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단계 높아진 원숭이두창…아시아만 남았다

위험단계 높아진 원숭이두창…아시아만 남았다

23개국 417명 발생…영국·스페인 세 자릿수
전문가 “국내 확진자 발생, 시간 문제…방역 인력 백신 접종 필요”

기사승인 2022-05-31 06:03:01
국제 통계 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ourworldindata)에 따르면 지난 28일 기준으로 원숭이두창 환자는 23개 국에서 417명이 발생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원숭이두창’ 감염병 위험 단계를 2단계인 ‘보통’(moderate)으로 격상했다. 전세계에서 원숭이두창 확진자는 400명을 넘겼다. 당분간 증가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는 방역당국이 원숭이두창 백신 확보에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29일(현지시간) WHO는 원숭이두창이 일반적으로 발생하지 않는 국가에서 잇따라 사례가 보고되자 감염병 위험 단계를 올리고 “원숭이두창 바이러스가 중증질환자나 어린이 등 고위험군으로 확산되거나 인간병원체(human pathogen)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보인다면 ‘높은 위험’(High) 수준으로 올라갈 수도 있다”고 밝혔다.

WHO는 감염병 위험 단계를 ▲1단계인 ‘낮은 위험’(Minimal Risk) ▲2단계인 ‘보통 위험’(Moderate) ▲3단계인 ‘높은 위험’(High) ▲4단계인 ‘매우 높은 위험’(Critical)으로 나눈다.

국제 통계 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28일 기준 전세계에서 원숭이두창 확진자가 417명 발생했다. 원숭이두창은 영국에서 지난 7일 첫 사례가 보고된 이후 한 달도 안 되어 미국, 호주, 아랍에미리트 등 23개국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다. 아시아를 빼고 전 대륙에서 모두 발병한 셈이다. 

확진자가 가장 많이 나온 국가는 영국과 스페인(106명)이다. 3주 전까지만 해도 확진자가 한 명도 없었던 포르투갈(74명), 캐나다(26명), 독일(21명), 프랑스(16명), 미국(12명), 네덜란드(12명) 모두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가 지난 24일 해외감염 사례가 나오고 있는 원숭이두창 국내 유입 방지를 위해 감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해외입국자를 안내하고 있는 의료진. 연합뉴스

원숭이두창은 중앙아프리카와 서아프리카 일부 국가의 풍토병이다. 사람 두창과 유사하지만 전염성과 중증도는 낮다. 1970년 콩고에서 첫 인간 감염이 보고됐다. 의심 증상은 38도 이상 발열, 오한, 두통에 더불어 얼굴을 시작으로 손, 발에 나타나는 수두와 비슷한 수포성 발진이다. 잠복기는 2~4주다. 호흡기가 아닌 밀접한 신체 접촉으로 전염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원숭이두창은 공기 중 전염이 이뤄지지 않는다”면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와 다르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처럼 변이 바이러스가 나타날 가능성은 있을까. ‘낮다’는 게 WHO 판단이다. 로자먼드 루이스 WHO 긴급 대응 프로그램 천연두 사무국장은 “변이가 있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면서 “유사 종인 ‘진성두창바이러스’류의 경우 변이하지 않고 매우 안정된 경향을 보인다”고 언급했다.

방역당국은 이미 2016년에 ‘원숭이두창 진단검사법 및 시약’ 개발과 평가까지 완료해 검사체계를 구축했다는 입장이다. 질병청에 따르면 이 검사법은 실시간 유전자검사법(RT-PCR)을 이용한 방법으로 100개 정도 수준 규모 미량의 바이러스까지 검출 가능한 검출민감도를 갖고 있다.

사람 두창 백신은 원숭이두창에 85% 교차면역 효과가 있다. 질병청은 3502만명분을 비축하고 있다. 다만 생물테러에 대비해 비축해놓은 백신이기 때문에 질병청은 이 백신을 사용할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또 사람 두창 백신은 개발된지 오래된 데다가 접종 방법이 까다롭고 부작용 위험도 높다.

이에 방역당국이 원숭이두창 백신 확보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덴마크 바이오업체 ‘바바리안 노르딕’은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원숭이두창 백신을 생산하는 곳이다. 이 백신은 유럽에서는 ‘임바넥스’, 미국에서는 ‘진네오스’로 불린다. 3세대 백신으로 알려져 기존 사람 두창 백신보다 부작용 위험이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과 스페인 등 일부 국가는 이미 원숭이두창 백신 구매에 뛰어들었다.

천병철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대만, 한국, 일본, 홍콩 등 아시아 국가들은 코로나19가 미국이나 유럽 국가에 비해 늦게 유행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아직도 높은 수준으로 이행하고 있다. 아직 원숭이두창 확진 사례가 나오지 않은 것에 어느정도 영향을 줬을 수 있다”면서 “하지만 아시아 권역도 곧 확진자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국민까지는 필요 없지만 의료인이나 역학조사요원 등 방역과 관련된 이들에게는 원숭이두창 백신 예방접종이 필요하다”면서 “방역당국이 얼마나 빨리 움직일지는 모르겠지만 물량을 어느 정도 확보해서 필요할 때 사용 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역당국은 원숭이두창 국내 도입 필요성을 검토 중이다. 이형민 질병관리청 신종감염병대응과장은 지난 26일 ”진네오스의 국내 도입 필요성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논의가 진전됐을 때 추후 정보를 공개하겠다”고 알렸다.

원숭이두창 확진자는 앞으로도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실비 브라이언드 WHO 국제감염위험대책 국장은 “우리가 빙산의 정점을 보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지역 사회에서 발견되지 않은 사례가 더 많은지 알 수 없다”면서도 “일반인이 걱정해야 할 질병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원숭이두창이 코로나19만큼 전염성이 있거나 치명적이지 않고, 관련 치료제와 백신이 존재한다는 이유에서다. 이어 “빨리 적절한 조치를 취하면 손쉽게 억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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