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운 사막 날씨도 그룹 방탄소년단 영접을 앞둔 아미(방탄소년단 팬덤)의 열정만큼 뜨겁지는 않았다. 9일(현지시간) 방탄소년단 콘서트가 열리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얼리전트 스타디움. 섭씨 33도를 웃도는 무더위 속에서도 방탄소년단을 향한 아미의 애정이 오히려 태양을 녹이는 듯했다.
공연장 앞에서 만난 정유진(26)씨는 고민에 빠져 있었다. “원래 오늘 공연만 보고 돌아가려고 했거든요. 그런데 다음 주 공연도 보고 싶어서, 예약한 비행기 표를 미뤄야 할지 고민이에요.” 정씨는 지난 6일 시카고에서 1750여마일(약 2816㎞)을 날아 라스베이거스에 왔다. 도시 곳곳을 누비며 사진전, 팝업스토어 등 방탄소년단 관련 이벤트에 참여했고, 전날 얼리전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방탄소년단 공연도 봤다. 정씨는 “멤버들이 보여줄 퍼포먼스가 기대되고 흥분된다”며 “남은 세 번의 공연 모두 별 탈 없이 무사히 마무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매디슨(20)과 사만사(15)는 이날 방탄소년단 공연을 처음 본다고 했다. 가족과 함께 공연장을 찾은 두 사람은 방탄소년단을 상징하는 보라색으로 상의를 맞춰 입었다. 사만사는 “무척 기대된다. 오늘 공연을 보다가 울 것 같다”며 웃었다. 그는 “슬플 때 방탄소년단 음악을 들으면 내 마음을 움직이는 듯하다”고 했다. 방탄소년단의 노래로 마음을 치유하기는 매디슨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방탄소년단처럼 내 생각과 감정을 건드리는 이는 없다. 그들을 보기만 해도 위안을 받는다. 나도 방탄소년단과 함께 성장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방탄소년단은 2015년 미국에서 처음 콘서트를 연 뒤로 뉴욕 댈러스 시카고 로스앤젤레스 뉴저지 등 주요 도시에서 팬들을 만났지만, 라스베이거스에서 단독 공연을 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라스베이거스에서 나고 자랐다는 앨리사(13)에게 이번 공연은 그래서 더 특별하다. 그는 “방탄소년단이 그간 여러 도시에서 공연했지만, 이번 공연은 내가 사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려 더욱 행복하다”고 했다. 앨리사는 가장 좋아하는 방탄소년단 노래로 2013년 발매된 데뷔음반 수록곡 ‘커피’(COFFEE)를 꼽을 정도로 방탄소년단의 골수팬이다. 그는 “방탄소년단의 음악이 나를 도와줬다”고 했다. “학교에 다니며 한동안 힘든 시간을 보냈어요. 방탄소년단 노래가 그 시간을 견디게 해줬죠.”
공연이 열리는 얼리전트 스타디움은 회당 최대 5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다. 워낙 많은 인원이 몰리는 만큼 경찰과 진행요원들이 곳곳에 배치됐고, 혹시 모를 위협에 대비해 폭발물 탐지견도 동원했다. 공연장 한쪽에는 관객들이 한복을 직접 입어볼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됐다. 한국관광공사가 연 부스였다. 방탄소년단은 히트곡 ‘아이돌’(IDOL) 뮤직비디오에서 한복을 재해석한 의상을 입고, 함께 작업한 영국 밴드 콜드플레이에게 개량 한복을 선물하는 등 한복 알림이로도 활약해왔다.
소속사 하이브에 따르면 방탄소년단은 이번 ‘BTS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 – 라스베이거스’(BTS PERMISSION TO DANCE ON STAGE – LAS VEGAS) 공연에 ‘춤은 다른 사람 허락 없이 마음껏 춰도 된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공연은 일곱 멤버가 모두 참여하는 단체 무대 위주로 구성된다. 지난달 왼손 검지 힘줄 일부가 손상돼 봉합수술을 받은 진은 과격한 움직임을 조심해야 한다는 의료진 소견에 따라 춤을 추지 않고 앉아서 노래 대부분을 부를 예정이다. 그는 이날 사운드 체크에도 왼팔에 깁스를 한 채 등장했다.
방탄소년단은 이날 공연을 마치고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오는 15일과 16일 같은 장소에서 또 공연을 연다. 이들은 다음 달 15일 열리는 빌보드 뮤직 어워즈에서 톱 듀오·그룹, 톱 송 세일즈 아티스트, 톱 셀링 송 등 6개 부문에 7개 수상 후보로도 올랐다.
라스베이거스(미국)=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