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4일 만의 만남, 이날 방탄소년단은 불타올랐다 [쿡리뷰]

864일 만의 만남, 이날 방탄소년단은 불타올랐다 [쿡리뷰]

기사승인 2022-03-10 22:00:21
10일 서울 종합운동장 주경기장 무대에 오른 그룹 방탄소년단. 빅히트뮤직

864일 만에 제 자리로 돌아온 이들의 가슴은 얼마나 세차게 두근댈까. 10일 오후 서울 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1만5000여 관객을 눈앞에 둔 그룹 방탄소년단은 말 대신 온 몸으로 감격을 토해냈다. 이날 오후 7시 ‘BTS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 – 서울’(BTS PERMISSION TO DANCE – Seoul) 공연을 연 이들은 “단 하나의 후회도 남지 않도록 모든 것을 쏟아 붓겠다”(제이홉)는 약속을 땀과 노력으로 지켰다.

첫 곡 ‘온’(On)부터가 그랬다. 50여 명의 댄서들을 뒤로 하고 무대 맨 앞에 선 방탄소년단은 몸이 부수어지도록 춤을 추고 객석이 뚫어지도록 눈빛을 이글댔다. 고통마저 피와 살이 될 거라던 ‘온’의 노랫말은 “싹 다 불태워라”(‘불타오르네’)는 열정으로, “거부는 거부해. 난 원래 너무해”(‘쩔어’)라는 자신감으로 이어져 관객들을 흥분시켰다. 격렬한 춤과 높은 음역대의 노래를 동시에 소화하느라 숨을 가쁘게 고르고 “아이고” 앓는 소리를 하면서도, 무대 위 일곱 청년은 느슨해질 줄을 몰랐다.

방탄소년단. 빅히트뮤직

댄서 수십 명과 멤버들이 한 마리 흑조가 돼 펼쳐 보인 ‘블랙스완’(Black Swan) 무대의 장엄함도, 드넓은 주경기장을 디스코장으로 바꾼 ‘다이너마이트’(Dynamite)의 흥겨움도 온라인 공연보다 훨씬 생생하게 와 닿았다. ‘버터’(Butter) ‘퍼미션 투 댄스’ 등 세계적인 히트곡과 ‘병’ ‘잠시’처럼 비교적 덜 알려진 수록곡을 두루 아우른 셋리스트는 방탄소년단과 공연 제작진이 고심해 선곡한 결과다. 앞선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 온라인 공연과 미국 로스앤젤레스 공연에서는 부르지 않았던 ‘아웃트로: 윙스’(Outro: Wings)와 ‘홈’(Home)도 이날 공연에선 들을 수 있었다.

함성과 ‘떼창’이 금지된 공연장에선 부채(클래퍼)를 이용한 응원 소리가 질서정연하게 울려 퍼졌다. “짜작, 짜작, 짝, 짝, 짝!” 한 치 오차도 없이 같은 소리를 내며 맞부딪치는 부챗살 사이로 한껏 치솟은 기대와 설렘이 비집고 나오는 듯 했다. 앞선 온라인 공연에서 다리를 다쳐 춤을 추지 못했던 뷔가 “강철 다리로 돌아왔다”고 너스레를 떨 땐 반가움의 “짝짝짝”, 제이홉이 “화면으로만 보던 무대를 실제로 보니 어떤지 궁금하다”고 물을 땐 환호성을 대신해 “짝짝짝” 소리가 나왔다. 멤버들은 이런 팬들을 향해 “눈만 봐도 여러분 마음이 전해진다”(진), “평생 기억에 남을 것 같다”(슈가)고 말했다. RM은 숫제 이 공연을 새 역사로 기록했다. “우리가 언제 이렇게 박수 속에서 공연을 해보겠습니까. 역사에 남을 공연입니다.”

방탄소년단. 빅히트뮤직

한때 4만5000여 관객이 들어찼던 주경기장은 좌석 간 띄어앉기 등으로 곳곳에 구멍이 났다. 하지만 멤버들은 “여러분의 존재만으로도 많은 것들이 달라진 기분”이라고 했다. 앞서 문화체육관광부는 이 공연에 회당 1만5000명이 입장할 수 있게 승인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발생 이후 한국에서 열린 대중음악 공연 중 최대 규모다. 문체부는 방역 관리 인원을 입장객 5%(회당 750명) 수준으로 마련하도록 했다. 방탄소년단은 12~13일 같은 장소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다음 달에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네 차례 공연을 개최하고, MGM 그랜드 가든 아레나에서 열리는 제64회 그래미 어워즈에 참석한다. 

9년 간 쌓은 유대란 이런 걸까. 방탄소년단은 눈물 대신 웃음과 익살로 팬들과 작별했다. 어떤 말로 공연을 맺어야 할지 2주 동안 잠도 설쳐가며 고민했다는 정국은 “그냥 즉흥적으로 말하기로 했다. 여러분이 보고 싶었고, 그래서 지금 행복하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이런 행복한 날들을 많이 만들어 가면 좋겠다”면서 “이제 시작”이라고도 했다. 지민은 “아미가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 같다”고, “팬들이 있는 공연장에 오니 고향 집에 온 것 같다”고 말했다. RM은 “공연장으로 한달음에 달려와 주신 아미, 우리를 기다려준 모든 아미에게 감사하다”며 “봄은 온다”고 희망을 외쳤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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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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