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대냐, 면제냐…BTS 병역 특례법 다시 수면 위로

입대냐, 면제냐…BTS 병역 특례법 다시 수면 위로

기사승인 2022-04-13 18:01:47
그룹 방탄소년단. 하이브

‘BTS(방탄소년단) 병역특례법’으로 불리는 병역법 개정안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이진형 하이브 커뮤니케이션 총괄(CCO)이 병역법 개정을 조속히 처리해달라고 국회에 요구하면서다. 정치권도 이에 응답했다.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인 성일종 의원은 MBC·YTN라디오 등에 출연해 병역법 개정안 처리 필요성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표류 중인 개정안…“이달 중 마무리”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병역법 개정안은 3건이다.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국민의힘 소속 윤상현, 성일종 의원이 지난해 각각 대표 발의했다. 3건 모두 방탄소년단 같은 대중문화예술인을 대체복무하는 예술·체육요원 범위에 포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야는 지난해 11월 국회 국방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이를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는 못했다.

개정안을 지지하는 쪽은 대중문화예술인이 국익 향상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성 의원은 12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올림픽 금메달을 따면 2590억원 정도 경제유발효과가 나오는데, 빌보드에서 1위를 하면 1조7000억원의 경제유발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전날 YTN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도 “(방탄소년단이) 국격을 높였음에도 현재까지 병역 특례를 못 받고 있는 것은 법의 허점으로 보인다”며 “4월 중 다시 법안소위를 열어서 (법안 처리를) 마무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진형 하이브 커뮤니케이션 총괄. 하이브

“기약 없는 개정 논의에 BTS도 힘들어해”

논의가 급물살을 탄 배경에는 하이브 고위 관계자의 ‘작심발언’이 있다. 이진형 CCO는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MGM 그랜드 컨퍼런스 센터에서 한국 기자단과 만나 “이번 국회에서 (병역법 개정안 문제가) 정리되면 좋겠다는 생각은 한다. 기약 없는 논의로 인한 불확실성이 (아티스트 활동에) 어려움을 줘서 조속히 결론 내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이브와 방탄소년단은 그간 병역 문제와 관련해 “멤버들 입대 시기와 방식은 결정되지 않았다”거나 “나라의 부름이 있다면 언제든 응하겠다”고만 밝혔을 뿐, 병역법 개정에는 말을 아껴왔다. 이 CCO가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발언하자 현장에 있던 기자들 사이에선 ‘개정안 통과를 기다리겠다는 의미 아니냐’는 반응도 나왔다. 같은 날 공연을 앞두고 기자단을 만난 방탄소년단은 “이 문제(병역)는 회사에 일임하기로 했다. 회사에서 발표하는 이야기가 곧 우리 입장”이라고 말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 얼리전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방탄소년단 콘서트. 하이브

거세진 반발 여론, 모호한 면제 기준

관건은 여론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5~7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4명을 상대로 대중예술인 병역특례에 관해 물은 결과, 응답자 59%가 ‘포함해야 한다’고 답했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다만 이 CCO 발언 직후 개정안 반대 여론이 거세졌다. 이달 초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 중 ‘그들(방탄소년단)의 공로가 군 면제 받은 스포츠 선수에 뒤지지 않는다’([투표]BTS 병역특례? 어떻게 생각하세요[이슈시개]·노컷뉴스), ‘외화를 얼마나 벌어왔는데…. 국가대표보다 더 국위선양’(방탄소년단 군 면제 본격 논의… 안철수, 하이브 방문 예정· JTBC) 등이 가장 많은 공감을 받았다. 반면 최근 1~2일 사이 ‘병역 특례 제도 자체를 없애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해졌다. 최근 격화된 논의가 오히려 반발을 산 것으로 풀이된다.

병역 의무를 면제해주는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도 풀어야 할 숙제다. 대중문화예술계에는 올림픽이나 콩쿠르처럼 공인받은 국제 대회가 없어서다. 현재 기준으로 언급되는 그래미나 빌보드 등은 미국 ‘로컬’ 시상식·차트다. 2020년 통과된 병역법 개정안은 ‘문화 훈·포장을 받은 수훈자 중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국위선양에 공이 있다고 추천한 자’에 한해 입영을 연기하도록 했다. 그러나 문화 훈·포장 수훈 조건인 15년 경력을 충족하는 만 30세 미만 대중문화예술인이 사실상 전무하다는 점에서 이 개정안 또한 ‘방탄소년단만을 위한 법안’이라고 비판받았다.

“대중문화예술인 공로 폄훼당해…형평성 지켜져야”

업계 관계자들은 대중문화예술인이 세운 공로가 순수예술·체육인만큼 인정받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최광호 사단법인 한국음악콘텐츠협회 사무총장은 “(순수예술·체육인을 포함한) 모든 병역 특례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에는 차라리 공감한다. 다만 지금은 특례 대상 범위에서 대중문화예술인이 차별받는다는 점이 문제”라고 했다. 또 “병역 특례를 공론화한 주체는 국회인데, 정작 여론 폭격은 방탄소년단 등 K팝 가수들을 향하고 있어 안타깝다”며 “대중문화예술인도 경제 효과나 국가 브랜드 제고 등 여러 측면에서 국위선양하고 있으나 그 공로가 폄훼당하고 있다”고 봤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역시 “순수예술인은 (예술 요원으로) 인정하고 대중문화예술인은 인정하지 않는 현 상황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진단했다. 다만 그는 병역 특례 방식을 군 복무 면제로 한정하는 대신 각자 영역에서 국가에 봉사할 수 있는 대체복무로 변경하기를 제안했다. 정 평론가는 “대중문화예술인의 국위선양 공로가 순수예술·체육인보다 덜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수준에서 각자 영역에 맞게 대체 복무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이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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