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째 ‘콜록’… 코로나 후유증 클리닉에 가다

3개월째 ‘콜록’… 코로나 후유증 클리닉에 가다

“어느 병원 가야 하나” 보건소에 문의 전화 잇따라
3개월에서 길게는 21개월까지…“조급히 생각 말아야”

기사승인 2022-04-15 06:14:02
14일 서울 강남구 강남구보건소에 마련된 코로나19 후유증 안심 상담 클리닉에서 한 시민이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정진용 기자

“다시 예전의 건강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시간이 얼마나 더 지나야 할까요. 코로나19 후유증을 겪는 분들이 자주 묻는 질문입니다. 격리 기간만 끝나면 다 낫겠거니 생각하시는데요. 코로나는 진행 속도도 회복 속도도 더딥니다. 마음의 여유를 갖고 천천히 노력해야 합니다”

국내 누적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확진자가 1600만명에 근접했다. 완치됐다고 끝이 아니다. 후유증이라는 관문이 남았다. 국립중앙의료원이 완치자 47명을 관찰한 결과에 따르면 완치 1년 뒤 한 번이라도 후유증을 겪은 사람은 87%였다. 국외 연구에 따르면 완치자 10~20%가 후유증을 호소한다. 한국에서 최소 160만명 넘게 코로나19 후유증을 겪고 있는 셈이다.

14일 오전 10시 강남구 보건소 앞마당. 흰색 텐트에 ‘코로나19 후유증 안심 상담 클리닉’이라고 쓰인 플래카드가 걸렸다. 강남구청에서 지난 11일부터 운영 중인 상담소다. 보건소 신속항원검사가 종료되며 신속항원검사소가 상담소로 탈바꿈했다.

보건소 관계자는 최근 코로나19 후유증 문의가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한선 강남구보건소 보건행정과 건강증진팀장은 “격리기간이 끝났는데 증상이 나아지지 않는다, 병원을 어느 과로 가야 하나, 무기력하다 등 코로나19 환자를 전담하는 재택치료반에 민원 전화가 끊이지 않았다”면서 “신속항원 검사소를 재활용 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했다.
강남구청 앞마당에 위치한 코로나19 후유증 안심 상담 클리닉.   사진=정진용 기자

이날 상담소는 한산했다. 간간이 방문한 시민들은 자원봉사자 안내에 따라 설문지를 작성한 뒤 이를 바탕으로 상담을 받았다. 마음건강검진소 상담까지 20여분이 걸린 한 시민은 홀가분한 표정으로 상담소 문을 나서는 모습이었다. 

상담소 내부에는 혈압, 맥박, 산소포화도 등 간단한 검사를 할 수 있는 의료기기가 놓였다. 보건소 전문의와 상담할 수 있는 상담실과 우울감과 기억력 감퇴를 검사할 수 있는 ‘마음건강검진소’도 마련됐다. 검사는 모두 무료다. 전국민 이용 가능하다. 상담소에는 하루 평균 20여명이 찾는다. 연령대는 다양하다. 고연령층뿐만 아니라 공가를 내고 찾는 인근 직장인도 많다는 게 보건소 측 설명이다.

상담소에서 만난 서울 시민 강모(34)씨는 “격리 기간이 끝나고도 호흡 곤란 증상과 피로감이 계속돼 이곳을 찾게 됐다”면서 “햇볕을 쬐고 비타민 B, C를 섭취하는 등 구체적 조언을 들었다. 격리해제 이후 3개월 혹은 그 이상까지도 후유증이 계속될 수 있다는 말에 조급함을 버려야 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어 “대기도 없고 상담도 15분 정도로 여유 있게 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덧붙였다.

장지수 강남구 보건소 전문의는 “방문자 대부분 진통제와 해열제를 오래 먹어도 괜찮은지, 본인이 겪는 후유증이 남들보다 심한 것은 아닌지 중점적으로 묻는다”면서 “코로나19와 감기는 비교할 수 없다. 면역력을 회복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마음의 여유를 가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기침만 하는 게 아니라 가래, 고열이 동반된다면 병원을 방문해 흉부 CT 촬영을 권한다. 폐렴으로 진행되는 사례가 종종 있다”고 부연했다.

코로나19 후유증 안심 상담 클리닉에서 나눠주는 안내문과 설문지. 설문지 앞면은 본인 작성, 뒷면은 의료진 작성이다.   사진=정진용 기자

코로나 후유증에 대한 부족한 정보는 불안을 부추긴다. 코로나 후유증에 대한 명확한 정의는 아직 없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확진 후 최소 2개월 이상 지속되는 증상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확진된 뒤 4주 후에 보이는 증상을 장기 후유증, 즉 ‘롱 코비드’로 본다.

증상은 기저질환, 중증도 등에 따라 개인별로 천차만별이다. 학계에 보고된 증상만 200개가 넘는다. △피로감 △호흡곤란 △건망증 △수면장애 △후각·미각 장애 △기억력 및 사고력 저하 △우울증과 불안감이 대표적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지난 2월28일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후유증은 완치 후 3개월에서 길게는 21개월 이상까지 나타난다.

코로나 후유증에 대한 방역당국의 실태조사나 대응이 다른 나라에 비해 더디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국에서는 전국에 롱코비드 클리닉 90곳이 운영 중이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지난 2020년부터 롱코비드 환자 4만명을 관찰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지난 5일(현지시간)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직접 보건부에 롱코비드 연구 및 치료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방역당국도 후유증 조사 필요성을 인정했다. 이상원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역학조사분석단장은 지난달 31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아직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후유증에 대한 연구가 충분하지 않아 적극적인 치료와 대응에 한계가 있는 상황”이라며 60세 미만 확진자 약 1000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후유증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방대본 관계자는 쿠키뉴스에 “국립보건연구원과 국내 14개 의료기관이 WHO 조사법을 기반으로 전화 설문 조사를 수행하고 있다”면서 “올해 하반기 중간 결과를 분석,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