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이 가상화폐에 눈독 들이는 이유는

증권사들이 가상화폐에 눈독 들이는 이유는

기사승인 2022-04-01 06:00:11
가상화폐 그래픽 = 이희정 디자이너
증권사들이 새로운 수익원으로 가상자산(화폐) 산업에 뛰어들고 있다. 당분간 금리 인상과 유동성 축소 등으로 증시 불안정이 지속되면서 증권사의 영업환경이 좋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SK증권은 가상화폐 거래소와 디지털 자산 수탁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지난해 코인거래소 지닥을 운영하는 피어테크와 디지털 자산 수탁 서비스 협약을 맺었다. 올해 초에는 부동산 기업 펀블과 블록체인 기반 부동산 디지털 유동화 시스템을 구축했다. 

SK증권은 이달 초 블록체인혁신금융팀을 신설해 블록체인과 가상자산 관련 리포트를 발간하고 있다. SK증권 관계자는 “가상자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시점에서 관련된 리서치가 부족한 상황이다”라면서 “시장 상황 점검, 해외 트렌드 파악 등 투자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자료를 꾸준히 발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삼성증권은 블록체인 기반 STO(증권형 토큰) 사업 진출 방안에 대한 스터디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말 증권형 토큰 거래 플랫폼 개발과 운영, 블록체인 스마트 컨트랙트 개발업무 등 담당자 채용을 진행했다. 또한 글로벌 컨설팅 기업에서 증권형 토큰 관련 컨설팅을 받기도 하는 등 가상자산에 대한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증권형 토큰은 부동산, 미술품 등 실물자산을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토큰화 한 것이다. 소유자는 지분, 이자, 배당금 등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어 주식과 유사하다.

한화투자증권은 지난해 블록체인 업체인 두나무 지분 6.14%를 인수했다. 두나무는 국내 1위 가상자산거래소인 업비트의 운영사다.

KB증권과 NH투자증권, 하나금융투자 등은 가상자산 관련 리서치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KB증권은 최근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가상자산과 NFT(대체불가능한토큰), 블록체인 기반 가상자산 생태계 등에 대한 분석 보고서를 정기 발간한다.

신한금융투자는 디지털 자산 전담 애널리스트를 영입해 디지털 자산 투자 콘텐츠를 정기적으로 제공한다. 크립토커런시, NFT를 비롯한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자산 전략을 유튜브 콘텐츠로 제작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증권사들의 수익모델은 정체돼 있다. 가상자산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고 정부 또한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어 관심은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시장에서의 선점효과와 투자자 확보를 위해 경쟁 구도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이 발표한 ‘2021년도 하반기 가상자산사업자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가상자산 시장 시가총액은 작년 말 기준 55조2000억원이다.

지난해 국내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 1위인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의 매출은 3조7055억원을 기록했다. 2위 거래소인 빗썸을 운영하는 빗썸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1조100억원이다.

80%를 웃도는 영업이익률을 토대로 한 코인거래소의 이익 규모는 대형 증권사를 넘어섰다. 지난해 미래에셋증권(1조5000억원), 한국투자증권(1조3000억원), 삼성증권(1조2800억원), NH투자증권(1조200억원) 등 4개 증권사가 영업이익 1조 클럽에 들어갔지만, 두나무의 영업이익만 3조원이다. 두나무의 당기순익은 2조원이 넘고, 빗썸 순익을 합치면 3조원에 넘어선다.

증권과 유사한 방식의 사업모델인 것도 증권사들이 사업진출을 꾀하는 이유다. 현재 증권사들이 운영하는 실물자산 기반 서비스에 가상화폐 등 디지털 기반 시스템을 추가로 장착하면 되기 때문이다. 더불어 윤석열 당선인의 가상화폐 공약도 진출 기회로 적용될 것이라는 판단도 있다.

증권사들은 특히 국내 가상화폐발행(ICO) 허용과 증권형 토큰에 주목하고 있다. ICO는 주식시장의 기업공개(IPO)와 비슷한 구조로 가상화폐를 거래소에 상장하는 것을 말한다. 가상화폐발행이 허용되면 삼성코인, LG코인 등 일반 기업에서도 가상화폐를 발행할 수 있다.

금융위원회가 자본시장법을 적용해 증권형 토큰을 기업공개(IPO)와 동일시할 경우 업비트, 빗썸 등 기존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증권형 토큰을 중개할 수 없다. 이들 거래소는 특정금융정보법상 가상자산사업자로 신고했지만, 투자중개업 인가를 받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손희정 기자 sonhj122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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