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구의 몇 가지 얼굴들

손석구의 몇 가지 얼굴들

기사승인 2022-05-28 06:00:37
그래픽=이해영 디자이너

쌍꺼풀 없는 서늘한 눈, 속내를 알 수 없는 무심한 표정. 무심하게 툭 던지는 말들. 최근 JTBC ‘나의 해방일지’ 구씨와 영화 ‘범죄도시2’의 강해상으로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는 손석구는 새로운 유형의 배우다. 그의 연기는 날것처럼 마음속을 파고들어 묘한 여운을 남긴다. 어떤 역할을 맡아도 캐릭터에 자연스럽게 동화된다. 지금에서야 발견된 손석구는 그동안 여러 작품에서 다양한 인물을 연기해왔다. 매서운 악인부터 여심을 사로잡은 인물까지 손석구가 지나온 몇 가지 얼굴들을 되짚어봤다. 


악한 얼굴을 보려면, tvN ‘마더’
(2018)

- 어떤 이야기야? 상처받은 소녀 혜나(허율)를 구해내기 위해 그의 엄마가 되기로 한 수진(이보영)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
- 손석구는… 혜나 친모 동거남 설악 역.
- 어떤 역할이야? 아이를 상습 폭행하고 학대하던 악인이다. 반전은 있다. 어린 시절 학대당했던 트라우마를 갖고 자신 역시 아이를 학대하는 어른이 됐다. 적은 분량에도 서늘하고 매서운 눈빛 연기로 강렬한 첫 인상을 남겼다. 손석구의 싸늘한 얼굴부터 상처를 간직한 눈빛까지 볼 수 있다.
- 어디서 볼 수 있어? 티빙(TVING)에서 서비스 중.
- tmi: 손석구의 국내 드라마 데뷔작이다. 2016년 한·불 합작영화 ‘블랙스톤’으로 연기에 첫 도전한 뒤 2017년 넷플릭스 드라마 ‘센스8 시즌2’로 정식 데뷔했다.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그는 ‘마더’ 이후 인지도가 생기기 시작했다.

tvN ‘마더’ 캡처, tvN ‘60일, 지정생존자’ 스틸컷

냉철한 카리스마, tvN ‘60일, 지정생존자’(2019)

- 어떤 이야기야? 국회의사당 폭탄테러로 대통령을 잃은 대한민국에서, 환경부 장관 박무진(지진희)이 60일 동안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수행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드라마
- 손석구는… 비서실 선임 행정관 차영진 역
- 어떤 역할이야? 냉철하고 과묵하되 굳건한 신념을 지키는 인물이다. 이기는 정치에 집착하던 그는 박무진의 진정성을 보고 그를 좋은 리더로 확신, 진심을 다해 헌신한다. 늘 차갑고 차분한 차영진이지만, 극이 진행될수록 슬픔과 분노, 무력감을 드러낸다. 손석구의 절제하는 감정 연기를 볼 수 있다. 지진희, 이무생과 호흡도 관전 포인트. 얼핏 지쳐 보이는 얼굴 너머로 강직한 정의로움을 만나볼 수 있다.
- 어디서 볼 수 있어? 티빙(TVING), 넷플릭스(NETFLIX)에서 서비스 중.
- TMI: 손석구는 ‘60일, 지정생존자’의 코미디 버전 대본을 집필한 경험이 있다. 방송 전 열렸던 제작발표회에서 손석구는 “드라마 출연진 그대로 코미디 대본을 쓰고 있다”면서 “행사가 끝나면 대본 리딩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출을 맡은 유종선 감독은 그를 “정말 위트 있는 배우”라고 평했다.

