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진영 “내가 싫었다, 하지만 노래가 좋았다” [쿠키인터뷰]

홍진영 “내가 싫었다, 하지만 노래가 좋았다” [쿠키인터뷰]

기사승인 2022-04-07 07:00:02
신곡 ‘비바 라 비다’(VIVA LA VIDA)로 돌아오는 가수 홍진영. IMH엔터테인먼트

가수 홍진영은 2020년 11월 음악 인생 최대 위기를 맞았다. 그가 석사 학위 취득 당시 제출한 논문이 다른 논문을 표절했다는 의혹이 나오면서다. 보도 당시 홍진영은 Mnet ‘엠카운트다운’ 대기실에 있었다. 전 소속사와 분쟁 끝에 1인 기획사를 차린 뒤 처음 방송국 무대에 오른 날이었다. 처음엔 의혹을 부인했다. 다음날엔 석·박사 학위를 반납하겠다고도 했다. 논란은 식지 않았다. 조선대는 홍진영의 논문을 표절이라고 판단했다. 홍진영은 “가슴 깊이 뉘우치겠다”며 활동을 멈췄다.

“모든 것이 제 과오 탓에 벌어진 일입니다.” 지난 4일 서울 청담동 IMH엔터테인먼트에서 만난 홍진영은 이렇게 말했다. 자숙을 끝내고 연예계에 복귀하기 전 마련한 자리였다. 명랑하던 목소리는 차분히 가라앉아 있었다. 통통 튀던 말투도 ‘다나까’로 바뀌었다. “처음엔 정신없고 무서웠습니다. 제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의견을 물어볼 데도 없었습니다.” 그는 의혹을 부인했던 초기 대응을 후회한다고 했다. “(의혹을) 인정하면 다시는 무대에 못 오르지 않을까, 팬들이 다 떠나가지 않을까 두려운 마음이 컸습니다. 그래서 변명하기에 급급했습니다. 잘못된 행동이었는데… 당시엔 몰랐습니다.”

홍진영은 7일 신곡 ‘비바 라 비다’(VIVA LA VIDA)를 낸다. 논란 이후 1년5개월 만에 발표하는 노래다. 데뷔곡 ‘사랑의 배터리’를 쓴 조영수 작곡가가 멜로디를 만들고 홍진영이 작사에 참여했다. “필요할 땐 매도 맞고 꾸중도 들으면서 나 자신을 좋은 방향으로 발전시키고 싶다”는 홍진영의 이야기를 일문일답으로 전한다.

홍진영. IMH엔터테인먼트

Q. 그간 어떻게 지냈나.


“(논문 표절 시비 이후) 처음 6개월간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머릿속이 백지가 됐다가 오만 생각으로 채워지기도 했다. 저를 믿어주시고 좋아해주신 분들에게 죄송한 마음뿐이다. 그분들을 실망시켰다는 생각에 제 자신이 미울 때도 있었다.”

Q. 어떻게 복귀를 결정했나.

“작곡가 조영수 오빠가 저를 생각해 만든 곡이라며 ‘비바 라 비다’를 선물해 주셨다. 저를 오래 봐왔고 잘 아는 분이다. 제가 쉬는 동안에도 여러 번 힘을 주셨다. 노래를 들어보니 각별히 신경 써서 만든 곡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감사할 따름이다.”

Q. 가사를 직접 썼다. 앞선 논란으로 인한 심경이 가사에 반영됐나.

“처음엔 (내 이야기를) 담았는데, 너무 우울하다기에 내용을 바꿨다. 처음 쓴 가사 중 ‘오늘은 이만 쉴게요’라는 구절만 남았다. 제목은 내가 붙였다. 라틴풍 트로트라 라틴어를 찾아보다가 이 노래와 잘 맞는 구절(비바 라 비다)을 발견했다. ‘인생 만세’라는 뜻이다. 인생 만세이길 바라서 그렇게 지었다(웃음). 밝고 긍정적인 노래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다들 많이 지쳤을 텐데, 이 곡을 듣는 3분 동안 만이라도 쉴 수 있길 바라며 만들었다.”

