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국정과제 “보건의료 현장 외면” “추상적”

尹정부 국정과제 “보건의료 현장 외면” “추상적”

기사승인 2022-05-05 07:00:02
서울 종로구 소재 한 대학병원 의료진들.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박효상 기자

윤석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가 제시한 국정과제에 보건의료 현장의 요청이 반영되지 않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의료 공공성 강화, 의료 종사자 처우 개선 등 지난 2년간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중요성이 확인된 과제들은 소외됐고, 디지털 기술과 데이터 활용 산업에만 관심을 두고 있다는 지적이다.

인수위는 3일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를 통해 향후 국정 운영의 기본으로 삼을 중장기 목표를 밝히고 국익, 실용, 공정, 상식 등 4개 원칙을 명시했다. 110개 국정과제는 △상식이 회복된 반듯한 나라 △민간이 이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 경제 △따듯한 동행, 모두가 행복한 사회 △자율과 창의로 만드는 담대한 미래 △자유, 평화, 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 국가 등 5개 분야에 걸쳐 구분했다. 보건의료 현안과 관련된 국정과제는 모든 분야에 산발적으로 제안됐다. 

‘감염병 대응체계 고도화’ 과제는 현재까지 방역 당국의 전략과 크게 다르지 않은 내용을 담았다.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선진적 감염병 대응 체계 구축 목표가 강조됐다. 백신 이상반응에 대한 국가 책임을 강화하고, 방역 통합 정보 시스템과 감염병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해 유행 예측과 위험 분석 역량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의료체계 재정비에 대해서는 △코로나19 환자와 비(非)코로나 환자를 모두 일반 의료체계에서 관리하는 방안 △중장기적 위기에 대비한 중앙감염병병원 중심의 의료대응 시스템 마련 등이 제시됐다. 그동안 의료계 현장의 고질적 문제로 지적됐던 인력 확보 방안은 ‘전문 의료인력 양성 및 교육 강화, 감염병 대응 공공의료 인프라 확충’이라는 추상적인 선언에 그쳤다.

백신과 치료제는 미래 먹거리로 꼽았다. ‘바이오·디지털 헬스 글로벌 중심국가 도약’ 과제는 감염병 위기를 계기로 급격히 부상한 바이오헬스 산업을 수출 주력산업으로 육성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코로나19 이후 새롭게 등장할 감염병에 대비해 국제 협력을 강화하고, ‘초고속 백신·치료제 개발 전략’을 수립해 이를 뒷받침하는 법률까지 제정한다는 것이다.

대규모 자본 투자와 데이터 개방도 예고했다. 혁신신약 개발을 위해 정부 주도로 메가펀드를 조성하고, 바이오헬스 규제 샌드박스를 활용해 혁신을 돕겠다는 목표다. 아울러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에 대한 근거법과 제도적 기반을 마련할 방침이다. 보건의료 정보 빅데이터를 구축·개방해 산업계의 연구·개발과 서비스에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보건의료 정보는 개인정보 보호 이슈로 인해 접근과 활용이 어려웠는데, 이를 손보겠다는 계획이다.

이같은 의료체계 개선안과 산업 육성안은 앞서 발표된 ‘코로나19 비상대응 100일 로드맵’에 담긴 내용의 연장선이다. 인수위는 지난달 27일 로드맵을 공개하면서 호흡기전담 클리닉 4000개소, 상시 입원 가능한 긴급치료병상 1400병상, 특수환자를 위한 긴급병상 300병상을 확충한다는 목표를 밝혔다. 하지만 구체적인 추진 계획, 소요 비용, 완수 시점 등은 언급하지 않았다. 건강정보·진료정보·예방접종 정보 등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코로나19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해 활용한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인수위표 국정과제는 보건의료계의 빈축을 샀다. 현장 종사자들이 호소했던 어려움에 대한 해결책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국정과제로 언급된 인력 양성과 공공의료 인프라 확충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담기지 않았으며, 보건의료 분야를 수익 창출 수단으로 여기고 있다는 우려다.

의료연대본부는 인수위의 국정과제를 ‘알맹이 없는 보건의료 국정과제’로 규정하며 국민의 건강권보다 의료상업화를 강조했다고 비판했다. 의료연대본부는 “윤 당선인은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보건의료분야에 있어 병원노동자들의 질의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며 “코로나19 시기 모든 국민의 공감대를 형성했던 공공병상 확대, 간호인력 확충 등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없고, 민간병원 육성과 의료상업화 정책들로만 채워져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보건의료 데이터 개방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의료연대본부는 “건강관리서비스, 데이터 산업과 같은 것들은 환자의 감염병 진료기록, 정신과 진료기록, 가족력·유전병에 대한 정보, 성병, 임신중절 경험 등 민감한 개인 건강정보들을 활용해 상품화를 하겠다는 이야기”라며 “이는 제약회사, 의료기기회사, 민간보험회사, 통신회사 등의 오랜 숙원사업이기 때문에 (기업들이) 달려들 것이고, 결국 국민의 의료정보가 기업들의 배를 불리는 돈벌이 수단으로 활용될 것”이라며 날을 세웠다.

무상의료운동본부 역시 “(인수위의 계획에) 공공병상과 인력 확충 계획이 전혀 없다”며 “중앙감염병전문병원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건립한다지만, 전문의료인력을 어디에서 어떻게 확보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민간중심의 의료체계를 개선하기는커녕, 오히려 민간 지원을 더 늘리는 방향이며, 보건의료빅데이터 민간 제공과 같은 의료 민영화 꼼수도 끼워 넣었다”고 비판했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의료 민영화를 저지한다는 목표로 보건의료인 단체와 시민사회단체들이 조직한 연합체다.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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