괴짜 매력에 빠지려면, JTBC ‘멜로가 체질’(2019)

- 어떤 이야기야? 서른 살 여자 친구들의 고민과 연애, 일상을 그린 코믹 드라마
- 손석구는… 안하무인이지만 이타적인 CF 감독 상수 역
- 어떤 역할이야? 예상 못할 매력으로 가득한 인물이다. 촬영장에서 버럭 소리 지르며 번 돈으로 기부와 봉사활동을 한다. 허를 찌르는 괴짜 기질도 보여준다.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라며 상대의 눈에 술잔을 가져다 대는 장면이 대표적. 예측 불가한 매력으로 가득하다. 손석구의 장난스러운 모습부터 자연스러운 일상 표정을 볼 수 있다.
- 어디서 볼 수 있어? 티빙(TVING), 넷플릭스(NETFLIX)에서 서비스 중.
- TMI: 당초 손석구는 특별출연에 불과했다. 그가 출연한 장면이 회자되고 인기를 얻으며 분량이 대폭 늘어났다. 무심한 다정함과 ‘똘끼’를 오가는 손석구가 궁금하다면 ‘멜로가 체질’, KBS2 ‘최고의 이혼’과 영화 ‘연애 빠진 로맨스’를 필히 보시라. 그의 반전 매력을 엿볼 수 있다.

JTBC ‘멜로가 체질’, ‘나의 해방일지’, 영화 ‘범죄도시2’ 스틸컷. 삼화네트웍스, 스튜디오피닉스·초록뱀미디어·SLL, ABO엔터테인먼트

인생 캐릭터를 만나려면, JTBC ‘나의 해방일지’(2022)

- 어떤 이야기야? 경기도 에 사는 삼남매가 행복을 찾아가는 드라마.
- 손석구는… 베일에 싸인 구씨 역
- 어떤 역할이야? 미스터리하고 늘 무기력하다. 조용히 자리만 지킨다. 그에 대해 알려진 바는 전혀 없다. 자신의 세계를 전혀 보여주지 않는 그는 언제나 고립돼 있다. 하지만 옆집 여자 염미정(김지원)이 불쑥 건넨 “날 추앙해요”라는 말이 그를 바꿨다. 묵묵히 그 제안을 받아들인 그는 이를 기점으로 세상과 소통을 시작한다. 구씨로 인생 캐릭터를 얻었다는 반응이 나왔다. 고독하면서도 담담한 매력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
- 어디서 볼 수 있어? 티빙(TVING)에서 서비스 중.
- TMI: 김석윤 감독은 손석구의 얼굴이 가진 양면성을 보고 그를 캐스팅했다. 손석구는 “김석윤 감독과 호흡은 10점 만점에 10.38점 정도다. 0.38은 티스푼 정도 되는 나만의 감성”이라고 자평했다. 그는 구씨를 더욱 잘 표현하기 위해 구제시장에서 헌 옷을 사 락스물에 담궈 낡은 질감을 연출했다. 100만원 넘는 명품 셔츠를 일부러 오염시켜 남루한 느낌을 내는 등 캐릭터를 살리기 위해 세세한 노력을 기울였다.

가장 센 악역을 마주하려면, 영화 ‘범죄도시2’(2022)

- 어떤 이야기야? 마석도(마동석)를 중심으로 뭉친 금천경찰서 강력반 형사들이 강해상(손석구)을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을 그린 영화.
- 손석구는… 잔혹한 범죄 행각을 벌이는 강해상 역
- 어떤 역할이야? 해외에서 한국 관광객을 납치, 살해하는 극악무도한 악당이다. 같은 편을 배신하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베트남과 한국을 오가며 악행을 저지르다 마석도와 결투를 벌인다. 절대 악을 표방한 만큼 사나운 맹수 같은 손석구의 얼굴을 만나볼 수 있다.
- 어디서 볼 수 있어? 현재 극장 상영 중.
- TMI: 손석구는 당분간 악역을 그만할 거면 마지막으로 가장 센 악역을 해보자는 생각을 갖고 강해상 역을 맡았다. ‘울분’이라는 단어를 염두에 두고 캐릭터를 준비했다. 거뭇한 피부색을 위해 1년간 피부를 검게 그을렸고, 몸무게도 10㎏ 증량했다. ‘나의 해방일지’와 ‘범죄도시2’가 쌍끌이 흥행 중이나, 차기작 촬영으로 인해 필리핀에 체류하느라 인기를 실감하지 못한단다. 다음달 1일 귀국해 다음날부터 국내 무대인사에 합류할 예정이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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