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 최고의 오락 도시 미국 라스베이거스가 온통 보랏빛으로 물들었다. 8일(현지시간)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하는 그룹 방탄소년단 공연 때문이다. 공연이 열리는 얼리전트 스타디움을 비롯핸 시내 곳곳 전광판에선 전날 밤 ‘보라해가스’(BORAHAEGAS)라는 문구가 떠올랐다. 방탄소년단과 팬덤 아미 사이에서 ‘사랑’을 뜻하는 은어로 사용되는 ‘보라’와 ‘라스베이거스’를 합한 단어다. 라스베이거스 관광청도 공식 SNS 계정 이름을 ‘보라해가스’로 바꿨다. 소속사 하이브와 따로 협의하거나 교감하지 않고 낸, 말 그대로 깜짝 환영 인사였다.
공연 하나에 온 도시가 들썩이다니. 여기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공연을 보기 위해 전 세계에서 수 만 명이 몰려오며 도시 경제에도 활력을 줘서다. 더욱이 방탄소년단 소속사 하이브가 도시와 공연을 잇는 ‘더 시티’(THE CITY)를 시작하면서 ‘BTS 순례’를 떠나려는 팬들 발걸음은 더욱 분주해졌다. 더 시티는 방탄소년단의 공연이 열리는 도시 곳곳에서 여러 이벤트를 개최하는 프로젝트다. 지난 5일 시작해 오는 17일까지 이어진다.
사진전·팝업스토어 직접 가보니…‘아미 낙원’
8일 기자가 체험한 더 시티는 한 마디로 ‘아미 낙원’이었다. 먼저 아레나15에서 열린 사진전 ‘비하인드 더 스테이지 : 퍼미션 투 댄스’(BEHIND THE STAGE : PERMISSION TO DANCE)는 제목처럼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 공연 뒤 방탄소년단을 보여준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2-1 댄스 스튜디오’ 표지판을 찍은 사진이 관객을 반긴다. 서울 한강대로 하이브 사옥 내 안무 연습실에서 공연이 시작된다는 의미다. 진지한 표정으로 연습하는 멤버들 얼굴 위로 “네가 얼마나 노력했는지는 너 자신만 알면 돼”라는 문장이 영어로 적혀 있다. 맏형 진이 과거 인터뷰에서 했던 말을 옮겨 놓은 문구다. 전시장엔 이밖에도 “나는 역사에서 기억될 누군가가 되고 싶다”(RM), “아미 여러분은 내 우주에서 가장 빛나는 별”(뷔) 등 ‘방탄소년단 정신’을 보여주는 문구가 곳곳에 새겨져 있다.
카메라는 연습실에서 공연장으로 시선을 옮긴다. 텅 빈 공연장에서 리허설하는 멤버들 모습과 화려한 조명 아래서 춤추고 노래하는 멤버들 모습이 차례로 전시 관객을 만난다. 벽면을 가득 채운 멤버들 뒷모습은 ‘비하인드 더 스테이지 : 퍼미션 투 댄스’의 백미다. 사진으로 촘촘하게 재현된 모습이 흡사 공연장에 직접 와 있는 듯한 기분을 준다. 반응은 뜨겁다. 전시장이 문을 열기 전부터 몇몇 팬들이 입구 앞에 줄지어 서 있었다. 하이브 관계자에 따르면 7일 하루 동안에만 4800명이 이 사진전에 다녀갔다. 입장권은 4만장 가까이 판매됐다.
근처에서 운영되는 팝업스토어 앞은 사진전보다 더욱 장사진을 이뤘다. 그도 그럴 것이 이날 가본 팝업스토어는 단순히 기념품을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대신 체험에 방점을 찍었다. 짧은 터널 같은 입구를 지나면 방탄소년단 세계관에 라스베이거스를 녹인 여러 부스들이 나타난다. ‘퍼미션 투 댄스’(PERMISSION TO DANCE) 뮤직비디오 속 사막과 빨래방, 노래 ‘다이너마이트’(DYNAMITE)의 디스코 분위기를 살린 LP 숍, 녹아내리는 버터 질감을 살린 ‘버터’ 방 등 발길 닿는 곳마다 카메라 셔터를 누르게 한다. 판매대는 테마파크 같은 부스를 통과하고 나서야 모습을 드러낸다. 팝업스토어에선 이번 투어 공식 상품뿐 아니라 오직 라스베이거스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시그니처 상품도 판매된다.
BTS도 즐긴 벨라지오 분수쇼
팝업스토어와 사진전이 열리는 장소에서 공연장 쪽을 향해 내려가다 보면 방탄소년단 음악에 맞춰 물이 춤추는 장관을 볼 수 있다. 벨라지오 분수쇼다. 36,000㎡(약 1만평) 규모의 인공호수를 분수대 삼아 1200여개 분사구가 물을 내뿜는 광경은 그 자체로 압도적이다. 방탄소년단을 테마로 한 분수쇼에선 ‘다이너마이트’와 ‘버터’가 배경음악으로 깔린다. 에너제틱한 ‘다이너마이트’가 재생될 땐 물줄기도 힘차게 뻗어 나오고, 부드러운 ‘버터’에선 물줄기도 유연하게 휘는 등 노래 분위기에 걸맞은 연출이 관광객들 발길을 붙들었다. 멤버들도 7일 벨라지오 호텔을 찾아 분수쇼를 관람한 것으로 알려졌다.
라스베이거스(미국)=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