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KB증권·신한금융투자·하나금융투자 등 4대 금융지주 산하 증권사의 올 1분기 영업실적이 크게 감소했다.
NH투자증권은 금리 인상으로 인한 채권 손실로 순이익이 102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0.3% 줄어들었다. 영업이익은 1618억원으로 56.8%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수수료 수익은 지난해 보다 31.8% 감소했고 금리 상승 영향으로 인한 운용 수익 및 관련 이자 수지가 73.6% 감소했다.
KB증권의 순이익과 영업이익은 1159억원, 1511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각각 47.9%. 47.8% 급감했다. LG에너지솔루션 기업공개로 기업금융(IPO) 수수료가 76.1% 증가했으나 수탁 수수료(-43.7%) 및 금융상품 수수료(-17.1%) 감소로 총 순수수료 수익이 8.6% 줄었다.
신한금융투자의 1분기 순이익과 영업이익은 1045억원, 1376억원으로 1년 전보다 각각 37.8%, 32.0% 줄었다. 신한금투는 “금리 상승에 따른 상품 매매익 감소와 큰 폭의 거래대금 감소로 위탁 수수료가 부진했다”고 설명했다.
하나금융투자는 1분기 순이익(지배기업 지분 순이익 기준)이 1193억원으로 집계돼 작년 동기 대비 12.75% 감소했다. 다만 영업이익은 123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5.71% 증가했다.
이들 증권사의 수익이 급감한 건 주식 거래대금이 줄면서 증권사의 위탁 수수료가 줄었기 때문이다. 1분기 국내 주식 거래대금은 19조7739억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33조3505억원) 40.7% 급감했다.
최근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채권 가격이 하락해 운용 손실이 발생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그간 증권사들은 저금리 기조 속에서 채권 보유 규모를 꾸준히 늘려왔다. 그러나 올해부터 시작된 대내외적인 긴축 기조에 채권 운용 실적이 급락하고 있다.
반면 지방금융의 증권 계열사는 주식시장 침체에 크게 영향받지 않았다. 이들 증권사가 선제적으로 기업금융(IB) 기여도를 높였던 때문이다.
BNK금융지주의 자회사인 BNK투자증권은 1분기 영업이익 471억원, 순이익 345억원을 기록해 지난해보다 각각 20.9%, 9.5% 증가했다. 위탁수수료 수익(주식위탁매매 수익 포함)이 전년 대비 33.8% 줄어든 92억원을 기록했지만, 전체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아 타격이 작았다.
BNK투자증권은 지난해 5월 장외파생상품업 인가로 부동산 PF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면서 1분기 금융 자문 수수료로만 593억원을 벌어들였다. PF 보증 수수료가 대부분으로 지난해 1분기 269억원 대비 120%가량 급증했다.
BNK투자증권 관계자는 “매입 확약 형태의 부동산 PF 사업을 할 수 있게 되면서 전체 매출에서 IB 부문의 비중이 60% 이상 올라갔다”면서 “금리 인상으로 채권 부문의 이익이 좋진 않았지만 타 증권사에 비해 보수적으로 운영해 손실이 적었다”고 말했다.
DGB금융 내 하이투자증권의 순이익은 349억원으로 전년 동기(401억원)보다 13% 감소했다. 직전 분기(338억원)와 비교하면 3.2%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518억원)보다 5% 줄어든 493억원이다. 국내 주요 금융 그룹(KB·신한·하나·NH) 계열 증권사의 올해 1분기 순이익이 평균 약 40% 줄어든 것에 비해 선방한 셈이다.
하이투자증권은 최대 강점 분야인 IB와 부동산 PF 부문의 수익 규모 확대로 손실을 만회했다고 설명했다. 1분기 IB와 PF 부문에서 820억원의 순영업수익을 올렸다. 이는 전전 대비 51%가량 증가한 수치다. LG에너지솔루션 기업공개(IPO) 인수단에 참가했으며 LG디스플레이와 현대중공업지주, SK실트론 등 공모채 인수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하이투자증권 관계자는 “시장 변동성 확대에 따라 어려운 영업 환경이 지속됐지만, 주요 사업 부문인 IB와 PF 부문의 호조로 수익 규모를 유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비은행계열 증권사인 메리츠증권도 부동산 PF 수익과 채권 리스크 관리로 역대급 실적을 실현했다.
메리츠증권은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이 282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4% 증가했다. 지난 2018년 1분기를 시작으로 17분기 연속 1000억원이 넘는 당기순이익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영업이익과 세전이익은 각각 3769억원, 380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2.4%, 32.0% 늘었다. 이들 모두 분기 기준 사상 최대실적으로 집계됐으며, 분기 기준으로 창사 이래 처음으로 3000억원을 돌파했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올해 1분기 금융시장이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기업금융(IB)과 금융수지 부문에서 고른 실적을 달성했다”면서 “특히 트레이딩 부문에서 채권금리 상승에 대비한 포지션 관리로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비상장사 투자 수익 등으로 사상 최대실적을 견인했다”고 말했다.
메리츠증권의 IB 수수료 수익은 1246억원으로 전년 대비 1.8% 증가했다. 자산운용에선 전년 대비 33.6% 늘어난 2309억원을 벌어들였다. 비상장사와 해외 에너지 투자 수익이 각각 900억원, 500억원씩 반영됐다.
손희정 기자 sonhj122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