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의 절치부심…‘퍼스트’ 아쉬움, 파이널 MVP로 풀었다 [LCK]

‘오너’의 절치부심…‘퍼스트’ 아쉬움, 파이널 MVP로 풀었다 [LCK]

기사승인 2022-04-03 10:00:07
2022 LCK 스프링 스플릿 결승전 MVP로 선정된 '오너' 문현준.   사진=임형택 기자

 

“퍼스트는 아쉽지만 인정해야죠. ‘캐니언’ 김건부는 잘 하잖아. 물론 인정하는 게 생각보다 어려워요. 근데 그걸 이제 인정해버리면 저도 이제 성장을 할 수 있죠.”

‘2022 LoL 챔피언스코리아(이하 LCK)' 스프링 스플릿 올 LCK 투표 결과가 발표된 후, T1의 정글러 ‘오너’ 문현준은 지난 23일 개인방송에서 아쉬움을 곱씹었다. 팀 동료들이 모두 퍼스트 포지션에 선정됐지만, 그는 담원 게이밍 기아의 정글러 ‘캐니언’ 김건부에게 밀려 세컨드 정글러에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그는 겸허히 결과를 받아들이며, 전의를 불태웠다. 그리고 결국, 결승전 가장 빛나는 선수가 돼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T1은 2일 오후 5시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22 LCK 스프링 스플릿’ 플레이오프 젠지 e스포츠와의 결승전에서 3대 1 완승을 거뒀다. 경기 내내 뛰어난 활약을 선보인 문현준은 이날 결승전 MVP로 선정됐다.

경기 종료 후 진행된 방송 인터뷰에서 문현준은 “컨디션 조절 잘하기 위해 어제 일산에서 숙소까지 잡으며 열심히 준비했는데 경기 때 좋지 않은 상태로 나서게 되어 걱정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이어 “팀원들이 잘해줘서 정말 고맙다”면서 “3500명의 관객 분들 앞에서 경기를 할 수 있어 영광이며 팬 분들께도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컨디션 난조의 여파는 경기에서도 조금씩 드러났다. 이날 문현준은 게임 내내 좋은 모습을 보여줬지만, 대형 오브젝트를 두고 벌어진 ‘강타’ 싸움에서만큼은 ‘피넛’ 한왕호에게 밀렸다. 통상적으로 정글러 간의 강타싸움은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한왕호가 강타싸움에 능한 정글러지만, 문현준 역시 만만치 않게 강타를 잘 사용하는 선수다. 하지만 이날 문현준은 반 템포씩 강타를 빠르게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멘탈이 흔들릴 수도 있었지만, 문현준은 침착함을 유지했다. 3세트 두 번의 드래곤과 한 번의 바론을 빼앗겼지만, 마지막 순간 전투에서 잘 큰 ‘룰러’ 박재혁의 ‘자야’와 한왕호의 ‘리신’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 문현준의 비에고가 시간을 끄는 사이 T1의 본대는 데미지를 뿜어내며 교전에서 대승을 거뒀다. 이 교전으로 T1은 어려웠던 3세트를 승리할 수 있었다. 3세트 신승을 거둔 T1은 압도적인 파괴력으로 4세트를 따냈고, V10을 달성했다.

방송 인터뷰에서 비교적 초연하게 우승 소감을 전했던 문현준은 파이널 MVP 수상자로 호명되자 참았던 눈물을 쏟았다. 이에 대해 문현준은 경기 후 열린 미디어 인터뷰에서 “오늘 내 상태가 너무 안 좋아서 나보다는 다른 선수들이 잘 했다고 생각했다. 다른 친구들이 받아야 된다고 생각했는데, 내 이름이 불리자마자 울컥해서 조금 울었던 것 같다.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결승전 MVP라는 가장 빛나는 자리에 올랐음에도 자신보다 팀원들에게 고마움을 먼저 드러낸 문현준이다. 그는 이전에도 상대를 존중하는 격조있는 발언으로 많은 화제를 모았다.

지난달 26일 광동 프릭스와의 플레이프 2라운드 3대 0 승리 이후 문현준은 인벤과의 인터뷰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엘림’ 최엘림과의 대결 소감을 전했다. 그는 “같이 있었을 때, 신입이어서 '엘림' 선수는 나한테 배울 게 없었겠지만, 나는 많이 배웠다. 그래서 내가 더 유리한 싸움이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30일 진행된 결승 미디어데이에서도 그는 “담원 기아와 PO 2라운드 5세트에서 초반 어려운 상황에서도 끝까지 버티고 멋진 경기력을 보여준 한왕호 선수의 멘탈을 존경한다”면서 “정글러로서는 제가 부족한 부분이 있겠지만 우리 팀이 잘한다고 생각하기에 충분히 우승을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을 낮췄다.

일부 팬들은 굳은 일을 도맡아 묵묵히 수행하는 문현준의 모습을 보면서 '벵기' 배성웅(T1) 코치를 떠올린다. 이 코치는  ‘페이커’ 이상혁과 함께 SKT 왕조 주역으로 활약한 정글러다. 현역 시절 이 코치는 팀의 승리를 위해서면 묵묵히 헌신하며 어떠한 역할도 마다하지 않았다.

코칭 스태프도 문현준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폴트’ 최성훈 감독과 ‘모먼트’ 김지환 코치는 “현준이가 컨디션이 좋지 않았음에도 열심히 노력해서 제 역할을 해준 것 같아서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강한결 기자 sh04kh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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