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편 드는 의료중재원…복지부 관리감독해야”

“의사 편 드는 의료중재원…복지부 관리감독해야”

의료분쟁 신속·공정 해결 위해 만들어진 의료중재원
시민단체 “소수의견 기재 누락, 과실 기준 상이 등 공정성 떨어져”

기사승인 2022-04-20 11:53:54
경제정의실천연합(경실련), 건강세상네트워크, 한국환자단체연합회가 20일 오전 10시30분 경실련 강당에서 ‘의료중재원 공정성, 투명성 촉구 환자시민단체 기자회견’을 열었다. 유튜브 중계 갈무리

공공기관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료중재원)에서 의료과실 여부·인과관계를 판단하는 감정 업무가 불투명하고 불공정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경제정의실천연합(경실련), 건강세상네트워크,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20일 오전 10시30분 경실련 강당에서 ‘의료중재원 공정성, 투명성 촉구 환자시민단체 기자회견’을 열고 “관리감독 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의료중재원 감정 실태를 진상조사하고 의료중재원은 감정부 구성 과정 등을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의료중재원은 환자와 의료진 간 의료분쟁을 신속하고 공정하게 해결하기 위한 공공기관이다. 지난 2012년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설립됐다.

의료분쟁이 발생했을 시 소송을 통해 해결할 수도 있지만 피해자에게 금전과 시간상의 부담이 크다. 무엇보다 의료 분야 전문성과 현장의 밀실성으로 인해 피해자가 직접 의료사고의 원인이나 의료인 과실 등을 입증하기 어렵다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의료중재원의 핵심은 의료과실 여부, 행위와 사고 간 인과관계를 판단하는 감정 업무다. 먼저 의료분쟁 조정 신청이 들어오면 일차적으로 의료중재원 소속 간호사와 행정직원이 사건을 조사한다.

이후 감정부로 사건이 넘어간다. 감정부는 상임감정위원 1명(감정부 소속 상근의사)과 비상임위원 4명(보건의료인·법조인·소비자단체) 등 감정위원 5명으로 이뤄진다. 조사 보고서를 먼저 읽은 이후 상임위원 1명과 비상임위원 2명 이상이 출석한 회의가 열린다. 출석위원 전원이 찬성하면 상임위원은 최종 감정서를 작성한다. 감정서는 조정위원들이 사건을 조정·중재하는 데 근거자료가 된다.

문제는 시민단체들이 의료중재원 실태를 진단한 결과, △감정 과정에서 과실 및 소수의견 기재를 누락 △과실에 대한 감정부별 기준이 상이 △‘과실’ 대신 ‘적절하지 않음, 아쉬움, 부족함, 소홀함, 주의를 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임’등으로 표현하여 과실인지 아닌지 분명히 알기 어렵도록 작성 △의료중재원 실적이 조정합의 횟수에 좌지우지 돼 원만한 조정을 위해 만장일치 유도 등 공정성 문제가 드러났다는 점이다.

전현직 감정위원 증언도 잇따랐다. 송기민 경실련 정책위원(전 의료중재원 비상임감정위원)은 “감정회의가 열리면 의료인이자 상근인 감정부장이 절대 권한을 갖는다. 비의료 감정위원이 다른 의견을 내도 2명의 의료인이 의료 전문성을 강하게 주장하며 이를 무시한다”고 말했다.

송 정책위원은 지난 2017년 환자가 낙상으로 인한 골반통증으로 입원한 뒤 패혈증으로 사망한 사건에서 ‘혈액검사 등으로 염증 수치를 발견하고 항생제 투여 등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며 과실이 있다고 주장했지만 비의료인이라는 점 때문에 의견이 묵살됐고, 소수의견이라도 기재해달라고 요청마저도 거부당했다는 사례를 들었다. 

양현정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이사(현 의료중재원 비상임감정위원)은 “감정부장과 의료 위원은 선후배 관계이고 한 다리 건너 제자인 경우가 많다”면서 편파적인 감정이 이뤄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또 “부당하고 공정하지 못한 회의에 대해 소비자위원이나 법조위원이 항의하는 내부 시스템, 제도가 전혀 없다”고도 짚었다.

경실련은 지난 1월 의료중재원 상임감정위원 의사들을 경찰 고발한 상태다. 분쟁조정의 핵심인 감정서 작성과정에서 의료과실이 있다는 의견을 최종 감정서에 반영하지 않거나, 반대로 기재하여 공정해야 할 의료중재원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다. 이에 경찰은 지난 6일 의료중재원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가 진행 중이다.

이들 단체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만약 편파적 감정으로 공정성을 훼손하고 이를 조직적으로 방치했다면 의료중재원은 더 이상 국민의 세금으로 존재할 이유가 없다”면서 “복지부는 감정과정 전수조사를 통해 불법, 부당행위를 조사하고 관리, 감독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