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 때문에 옮긴다면서 국민청원과 여가부는 왜 폐지하나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최근 새로운 대통령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용산 국방부 청사로 옮기는 안을 확정했다. 윤 당선인은 “제왕적 권력의 상징인 청와대를 국민들께 돌려드리겠다”며 “용산 국방부와 합참 구역은 국가 안보 지휘 시설 등이 구비되어 있어 청와대를 시민들께 완벽하게 돌려드릴 수 있고 경호 조치에 수반되는 시민들의 불편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대통령 집무실을 국방부 청사에 만들고, 주변의 용산 미군기지 부지를 신속히 공원화한 뒤 이를 집무실 일대와 연결하겠다는 구상이다. 대통령 관저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외교장관 공관 등이 유력하다.
발표와 함께 논란은 거세졌다. 용산 국방부 청사로의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막아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게시된 지 사흘 만에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았다. 청원인은 지난 “윤 당선인이 자기만족을 위해서 본인 집무실을 만들겠다고, 국방부의 전문 시설과 시스템을 강압적으로 옮기게 만드는 것은 대한민국 국가 안보에 위해가 된다”고 주장했다.
또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토마토가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9~20일 전국 만18세 이상 성인 1018명에게 집무실 이전에 대해 물은 결과 찬성 33.1%, 반대 58.1%로 반대가 압도적이었다. 18~29세와 30대에서는 각각 54.1%, 57.1%가 반대하며 과반이 집무실 이전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집무실 이전에 찬성하는 20대와 30대는 각각 31.1%, 31.9%였다.
용산구에 거주 중인 청년들의 의견은 둘로 나뉘었다. 젊은 주택 소유주의 경우 개발 기대감과 동시에 개발 제한에 대해 두려워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서울에서 매매된 4만3444가구의 비(非)아파트 중 2030세대가 매수한 거래는 총 1만678건에 달했다. 2030세대 빌라 매수는 마포구(35.4%)에 이어 용산(34.2%)에서 많이 이뤄졌다. 이들 지역 모두 도심 업무지구가 가깝고 도시정비사업, 그리고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등 개발 호재가 있는 지역들이다.
실제 용산 국방부 청사 남측 삼각지·남영동·후암동·한강로 일대에는 낡은 빌라와 주택, 상가가 밀집해 있다. 땅값은 이미 3.3㎡당 1억원을 넘었지만 동네 자체는 아직도 낙후돼 있다. 용산역 인근 철도정비창 일대로 국제 업무지구 개발 사업이 무산된 이후 계속 비어있는 상태다. 또한 국방부 청사와 가까운 삼각지역 인근 정비 사업지에는 한강로1가 특별계획구역과 삼각맨션 특별계획구역 등 노후 주거지 중심으로 정비사업이 예정돼 있다.
지난해 용산에 노후아파트를 매입했다는 한 신혼부부는 “대통령이 오게 되면 재개발이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어서 기대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층수 제한 등이 걸릴 수도 있어 자산 확보 차원에서는 큰 효과가 없을 거라는 말도 있다”고 말했다.
세입자의 경우 개발에 반대 입장을 보였다. 근처 역세권 청년주택에 거주 중인 대학생 A씨(23)는 “왜 굳이 이전하려 하는지 모르겠다. 국민과 소통이 목적이라던데 여성가족부와 국민청원은 폐지하려한다. 소통이 목적이라면서 불통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직장인 B씨(31)는 “하루아침에 이전을 추진할 게 아니라, 청와대로 들어간 뒤 업무를 보면서 그 안에서 준비해도 전혀 늦지 않을 것 같다”고 주장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