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청년들은 왜 K팝 스타를 꿈꿀까 [가봤더니 in LV]

미국 청년들은 왜 K팝 스타를 꿈꿀까 [가봤더니 in LV]

기사승인 2022-04-09 18:18:49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 베이 호텔 회의장에서 열린 하이브 멀티 레이블 오디션. 하이브

미국 인디애나주(州)에 사는 11세 소녀 찰리 네리훈니컷은 그룹 방탄소년단의 열혈 팬이다. 그는 간호사로 일하는 할머니 데버러(58) 덕에 방탄소년단에 ‘입덕’(팬이 됨)했다. 일곱 청년을 향한 관심은 K팝 전반으로 넓어졌고, 마음 한편에선 K팝 가수가 되고 싶다는 꿈이 자랐다. 찰리가 1800마일(약 2897㎞)가량을 가로질러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로 달려온 이유도 바로 그 꿈 때문이다. 8일(현지시간) 만달레이 베이 호텔 회의장에서 열린 하이브 멀티 레이블 오디션에 참여한 그는 “떨리지만 기대도 된다”며 “(언젠가는) 롤모델 방탄소년단처럼 되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시작한 K팝이 미국 청년들의 꿈이 됐다. 방탄소년단을 키워낸 빅히트뮤직, 세븐틴을 배출한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 등 하이브 산하 7개 레이블이 라스베이거스에서 함께 연 오디션은 이런 사실을 실감하게 하는 자리였다. 왜 하필 K팝일까. 자신을 싱어송라이터 지망생이라고 소개한 랜스(18)는 말했다. “K팝이 음악 시장에서 발휘하는 힘이 대단하다고 봐요. 매우 독특하고 혁신적이죠. 저는 K팝이 음악 시장의 미래라고 생각해요.” 또 다른 지원자 레이라니(19)는 “K팝 레이블이 일하는 방식, 소속 가수를 육성하는 방식이 좋다”고 말했다.

하이브 멀티 레이블 오디션 현장. 하이브

참가자들이 품은 열정의 원천은 ‘팬심’이다. 한국계 미국인 소년 데이빗 박(16)은 방탄소년단을 통해 K팝에 입문했다가 노래와 춤에 흥미를 붙였다고 한다. 어머니와 함께 오디션 현장을 찾은 그는 “난 100% 준비됐다. 내가 오늘 오디션에 합격해 한국에 가게 된다면 부모님도 좋아하실 것”이라며 웃었다. 레이라니와 함께 오디션에 지원한 에드윈(18)과 아난힌(18)은 그룹 갓세븐, 트와이스, 스트레이 키즈 등을 좋아한다. SNS에서 오디션 소식을 듣고 지원했다는 이들은 “한국에 정말 가고 싶어서 한국어도 공부 중”이라고 말했다.

이날 정오 문을 연 오디션 대기실은 지원자들의 풋풋한 재능과 설렘으로 요동쳤다. 대기실 한쪽에 놓인 TV에서 방탄소년단 노래 ‘다이너마이트’(DYNAMITE)가 흐르자 두 소녀가 냅다 줄에서 이탈해 춤을 추기 시작했다. 선 자리에서 꼼지락대며 춤추는 이들도 있었다. 자녀들과 함께 온 부모들은 순서를 기다리는 동안 이야기꽃을 피우며 교육열을 나눴다. 찰리에게 방탄소년단을 알려준 할머니 데버러는 “손녀가 한국에 간다면 나도 따라갈 생각”이라며 “한국에서도 일자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지원자의 부모는 “딸이 꿈을 키우길 바란다”고 응원했다.

하이브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오디션에선 보컬, 랩, 댄스 등 3개 분야를 뽑는다. 지난달 20일부터 온라인으로 참가 신청을 받았고 약 1만3000명이 지원했다. 오디션 첫날이었던 이날은 2000~3000명 정도가 참석한 것으로 추산된다. 그룹 방탄소년단과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추며 ‘피 땀 눈물’ ‘불타오르네’ 등의 안무를 만든 손성득 퍼포먼스 디렉터와 하이브 레이블 캐스팅 담당자들이 함께 참가자들을 심사했다. 오디션은 방탄소년단이 라스베이거스 얼리전트 스타디움에서 공연하는 8~9일, 15~16일 총 4회에 걸쳐 진행된다.

라스베이거스(미국)=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이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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