홍진영. IMH엔터테인먼트

Q. 작업 과정은 어땠나.

“자주 울컥했다. 녹음할 때도 몇 번이나 그랬다. 목소리에 내 심경이 담겼는지, 조영수 오빠가 밝은 노래인데도 슬픔이 느껴진다고 하더라. 다만 뮤직비디오에선 내가 해맑게 나온다. 근심 걱정이 없는 듯한 모습이라 오해를 사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

Q. 그래서 ‘비바 라 비다’가 의외였다. 여론을 의식해 발라드곡으로 컴백할 거라고 예상했다.

“잔잔한 곡을 먼저 내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도 했다. (이 곡을 내면) 사람들이 나를 반겨줄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다만 초심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신인 때 방송에 조금이라도 더 나가려면 속된 말로 나댔어야 했다. 그런 모습만 비춰지니 안티도 많았다고 들었다. 그러나 꾸준히 오래 활동하니 나를 싫어하던 분들도 돌아서더라. 그 때처럼 내가 열심히 노력하면 (나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조금씩 마음을 열어주시지 않을까. 그러길 바라고 있다.”

Q. SBS ‘미운 우리 새끼’ 등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활약했다. 앞으로 출연할 계획은 없나.

“제가 복귀한다는 소식을 듣고 감사하게도 방송 관계자들께서 섭외 연락을 많이 주셨다. 하지만 당장 예능에 출연할 생각은 없어서 고사했다. 지금은 가수 홍진영을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크다. 예능에서 예전 같은 활기를 보여줄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예전처럼 돌아가면 그 모습을 어떻게 받아들이실까 고민도 됐다. 그렇다고 내가 위축돼 있거나 어두운 모습을 시청자들이 보고 싶어 하지 않을 것 같았다.”

Q. 함께 예능에 출연했던 언니 홍선영씨를 둘러싼 논란도 있었다. 홍씨와 방송에 동반 출연할 계획은 있나.

“없다. 제가 복귀한다는 소식에 언니에게도 섭외가 왔나 보다. 그러나 본인은 방송하고 싶은 욕심은 전혀 없다고 했다. 최근 이슈가 된 뒤에도(홍씨는 대선 당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자택 앞에서 취재진 카메라에 잡혀 논란이 됐다) 제게 피해를 줘서 미안하다며 앞으로 방송에 출연할 기회가 와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부모님도 저 때문에 걱정을 많이 하셨다. 그래서 오히려 힘든 내색을 못하고 혼자서만 끙끙 앓았다.”

Q. 1년 넘게 활동을 쉬면서도 소속사 직원을 한 명도 해고하지 않았다고 들었다.

“1인 기획사라서 소속 가수가 나밖에 없다. 내게 큰 일이 생긴 뒤로 회사 업무도 멈췄다. 하지만 나 때문에 회사 문을 닫을 순 없었다. 쉬는 동안 큰 기획사에서 (함께 일해보자는) 오퍼도 많이 받았다. 그런데 그 회사들이 우리 직원 모두를 포용해줄 수는 없겠더라. 나 혼자 살자고 직원들을 저버리고 다른 회사와 계약할 수는 없었다.”

홍진영. IMH엔터테인먼트

Q. 공백기에 코스피 상장사 아센디오에 소속사 보유 지분 일부를 넘겼다.

“예전부터 좋은 후배를 양성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그러던 중 아센디오에서 이런 (투자)제안을 받았고, 회사를 폭 넓게 발전시켜보고 싶어 진행했다. 항간에는 우리 회사에서 아이돌을 준비한다는 얘기가 돈다고 들었다. 아직 제작 계획은 없지만, 소문이 돈 김에 만들어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Q. 예전보다 훨씬 차분해진 것 같다.


“오늘 새벽 3시에 사무실에 왔다. 잠들 수가 없었다. 예전보다 생각이 많아지고 간도 작아졌다. 지금도 한 마디 한 마디가 조심스럽다. 다만 예전 모습을 되찾아야 할 것 같긴 하다. 내가 무대에서 차분하게 노래하는 모습을 (팬들이) 바라시진 않을 것 같다. 마음을 완벽하게 추스르진 못했지만, 앞으로 활동하면서 점점 에너지를 얻지 않을까 생각한다.”

Q. 쉬는 동안 무엇이 가장 그리웠나.

“노래를 하고 싶었다. 쉬면서 노래 연습을 할 수도 있었을 텐데 왜인지 어렵더라. 어릴 때부터 가수를 꿈꿨다. 무대 위에서 노래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 앞으로도 음악은 계속 들려드리고 싶다.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고 싶은 갈망도 크다. 성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천천히 한 발자국씩 나아가고 싶다. (비판 여론은) 제가 더 노력해서 풀어야 하는 숙제라고 생각한다. 이런 모습을 조금이라도 좋게 봐주시길 바란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이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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