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주도둑’ 잡아라...또 시작된 톡신업계 美법정 공방

‘균주도둑’ 잡아라...또 시작된 톡신업계 美법정 공방

기사승인 2022-05-03 17:05:21
충북 청주시 오송읍 메디톡스.   쿠키뉴스 자료사진

국내 보툴리눔 톡신 기업들의 해외 법정공방이 다시 시작됐다. 

대웅제약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소송전을 끝낸 메디톡스가 이번에는 휴젤과 휴젤의 미국 현지 법인 및 파트너사를 ITC에 제소했다. 

3일 메디톡스는 ITC가 2일 휴젤, 휴젤아메리카, 크로마파마(이하 휴젤 및 파트너사)에 대한 공식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ITC의 조사 착수 결정으로 휴젤의 불법행위가 낱낱이 드러나게 될 것”이라며 “이번 소송을 통해 지적재산권 보호뿐만 아니라, 음지에 고질적 병폐로 남아 있는 악의적 기술 탈취 행위를 바로 잡을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메디톡스는 자사 보툴리눔 톡신 제품의 핵심 기술인 균주를 절취하고 관련 영업비밀을 도용한 혐의로 지난달 30일 휴젤 및 파트너사를 ITC에 제소했다. 자사의 지적재산권을 보호한다는 취지로, 과거 대웅제약과 ITC 소송전을 시작했을 당시와 같은 이유다.

보툴리눔 톡신의 균주는 1g 수준의 극소량도 대량 살상력을 지닌 화학무기로 사용될 수 있는 치명적인 독소다. 이를 희석해 의약품으로 제품화한 것이 이른바 ‘보톡스’로 불리는 보툴리눔 톡신 제제다. 제품은 인체에 투약할 수 있을 만큼 대폭 희석된 상태이기 때문에 이를 통해 역으로 균주를 추출해 얻어내기는 불가능하다. 균주를 가진 선두 기업으로부터 기술을 수입하거나, 자체적인 연구를 통해 균주를 개발 및 배양해야 한다.

메디톡스, 휴젤, 대웅제약은 각각 국내 보툴리눔 톡신 제제 시장의 1~3위를 다투는 대표 기업이다. 메디톡스는 ‘메디톡신’과 ‘이노톡스’등의 제품으로 국내 판매 중이며, 메디톡신은 ‘뉴로녹스’라는 상표로 우크라이나, 말레이시아 등 해외 시장에 진출했다. 휴젤의 대표 제품 ‘보툴렉스’는 ‘레티보’라는 상품명으로 북미와 유럽 시장 진출을 앞뒀다. 대웅제약의 대표 제품 ‘나보타’는 ‘주보’라는 상표로 미국에 출시된 상태다. 

메디톡스 측은 ITC에 휴젤이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균주와 제조공정 등 영업비밀을 도용해 보툴리눔 톡신 제제를 개발 및 생산했고, 이를 미국에 수출하려 한다고 소장을 통해 피력했다. 특히, 도용한 기술에 기반해 개발됐다는 점을 들어 휴젤의 톡신 제제를 ‘불법 의약품’으로 규정했다. 휴젤의 톡신 제제에 대한 미국 내 수입금지 명령, 판매금지 명령, 마케팅 및 광고의 중지 등도 요청했다.

승패와 별개로 소송전으로 인해 두 기업은 막대한 비용 리스크를 감수하게 됐다. 앞서 대웅제약은 지난해 1분기 재무제표에 메디톡스와 ITC소송 및 합의 관련 비용 582억원이 일시 인식되면서 순이익 233억원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휴젤은 아직까지 미국 시장에 제품을 출시하지 않아 본격적으로 현지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 상황인데, 소송비용만 지출하게 되는 불리한 상황인 셈이다.  
 
반면 메디톡스는 소송비용으로 인한 경영 악화는 없을 것이라며 자신하고 있다. 익명의 글로벌 소송 및 분쟁 해결 전문 투자회사로부터 소송비를 전액 지원받는다는 것이 메디톡스 측 계획이다. 투자회사가 당사자 대신 소송 비용을 부담하고, 승소 이후 배상액의 일정비율을 받는 방식이다. 소송에서 이기지 못할 가능성을 고려하면, 메디톡스 측도 리스크 부담이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

휴젤은 승소를 자신하고 있다. ITC가 조사에 착수했다는 사실은 메디톡스 측 주장의 진위와 아무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휴젤 측은 “조사 요청에 따라 통상적으로 진행되는 절차일 뿐, 메디톡스의 주장에 어떠한 근거가 있음을 전제로 하는 것이 전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제품의 품질로 선의의 경쟁을 하지 않고, 거짓 주장과 편법을 일삼는 비정상적인 경영으로 국내 보툴리눔 톡신 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메디톡스의 허위 주장이 밝혀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오히려 ITC의 조사를 반겼다.

휴젤은 “미국 시장 진출 과정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며 “ITC의 조사에 필요한 모든 법적 절차에 성실하고 적극적으로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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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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