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이 지난해 이자이익이 크게 늘어나면서 사상 최고실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취약차주로 불리는 개인사업자대출도 함께 급증하면서 잠재적인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저축은행들의 당기순이익은 1조9654억원이다. 지난해 1조3997억원보다 40% 증가했다. 업계 1위인 SBI저축은행의 지난해 순이익은 3495억원으로 대구은행(3300억원), 경남은행(2306억원), 광주은행(1941억원) 등 지방은행을 앞섰다.
5대 저축은행 모두 두 자릿수 이상의 이익 증가율을 보였다. 페퍼저축은행의 순이익은 2020년 348억원에서 지난해 817억원으로 두 배 넘게 늘었다. 같은 기간 한국투자저축은행은 604억원에서 896억원으로 증가했다. SBI저축은행은 2583억원에서 3495억원으로 늘어났다. OK저축은행은 1851억원에서 2431억원, 웰컴저축은행 956억원에서 1121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17~48%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대출 규제로 인한 풍선효과가 실적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이자 이익은 5조9518억원으로 전년보다 9205억원(18.3%) 늘었다.
현재 전반적인 건전성은 양호하다. 지난해 말 기준 총 여신 연체율은 2.5%로 1년 전(3.3%) 보다 0.8%p 하락했다. 기업대출 연체율이 1.8%로 1.6%p 하락했지만, 가계 대출 연체율은 3.7%로 전년보다 0.4%p 상승했다.
다만 부실 대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저축은행의 개인사업자대출이 급증했기 떄문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저축은행의 개인사업자대출은 28만7790건으로, 19조4850억원으로 나타났다. 전년대비 44% 증가한 수치다.
지난 2018∼2020년까지만 하더라도 13조원대에서 등락을 이어갔지만, 지난해에만 45.1% 불어나 6조597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시중은행에서는 개인사업자대출이 약 10% 증가한 반면 저축은행 증가율이 크게 웃돌았다.
지난해 개인사업자 대출 규모가 가장 큰 저축은행은 OK저축은행이 8만8216건으로 대출잔액 2조5580억원에 달했다. 지역별로는 경기도가 8만8071건(6조8959억원), 서울 5만9571건(5조6519억원), 인천 2만3609건(1조6796억원) 순이다.
강민국 의원은 “코로나19와 경기부진이 장기화 될 경우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연체율 상승 등 잠재위험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를 표했다.
저축은행들의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도 급증했다. 지난해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예금보험공사(예보)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상반기 저축은행 부동산PF는 전년 말 보다 9000억원 늘어난 7조8000억원에 달한다. 저축은행 사태 직후(4조3000억원)와 비교하면 2배 가까이 폭증한 것이다. 저축은행 부동산PF 대출은 해마다 증가해 2019년 처음 6조원을 돌파했고 지난해 말 6조9000억원을 기록했다.유동수 의원은 “부동산PF 대출은 부동산 프로젝트를 담보로 장기간 대출을 해주는 것으로 부동산시장이 호황일 때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부동산시장이 침체되면 부실 위험이 커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저축은행들은 신용평가시스템(CSS) 고도화로 리스크 관리를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공과금, 휴대폰 요금 납부 이력 등 이전에는 비식별 정보였던 것들을 활용해 신용점수에 반영하고 있다. 건전성 관리를 세분화 해서 연체율이 높아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라면서 “저축은행은 오랫동안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영업을 해왔기 때문에 여느 금융사보다 많은 데이터를 축적했다.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잠재위험에 대응할 여력이 있다”고 말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 자산규모 또한 2011년에 비해 월등히 늘었다. PF규모를 이전과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면서 “저축은행 사태가 재발하지 않게 하기위해 금융당국에서 관련 사항들을 꼼꼼하게 모니터링하고 있다. 업계 또한 월별 리포트를 제출하는 등 감독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희정 기자 sonhj122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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