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영, 아들 이어 본인도 ‘논문표절’ 의혹

정호영, 아들 이어 본인도 ‘논문표절’ 의혹

기사승인 2022-05-03 13:38:28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사진=임형택 기자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공저자로 참여한 논문에 표절 의혹이 제기됐다. 과거 정 후보자의 아들이 경북대학교 의과대학 편입 당시 활용한 논문도 표절 시비에 휘말린 가운데 정 후보자 본인의 연구윤리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는 양상이다.

3일 허종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표절 의혹이 제기된 정호영 후보자의 논문에 대해 전문가 자문 결과, 일부 논문의 경우 표절에 해당한다는 의견을 받았다”고 밝혔다. 허 의원실이 자문한 결과, 의학 분야 권위자로 꼽히는 A교수는 “2012년 논문은 비교 논문과 동일한 방법론을 다른 암 종류에 적용하여 수행하였기에, 비교 논문을 서론에서 인용하면서 연구배경으로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연구방법에도 소개하고 인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A교수에 따르면 영문초록의 연구 목적과 대상은 다르지만 결론은 동일하며, 결론이 같아도 문장은 반드시 다르게 써야 한다. 고찰 부분은 연구 결과를 토대로 결론으로 이르는 논리를 기술하는 부분이라 민감한 대목이기도 하다. 즉, 정 후보자의 2012년 논문 결론부가 표절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의원실에서 지적한 나머지 5건의 표절의혹 논문에 대해서도 A교수는 “문장 표절은 정도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거의 같아서 지적받을 대상인 것은 맞다”고 덧붙였다. 

정 후보자 논문 6편 13건 표절 의혹… 인용표시 부실

앞서 허 의원은 정 후보자가 공저자로 참여한 6건의 학술논문에서 총 13건의 표절 의심 대목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특히 문제가 된 2012년 논문은 정 후보자가 제2저자로 참여해 대한외과학회지(SCOPUS 등재)에 게재한 논문인 「Clinical significance of insulin-like growth factor gene polymorphisms with survival in patients with gastrointestinal stromal tumors」다.

이 논문은 당시 칠곡경북대학교병원 김종광 교수가 제6저자로 참여했는데, 김 교수가 2011년 제2저자이자 교신저자로 참여한 대한암학회지(Cancer Res Treat.) 게재 논문 「No Association of Insulin-like Growth Factor Gene Polymorphisms with Survival in Patients with Colorectal Cancer」의 요약, 선행연구, 연구방법론, 논의 등 논문의 전반적인 내용을 ‘부당한 중복게재’, 즉 자기표절한 대목이 8건이라는 것이 허 의원실의 분석이다.

이 외에도 표절, 자기표절 의혹이 제기된 5건의 학술논문은 2000년 2건, 2003년 1건, 2008년 1건, 2016년 1건 등이다. 정 후보자가 제2저자로 참여한 대한소화기학회지(SCOPUS 및 KCI 등재)의 2000년 논문 「위암 환자의 체중 변화와 예후」 ‘서론’의 4번째 문단은 1994년 발표된 같은 학회지 「위암환자에서 위절제후 체중변화」 논문 ‘서론’의 2번째 문장의 내용과 표현이 대부분 일치하고 있으나, 원문에 대한 인용 처리를 하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정 후보자가 제2저자로 참여한 대한암학회지(SCOPUS 및 KCI 후보 등재)의 2000년 논문 「인체 위암 조직에서 c-erbB-2 종양유전자의 증폭과 단백질 과발현」의 재료 및 방법 부분 ‘5)면역조직화학적 염색 및 판정’ 첫 번째 문단은 1999년 인제의학 「전립선암에서 p53 및 PSA 발현에 관한 연구」의 ‘Ⅱ. 연구대상 및 방법’ 중 ‘B. 면역염색’의 1, 2번째 문단의 세부적인 연구방법론과 내용이 거의 유사하나 역시 인용 처리를 하지 않았다.

