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외마스크 프리’에도… 대다수 “계속 쓰겠다”

‘실외마스크 프리’에도… 대다수 “계속 쓰겠다”

내달 2일부터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시민들 “걸리면 나만 손해잖아요”…봄철 공기질 악화·개인 방역 이유
“주문량 폭증” 마스크 스트랩 업체는 ‘미소’

기사승인 2022-04-29 16:52:09
사회적 거리두기가 2년 1개월 만에 전면해제된 지난 18일 오후 서울 종로 명동거리에 시민들이 북적이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사라진다. 50인 이상 참석 집회·공연·스포츠 경기 관람은 예외다. 당장 내달 2일부터 시작이다. 방역당국은 실외가 실내보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전파 위험도가 훨씬 낮은 점, 국민 불편이 가중된 점을 고려했다. 마스크와 더불어 산 지 2년여. 우리는 마스크를 슬슬 떠나보낼 준비가 됐을까.

29일 오전 서울 강서구 서울식물원. 다양한 색상의 마스크를 쓴 채 걷거나 뛰는 시민의 모습이 보였다. 간간이 벗은 마스크를 손에 든 채 대화를 나누거나 산책하는 이들도 있었다.

“당분간은 써야죠”. 이날 만난 시민 대다수가 뉴스를 통해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소식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한동안은 계속 바깥에서도 마스크를 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29일 오전 서울 강서구 서울식물원을 찾은 시민.   사진=정진용 기자

“나 자신 위해 당분간 계속 쓰겠다”…방역 포기 비판도

마스크를 오랜 기간 착용해보니, 실보다 득이 많았다는 의견이 있었다. 이날 서울식물원에서 만난 양모(58)씨는 “물론 처음에는 마스크 착용이 답답하고 어색했다”면서도 “마스크를 쓴 뒤로는 감기에 한 번도 안 걸렸다. 병원을 하는 친구들도 감기 환자가 크게 줄었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양씨는 봄철 공기질이 좋지 않은데 어차피 마스크를 써야 하지 않냐고도 반문했다. 지난 27일 서울시 전역에는 황사 유입으로 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됐다. 전국 꽃가루 농도는 ‘높음’ 까지 올랐다. 양씨는 “이제 마스크 착용이 보편화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의무가 사라져도 당분간 밖에서도 계속 마스크를 쓸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다리를 다쳐 4개월간 병원에 입원했었다는 김정숙(76·여)씨는 “면역력이 약한 상태다. 코로나19에 걸리면 나만 손해다. 나 자신을 위해서라도 꼭 쓸 것”이라며 “실내에서는 계속 마스크를 써야 하는데 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지지 않겠나”라고 봤다. 

직장인 강모(35)씨는 호흡 곤란과 피로 등 코로나19 후유증을 겪고 있다. 그는 “아직 하루에 몇만 명씩 확진자가 나온다. 앞으로 병원에 가거나 치료받을 때 코로나19 확진자 본인 부담 비용도 높아진다는데 국가가 개인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게 아닌가”라며 “사실상 방역 포기”라고 비판했다. 코로나19 확진자, 완치자 200여명이 모인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도 “잔기침이 계속 나와 눈치가 보인다. 안 벗는 게 아니라 못 벗는다”, “당분간 계속 쓰겠다”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강서구 한 상점 출입문에 마스크 착용을 당부하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사진=정진용 기자

웃지 못하는 편의점 알바생들…마스크 스트랩 업체 “주문량 폭증”

편의점이나 상점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은 ‘방역 청개구리’를 우려했다. 슈퍼를 운영하는 오은혜(59·여)씨는 마스크 없이 슈퍼를 들어오는 손님을 대비, 항상 여분의 마스크를 구비해둔다. 오씨는 “하루 평균 손님을 100명 정도 만난다”면서 “손님과 나 자신을 위해서라도 실내외를 막론하고 한동안 철저히 착용할 계획”이라고 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오윤수(23·여)씨는 “가게 안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손님이 많았다”면서 “앞으로 실외 착용 의무가 풀리면 그런 손님이 얼마나 더 늘어날지, 일일이 또 어떻게 마스크를 써달라고 말해야 할지 걱정된다”고 털어놨다.

마스크 착용에 너무 익숙해져 버렸다는 시민도 많다. 김모(29·여)씨는 “이제는 마스크 없는 맨얼굴을 보는 게 어색하다”며 “그동안 화장을 거의 하지 않고 다녀서 편한 점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SNS상에서는 “평생 마기꾼(마스크와 사기꾼의 합성어·마스크를 쓰고 벗었을 때 외모가 사기 수준으로 차이 난다는 뜻)으로 살고 싶다”, “친구들의 하관이 어색하다”, “옷 안 입고 다니는 기분일 것 같다”, “표정관리 덜 해도 돼서 편했는데 아쉽다” 등 의견이 이어졌다.

마스크를 썼다 벗었다 하기 쉽도록 마스크 스트랩을 찾는 시민도 크게 늘었다. 마스크 스트랩은 마스크를 목걸이처럼 걸 수 있도록 귓부분 고무줄 2개를 서로 연결하는 용품을 말한다. 개당 2000원 정도에 마스크 스트랩을 판매 중인 한 업체는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이전 주문량을 하루 평균 100개라고 가정하면 이날 오전 방역 당국 발표가 나온 뒤 오후 2시까지 500~600개 정도로 뛰었다”면서 “특수를 맞은 것 같아 기쁘다”고 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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