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사태로 항공업계가 위기에 처했다. 러시아로 갈 수 있는 하늘길과 바닷길이 막힌 데다 유가는 천정부지로 치솟아 물류비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1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최근 러시아 모스크바로 가는 여객 및 화물편 운항을 중단했다. 모스크바 도모데도보 국제공항(DME)에서 급유가 불가능해져서다. 현지 급유업체들은 러시아 제재로 항공유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대한항공은 주 1회 운항하던 인천~모스크바 여객기 노선을 10~18일 결항한다. 모스크바를 경유해 독일 프랑크푸르트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스웨덴 스톡홀름으로 가던 2개의 화물노선은 모스크바를 경유하지 않고 바로 간다. 아시아나항공은 오는 20일까지 주 7회 운항하던 인천~모스크바~유럽 노선의 화물기를 모스크바 경유 없이 운항하기로 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유가 고공비행으로 수출기업이 감당할 물류비 부담은 한층 커졌다. 4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지난 8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배럴당 123.7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부터 유가가 오르면서 항공업계에서 부과하는 유류할증료도 높아졌다.
통상적으로 유류비는 항공사 운영비의 20~30%를 차지한다. 대한항공의 경우 지난해 4분기(10~12월) 연료비로만 1조8000억원을 썼다. 같은 기간 영업비용의 28% 수준이다. 이 기간에 대한항공의 급유단가가 87% 급등했다. 만약 전시에 영공 통과가 어려울 경우 국내 항공사들은 유럽행 항로가 막혀 연료비 소모도 늘어날 수 있다.
또한 미국 금리인상 가속화로 인한 환율 상승도 실적 악화의 원인으로 꼽힌다. 국내 항공사는 해외 장기 리스 방식으로 항공기를 들여오기 때문에 환율이 상승하면 그만큼 빚이 늘어나게 된다. 대한항공은 환율 10원 변동시 약 810억원의 외화평가손익이 발생하며, 평균 금리 1% 변동시 910억원의 이자비용 증감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고유가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관측되면서 항공업계의 수익성 악화는 올해 말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유류비가 수익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국제유가가 상승하면 실적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면서 "당분가 유가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수익성 악화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성은 기자 seba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