정 후보자가 제2저자로 참여한 대한외과학회지(SCOPUS 등재)의 2003년 논문 「림프절 전이에 따른 조기위암의 예후」의 고찰 부분 2번째 문단 2번째 문장의 경우, 같은 학회지의 2001년 발표 논문인 「조기위암의 림프절 전이에 따른 치료성적 및 예후인자」의 고찰 부분 6번째 문장의 구조를 일부 변형하여 사용하면서 출처표시를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표절한 문장이 연구 결과 및 저자의 의견에 해당하기 때문에 단순 출처표시가 없는 표절보다 정도가 더 심각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2008년 정 후보자가 제4저자로 참여한 대한외과학회지(SCOPUS 등재)의 논문 「수술 후 조기 복강 내 화학요법을 시행받은 위암환자에서 p53 단백질 과발현과 생존율과의 관계」의 방법 부분 ‘3) 면역조직화학 염색법’의 1, 2번째 문단의 경우, 2003년 대한위암학회지 논문 「위암 환자에 있어서 p53 유전자 돌연변이, 종양 p53 단백질 과발현 및 혈청 p53 항체」의 방법 부분 ‘5)면역조직화학적 검사’의 문단과 대부분 동일하다. 두 논문은 당시 경북대 의대 교수인 유완식 교수가 모두 책임저자로 되어 있어 ‘부당한 중복게재’, 즉 자기표절에 해당한다. 

가장 최근 정 후보자가 제3저자로 참여한 2016년 대한암학회지(Cancer Res Treat.)의 「Chronological Changes of Quality of Life in Long-Term Survivors after Gastrectomy for Gastric Cancer」 논문 ‘Introduction’의 3번째 문단 중 5번째 문장은 Health and Quality of Life Outcomes(SCI-E 등재)의 2012년 논문 「Mapping EORTC QLQ-C30 onto EQ-5D for the assessment of cancer patients」 ‘Methods’의 ‘Data set and instruments’ 중 3번째 문단의 2번째 문장을 거의 똑같이 베꼈으나, 인용 처리를 하지 않아 표절에 해당한다.

정 후보자의 2012년 논문(왼쪽)과 대조 논문의 Discussion 일부분. 논의 부분 첫 번째 문장은 표현이 거의 유사하고, Given 이하 문장은 내용 완전히 동일하지만 출처표시가 없다. 허 의원실

“일반적 지식은 출처 없이 기재해도 표절 아냐”

정 후보자는 논문 및 연구와 관련된 의혹에 대해 “논문 내용과 표절의 개념에 대해 잘못된 이해에서 기인한 것으로 사실과 다르다”라고 보건복지부를 통해 반박했다.

2006년 제정된 ‘경북대학교 연구진실성위원회 규정’은 표절을 ‘일반적 지식이 아닌 타인의 독창적 아이디어 또는 창작물을 적절한 출처표시 없이 활용함으로써 제3자에게 자신의 창작물인 것처럼 인식하게 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후보자 측은 이를 근거로 “타인의 논문에 있는 내용을 출처표시 없이 기재하더라도 해당 내용이 일반적 지식이거나 자신의 연구내용이 타인 논문의 내용과 구분되는 경우 표절이라고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정 후보자의 2012년 논문에 대해서는 “후보자 논문은 비교 논문과 연구 대상 질환, 환자군이 상이해 서로 연관이 없는 논문”이라며 선을 그었다. 비교 논문은 IGF1(인슐린유사성장인자1)과 대장암과의 연관성에 대한 내용이고, 후보자 논문은 IGF1과 위장관 간질성 종양 간의 연관성을 연구한 것이기 때문에 두 논문을 비교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아울러 정 후보자 측은 “비교 논문 저자의 독창적 아이디어나 창작물을 활용한 것이 아니며, 후보자가 실제 참조한 논문은 본인 논문 내에 출처를 정확히 표기했다” 강조했다. 표절 의혹이 제기된 나머지 5건의 논문 역시 비교 논문 연구자의 독창적 견해가 아니라, 학계에서 널리 통용되는 일반적 지식에 해당하기에 표절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 정 후보자 측의 해명이다.

앞서 정 후보자의 아들은 2018년 의대 편입 전형 과정에서 제출한 논문이 표절이라는 의혹을 받았다. 해당 논문이 중국인 유학생의 석사학위 논문을 상당 부분 표절한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또한 A씨가 연구 참여도 및 근무시간 면에서 논문에 대한 기여도가 높았음에도 논문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고, A씨보다 기여도가 낮았던 정 후보자의 아들은 논문의 공저자로 이름을 올린 정황도 파악돼 ‘아빠 특혜’가 아니냐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대해 정 후보자 측은 학부생이 논문의 공저자로 이름을 올렸다는 사실만으로 특혜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타당치 않다고 밝혔다. 정 후보자의 아들이 재학 중이던 경북대 IT 대학 학부생이 참여한 논문은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총 322건으로, 학부생의 논문 참여가 흔히 있는 일이라는 것이다. 정 후보자 아들의 논문 기여도가 낮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후보자 아들이 제3저자 및 제4저자로서 논문 작성에 성실히 참여했다는 사실은 당시 지도교수의 인터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며 반박했다.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
한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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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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