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광주에서 발생한 HDC현대산업개발 화정아이파크의 외벽 붕괴사고는 명백한 인재였다. 사고원인이 시공 방법과 지지방식 무단변경에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국토교통부 ‘현대산업개발 아파트 신축공사 붕괴사고 사고조사위원회’는 14일 광주 화정아이파크 신축공사 현장 붕괴사고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사조위는 건축구조와 건축시공, 법률 등 분야별 전문가 12명으로 구성됐다.
사조위에 따르면 39층 바닥 시공 방법과 지지방식이 당초 설계와 다르게 임의로 변경된 것으로 드러났다.
바닥 시공 방법이 일반슬래브에서 데크 슬래브로 바뀌었다. 또한 콘크리트를 타설하면서 PIT층(배관 등을 설치하는 별도 층)에 동바리(가설지지대)를 설치하지 않고 대신 콘크리트 가벽을 설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PIT층 바닥에 작용한 하중이 설계상에서 예상한 0.84kN/㎡보다 2.26배 높은 24.49kN/㎡으로 늘어났고, 하중도 중앙부로 집중되면서 붕괴를 초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사고로 현장에서 작업 중이던 근로자 6명이 사망하고, 1명이 부상을 당했다.
지지대의 철거도 사고 원인이었다. 36~39층 3개 층에 있어야 하는 동바리(지지대)가 조기에 철거돼 건물의 연속 붕괴를 유발한 것으로 조사됐다. 건축공사 표준시방서에 따르면 시공 중인 고층 건물의 경우 최소한 아래 3개 층에 동바리를 설치해 위에서 내려오는 하중을 받아줘야 하는데 사고 당시 현장에서 동바리는 철거되고 없었다. 동바리 조기 철거에 대한 정확한 원인은 경찰에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콘크리트 강도도 약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조위는 붕괴 건축물에서 채취한 콘크리트 시험체의 강도를 시험한 결과 총 17개 층 가운데 15개 층의 콘크리트 강도가 허용 범위인 기준 강도의 85%에 미달해 불합격 수준으로 평가됐다고 밝혔다.
특히 37층 슬라브와 38층 벽 등은 기준 강도(24㎫)의 허용범위인 85%(20.4㎫)에 절반에도 못 미치는 9.9㎫, 9.8㎫로 각각 조사됐다. 콘크리트 강도가 부족하면 철근과 잘 붙지 않아 안전성 저하로 이어진다.
시공사와 감리의 공사관리도 부실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현대산업개발은 아파트 구조설계를 변경하면서 건축구조기술사에게 검토 협조를 누락했으며 감리단은 거푸집 설치 및 철근 배근, 콘크리트 타설 등 세부 공정을 제대로 검측하지 않았다.
특히 36~39층에서 동바리가 제거된 상황을 검측하지 못하고 후속 공정을 승인한 것은 이번 사고가 대형 사고로 이어지게 만든 원인으로 꼽혔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