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금융지주는 지난 22일 농협은행, NH투자증권 등 자회사의 1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그러나 농협생명과 농협손해보험에 대한 RBC비율은 비공개로 처리했다. 같은 날 실적을 발표한 다른 금융지주 계열 보험사인 KB손보 KB생명 신한라이프가 1분기 RBC 비율을 공개한 것과 비교해 상당히 이례적이다.
RBC비율은 재무 건전성을 보여주는 핵심 지표다. 보험 리스크가 현실화했을 때의 보험금 등 손실금액인 요구자본과 이를 보전할 수 있는 자본량인 가용자본 비율을 계산해 구한다. 보험업법에서 100% 이상을 유지토록 규정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150% 이상을 권고한다.
농협생명 관계자는 “후순위채 발행과 유상증자를 진행하는데 통상 2~3개월이 걸리고 금리도 인상되면서 1분기 변동이 생겼다. 이를 계산하는데 지연되고 있다”면서 “다음달 13일까지 금융감독원에 제출해야 하는 분기보고서에는 정상적으로 RBC 비율을 공시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실적 공개 때 RBC 비율을 발표하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재무건전성 악화를 숨기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미 1분기에 조달한 자본이 대차대조표 등 재무제표에 반영됐는데도 RBC 비율만 계산이 늦어지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 말 기준 농협생명의 RBC비율이 업계에서 가장 높은 폭으로 떨어져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2020년 평균 292.27%였던 생보사 RBC비율은 지난해 한 해 동안 34.76%가 떨어졌다. 농협생명의 하락 폭은 업계 평균의 두 배를 웃돌았다. 2020년 286.96%에서 2021년 210.53%로 1년 새 RBC비율이 76.43%p 하락했다.
업계 내에서 비슷한 체급인 신한라이프, 동양생명과 비교하면 차이는 더욱 두드러진다. 신한라이프의 RBC비율은 284.64%로 업계 평균을 웃돌았고 동양생명은 전년에 이어 업계 평균치보다는 낮지만 연간 변동 폭은 크지 않다. 2020년 223.62%였던 동양생명 RBC비율은 작년 220.69%로 약 3%p 하락에 그쳤다.
업계 관계자는 “회계처리가 이미 전산화돼 있다. 재무제표 작성과 리스크 평가가 동시에 이뤄져 왔는데 RBC 비율만 공개하지 않은 건 다른 의도가 있다고 해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손희정 기자 sonhj122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