1·3·4·6단지)의 경우 평당 분양원가가 1000만~1200만원이었다. 분양수익률을 보면 세곡4단지의 분양수익률은 27.1%, 세곡 1단지는 23.3%, 세곡3단지는 20.7%였다. 세곡 6단지(수익률 9.6%)를 제외한 모든 아파트 단지 수익률이 20%가 넘었다.
반값아파트 공급 기반 마련
SH는 이번 장기전세주택을 시작으로 보유 자산에 대한 공개를 계속할 방침이다. 자산 공개는 김헌동 SH 사장이 취임 후 약속했던 ‘서울시 5대 혁신 방안’과 ‘열린 경영·투명 경영’ 실천 방안 중 하나다. 재산세 부과 대상인 주택 및 건물 약 13만건과 토지 약 1만건 내역을 공개할 예정이다. 매년 12월 공시가격을 반영한 자산가액 변동분도 공개할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SH가 이같은 정보를 공개하는 이유로 ‘반값 아파트’를 꼽는다. 그동안 SH는 공기업인 만큼 부채율이 높다는 비판을 꾸준히 받았다. 특히 김헌동 SH 사장이 반값 아파트라고 불리는 토지 임대부 주택을 추진하면서 SH의 재무 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토지임대부 주택사업은 건물만 분양하고 토지에 대해 월 임대료를 받는 사업을 말한다.
SH는 보유 자산의 공시가격과 시세를 공개해 부실 논란을 차단하고 나아가 토지 임대부 아파트를 공급하면 SH의 자산이 오히려 늘 수 있다는 논리를 제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공기업의 원가공개는 사회를 더욱 투명하게 이끄는데 기여할 것”이라면서도 “이것으로 민간아파트의 분양가까지 더 끌어내려서 집값을 안정시킬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만 공기업이 공급하는 임대주택에 한해서는 저렴한 가격의 공급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리고, 나아가 이는 향후 반값아파트 실행에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시장 안정과 함께 젊은층의 내 집 마련을 위해선 긍정적이지만 서울 내 공급 부지가 마땅치 않다는 지적이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반값아파트의 핵심은 가격보다 위치”라면서 “부지 확보부터 시작해서 지역 주민과의 갈등 해결 등 해결해나가야할 문제가 많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