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동 감독의 25년 작품 세계, 그리고 한국영화 [들어봤더니]

이창동 감독의 25년 작품 세계, 그리고 한국영화 [들어봤더니]

기사승인 2022-04-29 17:50:41
이창동 감독이 28일 오전 전북 전주시 고사동 중부비전센터에서 열린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 '이창동: 보이지 않는 것의 진실'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박효상 기자

한 프랑스 영화감독이 어느 한국 영화감독의 영화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이었다. 프랑스 감독은 이후에도 꾸준히 이창동 감독의 영화를 지켜보며 영화인을 넘어 예술인으로서 존경하게 됐다. 그는 이창동의 영화 예술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를 찍는다. 영화 ‘초록물고기’의 배경인 일산부터 ‘버닝’의 후암동까지 이창동 감독과 함께 영화 배경이 된 장소를 찾아다니며 영화 안팎의 이야기를 나누는 이 다큐멘터리 제목은 ‘이창동: 아이러니의 예술’이다.

다큐멘터리 제작을 알게 된 전주국제영화제는 이창동 감독의 특별전 ‘이창동: 보이지 않는 것의 진실’을 기획했다. 이창동 감독의 작품 세계를 중간 정리하는 의미로 기획된 이번 특별전을 통해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영화 ‘초록물고기’, ‘박하사탕’ 등 이창동 감독이 연출한 장편영화 6편이 모두 4K 디지털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상영된다. 또 알랭 마자르 감독이 연출한 이창동 감독에 관해 연출한 다큐멘터리 ‘이창동: 아이러니의 예술’과 이창동 감독의 첫 단편영화 ‘심장소리’도 세계 최초로 상영된다. 29일 오전 전북 전주시 중부비전센터에서 열린 특별전 ‘이창동: 보이지 않는 것의 진실’ 기자회견에서 이창동 감독과 문석 프로그래머에게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창동 감독과 문석 프로그래머가 28일 오전 전북 전주시 고사동 중부비전센터에서 열린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 '이창동: 보이지 않는 것의 진실'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박효상 기자

△ “25년이 됐군요”

이창동 감독 데뷔작 ‘초록물고기’가 개봉한 지 25년이 지났다. 이창동 감독은 한국영화가 힘든 시기였던 1997년 당시 이야기를 들려줬다. 어느 극장에 관객이 2명에 불과해 환불해주고 해당 회차를 상영하지 않았다는 얘기였다. 이 감독은 당시 이 소식을 들은 영화인들의 표정이 잊히지 않는다며 “그 이후 25년 동안 한국영화가 엄청나게 발전했다”고 말했다. 당시 ‘초록물고기’로 처음 밴쿠버 영화제에 갔을 때 아무도 관심 없던 한국영화가 많이 발전해 세계인들을 놀라게 한다는 얘기였다. 이 감독은 “지금은 한국영화 특별전을 짜지 못하면 영화제가 능력이 없는 것처럼 됐다”며 “저 역시 한국영화 귀퉁이에서 노력했다는 데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 “원래도 불편하지만 참 불편하게 만들어지겠구나”

처음부터 다큐멘터리에 참여할 생각은 없었다. 이창동 감독이 “사실 별로 하고 싶진 않았다”고 말하자 기자회견장에 웃음을 번졌다. 이준동 전주영화제위원장이 제작을 맡으며 한국에서 함께 촬영하게 됐다. 하지만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팬데믹이 변수였다. 알랭 마자르 감독이 한국에 올 수 없게 돼 온라인으로 대화를 나누며 작업할 수밖에 없었다. 이창동 감독은 “그렇지 않아도 불편한데 원격으로 하니까 더 불편하게 되어버렸다”며 “굉장히 어색하고 힘들었다”고 아쉬운 마음을 전했다. 또 자신의 영화에 대해 설명하는 내용으로 채워진 것 역시 아쉬워했다. 이 감독은 “감독이 자신의 영화를 설명하는 게 참 힘들다”며 “관객들이 좋게 받아들이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창동 감독이 28일 오전 전북 전주시 고사동 중부비전센터에서 열린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 '이창동: 보이지 않는 것의 진실'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박효상 기자

△ “전 1980년대에 작품 활동을 시작한 작가”

이창동 감독은 1980년대에 활동을 시작한 정체성을 25년 간 소설가와 영화감독으로서 작품 활동을 이어온 원동력으로 꼽았다. 현실에서 느끼는 부조리와 압박감을 강하게 느낄 수밖에 없었던 1980년대의 시대적 상황이 작가로서 창작작업에 반영됐다. 이 감독은 “쉽게 전달되는 메시지는 별로 크게 힘을 가질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극장을 나서는 순간 메시지가 끝날 거라고 생각하기 떄문”이라며 “더 오래 관객 속에 질문이 남고, 자신의 삶과 환경이 연결되도록 느끼게 하고 싶었다”고 작품 철학을 밝혔다. 또 보편성을 확보하는 것 역시 그에게 중요한 숙제였다. 이 감독은 “현실 이야기가 각자에게 보편적인 의미로 연결되길 바랐다”며 “어떤 환경에 있는 관객이든 그걸 넘어서 공유할 수 있는 보편적인 질문과 의미로 확장되기를 바랐다. 그러면 리얼리즘을 현실로 넘어서는 그 어떤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 “한국영화가 다른 나라 영화와 다른 점이 있다면…”

이창동 감독이 영화를 시작한 90년대와 지금은 한국영화의 위상이 많이 다르다. 이창동 감독 역시 외국에 나가면 한국영화에 대한 질문을 받는다. 그는 한국영화의 차별점을 두 가지로 설명했다. 하나는 다양성이다. 이 감독은 “한국영화의 감독들을 떠올려보면 색깔이 다 다르다”며 “이런 경우는 별로 없다. 일본영화나 중국영화는 어떨 것이라고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하지만 한국영화는 감독마다 색깔과 성격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또 하나는 역동성이다. 한국영화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다이나믹한 힘이 있다. 이 감독은 “영화뿐 아니라 드라마, K팝에서도 다른 나라 콘텐츠에서 볼 수 없는 다이나믹한 힘이 느껴진다”라며 “어쩌면 한국 사람들이 가진 정서적인 강렬한 힘, 힘든 사회 문제를 뚫고 살아오면서 생긴 생명력일 수도 있다. 부정적인 걸 넘어서 긍정적이고 총체적인 힘을 갖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전주=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이준범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