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에 ○○○ 이용 말라" 윤석열에 뿔난 아미·자기들

"정치에 ○○○ 이용 말라" 윤석열에 뿔난 아미·자기들

기사승인 2022-04-21 06:00:02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가운데). 해당 방송 캡처

“유~퀴즈?” “좋습니다!” 유재석은 웃었지만 ‘자기님’들은 웃지 못했다. 20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이하 유 퀴즈) 얘기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출연한 이날 방송은 지난 일주일 내내 뜨거운 감자였다. 윤 당선인이 지난 13일 유재석·조세호를 만나 ‘유 퀴즈’를 녹화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이 프로그램 시청자 게시판엔 9000건 넘는 글이 쏟아졌다. “유 퀴즈가 정치 선전용으로 이용되는 것에 반대한다”(이지*) “제작 의도와 맞는 분들 좀 출연시키라”(이은*) 등 비판 의견이 대부분이다.

윤 당선인은 이날 방송에서 “(‘유 퀴즈’가) 국민들이 많이 보시고 좋아하는 프로그램이라며 한 번 나가보라고 해서 나오게 됐다”고 출연 계기를 설명했다. 유재석이 “저희 입장에서는 (윤 당선인 출연이) 부담스럽기는 하다”고 하자, “그럼 제가 안 나올 걸 그랬나요?”라고 답하며 웃기도 했다. 이어진 인터뷰에선 대통령 당선 소감과 고민, 검사로 재직하던 시절 일화 등을 털어놨다. 다만 제작진은 앞선 논란을 의식한 듯 윤 당선인 출연 분량을 약 15분으로 편집했다. 윤여정(45분) 손예진(30분) 이정재(40분) 등 최근 출연한 다른 유명인과 비교하면 확연히 적다. 매주 방송 전 배포하던 프로그램 홍보자료와 예고 영상도 이날은 제공하지 않았다.

일부 시청자들이 윤 당선인의 ‘유 퀴즈’ 출연을 비판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평범한 이웃의 삶을 들여다보는 프로그램 기획 의도와 맞지 않는 데다, 윤 당선인 국정 전망 지지율이 50%대로 낮은 편이라서다. 역대 대통령 당선인 중 가장 낮은 국정 전망 지지율을 보이는 윤 당선인이 인기 예능인 ‘유 퀴즈’를 통해 정권을 홍보하고 이미지를 쇄신하려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우세했다. 온라인에선 tvN을 운영하는 CJ ENM이 벌써부터 정권 눈치를 보느냐는 지적도 나왔다. CJ ENM 모기업인 CJ그룹 이미경 부회장은 박근혜 정부에서 문화계 블랙리스트로 지목돼 곤욕을 치른 바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홈페이지 ‘국민이 대통령에게 바란다’ 게시판에서 ‘방탄소년단’으로 검색한 결과. 해당 게시판 캡처

새 정부에 뿔이 나기는 ‘아미’(그룹 방탄소년단 팬덤)도 마찬가지다. 박주선 대통령취임준비위원장이 지난 5일 KBS 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서 ‘취임식에서 방탄소년단이 공연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는 취지로 말한 뒤부터다. 팬들은 “아티스트를 정치에 이용하지 말라”며 해시태그 ‘방탄취임식결사반대’를 단 글을 SNS에 쏟아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홈페이지에도 방탄소년단의 취임식 공연에 반대한다는 글이 800건 넘게 올라왔다. 이후 박 위원장이 “한정적인 취임식 예산으로 방탄소년단이라는 세계적 아이돌 스타를 모시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어 이번엔 초청을 못하는 것으로 결론지었다”고 나서야 논란은 수그러들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정치권의 ‘무임승차’ ‘숟가락 얹기’에 팬들이 반발한 것”이라고 짚었다. “방탄소년단의 세계관이나 메시지에 동조하거나 참여하지도 않던 정치권이 아티스트 측과 사전에 협의하지 않고 (취임식 공연 방안을) 발표하니 팬들이 이의를 제기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 평론가는 또한 “제20대 대선은 ‘비호감 대선’으로 불릴 만큼 주요 후보들 평판이 나빴다. 팬들은 브랜드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데, 이렇게 평판이 좋지 않은 당선인 취임식에서 공연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도 의문이었을 것”이라고도 짚었다.

연예계는 그동안 정치권과 극도로 거리를 둬왔다. 정치적 지향을 드러냈다가 여론 역풍에 시달릴 것을 우려해서다. 유력 정치인을 두고 “형광등 100개를 켜놓은 듯한 아우라”라고 아부성 자막을 내보냈던 흑역사와 문화계 블랙리스트라는 악몽도 아직 잊히지 않았다. 유명 방송과 인기 아티스트에 접촉하려는 윤 당선인 측 시도가 곱지 않은 시선을 받는 이유다. 김 평론가는 “‘유 퀴즈’와 방탄소년단 사례 모두 정치적인 목적으로 콘텐츠와 아티스트를 수단화한 점이 문제”라며 “과거에는 정치권의 ‘연예인 동원령’에 대한 비판적 견해를 표출할 창구가 많지 않았지만, 최근엔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의견 표출이 활발하게 벌어지면서 여론도 금세 결집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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