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저귀 없어 비닐로”…교황, 아조우스탈에 인도주의 통로 요구

“기저귀 없어 비닐로”…교황, 아조우스탈에 인도주의 통로 요구

기사승인 2022-05-01 21:48:15
아조우스탈 지하로 대피한 우크라 어린이들. 연합
프란치스코 교황이 우크라이나 마리우폴의 제철소 아조우스탈에 갇힌 민간인을 대피시키기 위해 인도주의적 통로를 열 것을 촉구했다. 아조우스탈은 러시아군에 맞선 최후 항전을 벌이고 있는 곳이다. 지난 30일(현지시간) 민간인 수십 명이 탈출한 바 있다.

1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성 베드로 광장에 모인 수천 명의 성도에게 “마리우폴이 심각하게 파괴됐다”고 개탄하며 인도주의적 통로를 열 것을 촉구했다. 교황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인간성의 끔찍한 퇴보로 규정하고 이 때문에 자신은 눈물을 흘리며 고통스러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개전 초기부터 마리우폴을 최우선 공략 목표로 삼고 포위 공격을 가했으나 마리우폴을 방어하는 우크라이나군 제36 해병여단과 아조우 연대는 아조우스탈을 거점으로 끝까지 항전 중이다.

아조우스탈 건물 지하에는 군인과 민간인 등 수백명이 피신해 있다. 물과 전기가 끊겨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타임스(NYT)는 피신한 주민들의 모습을 담은 영상을 이달 18일 이후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올리고 있다. 영상에는 어린 아이들은 비닐 봉투를 테이프로 붙여 만든 기저귀를 찬 채 눅눅한 방에서 자고 있다.   

한 중년 여성은 머리에 붕대를 감은 채 주변인들의 부축을 받으며 침상에 눕고 있다. 그는 과거 제철소 노동자의 유니폼으로 보이는 재킷을 입고 있다.

아이들의 애처로운 목소리도 담겼다. 아이들은 “집에 가고 싶어요”, “햇빛을 보고 싶어요”라며 목소리를 냈다.

지난 30일 러시아 국방부는 46명의 민간인이 두 개 그룹으로 나눠 아조우스탈을 탈출했다고 밝혔다. 아조우스탈을 방어하는 아조우연대 고위 관계자도 자신들이 운영하는 텔레그램 영상을 통해 어린이와 여성 등 20명의 민간인이 휴전 중 공장을 빠져나갔다고 전했다.

그러나 러시아 국방부와 아조우연대가 각각 아조우스탈을 탈출했다고 언급한 민간인들이 같은 사람들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아조우연대 관계자는 또 “이곳에 있는 부상자들은 대피하지 못했다”면서 “이들을 우크라이나가 통제하는 곳으로 데려가는 문제는 현재 논의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영상 메시지에서 “마리우폴에서 민간인들이 대피할 수 있도록 가능한 조치를 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련 시절 지어진 아조우스탈은 크고 복잡한 구조물로 돼 있어 러시아군의 폭격에도 지하 공간이 무너지지 않아 우크라이나군과 민간인들이 몸을 숨기고 있다. 아조우스탈 지하에는 수백 명의 민간인이 여전히 머물러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AP는 전했다.

손희정 기자 sonhj122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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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nhj122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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