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은 확실히 즐거운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 [쿡리뷰]

눈은 확실히 즐거운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 [쿡리뷰]

기사승인 2022-05-31 09:00:02
영화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 스틸컷. 유니버설 픽쳐스 

이름값 한다. 볼거리만은 확실하다. 깊이 생각할 필요도 없다. 할리우드 자본의 맛을 느끼고 싶다면 좋은 선택이다. 인간과 공룡의 공존이라는 새로운 메시지도 눈에 띈다. 하지만 메시지로 끌고 가는 줄기는 다소 빈약하다.

영화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감독 콜린 트레보로우)은 세상 밖으로 나온 공룡으로 인해 위기를 맞은 인간이 벌이는 사투를 다룬다. 이야기는 두 갈래로 진행된다. 공룡 조련사 오웬 그래디(크리스 프랫)와 공룡 보호에 힘쓰는 클레어 디어링(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은 위협 속에서도 공룡과 공존을 꿈꾼다. 이들은 지구 상에 존재하는 유일한 복제인간 메이지 록우드(이사벨라 써먼)를 보호하는 데 헌신한다. 메이지 록우드는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며 반항하다 누군가에게 납치당한다. 이 가운데 고식물학자 엘리 새틀러(로라 던) 박사와 고생물학자 앨런 그랜트(샘 닐) 박사는 최근 미국 농가에 피해를 입히는 메뚜기 떼에 특이점을 발견하고 의혹을 풀기 위해 의기투합한다. 

포장지가 화려한 영화다. 포장지의 역사부터가 오래됐다. 1993년 시작된 ‘쥬라기 공원’ 시리즈부터 축적된 경험은 무엇에도 비할 수 없다. 147분간 공룡 27마리가 스크린에서 현실감 있게 뛰논다. 표정 근육 하나하나가 생동한다. 갸우뚱하며 느리게 눈을 깜빡이기도 한다. 실제로 공룡이 있다면 이럴 것 같다는 느낌을 준다. 몰입감이 여기서 커진다. 공룡과의 카 체이싱 장면은 이 영화의 백미다. 공룡의 위협적인 입질과 재빠른 뜀박질을 완벽하게 구현해냈다. 이를 담아내는 카메라 워킹도 일품이다. 손에 땀을 쥐며 들썩이게끔 하는 몰입감을 가졌다.

영화 ‘쥬라기월드: 도미니언’ 스틸컷. 유니버설 픽쳐스 

보는 재미만 있는 건 아니다. 영화 시작과 끝을 ‘공존’이란 주제가 관통한다. 인간과 공룡의 공존이 가능한지, 그 과정에서 공룡은 어떻게 생존해야 하는지는 영화가 풀어가는 주요한 질문들이다.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고 공룡을 되살려낸 인간이 감수해야 할 대가는 크다. 영화는 인간 세상을 침범한 공룡들의 파괴적인 모습을 비추면서도, 공룡을 이용해 돈벌이로 삼으려는 인간 사회의 어두운 면을 조명한다. 인간이 어디까지 유해해질 수 있는지도 보여준다. 메시지를 드러내는 방식은 직설적이다. 영화는 러닝타임 동안 자연을 존중하고 자연과 공존하려는 태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끊임없이 상기시킨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은 다소 평면적이다. 등장인물들이 행동하는 이유가 잘 이해되지 않는 장면이 여럿이다. 허술한 설정도 많다. 개연성이 떨어져 전개에 균열이 생긴다. 공룡의 존재감이 이야기를 압도해버리는 순간도 여럿이다. 이 같은 한계점은 시리즈 사이 연결성을 공고히 하는 것으로 만회한다. 영화는 ‘쥬라기 공원’ 등장인물을 배치시키고 ‘쥬라기 월드’ 시리즈와의 연속성을 보여주며 시리즈의 정체성을 뚜렷하게 부각한다.  

쥬라기 시리즈의 팬이라면 이번 영화는 여러 가지로 볼 만한 구석이 많다. 제작진이 공룡 연출에 공들인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공룡 바디 전체를 CG가 아닌 실제 모형으로 구현한 딜로포사우루스나, 애니메트로닉스(공기압이나 전기로 움직이는 로봇)로 구현한 거대 메뚜기 등이 화면에서 실감 나는 활약을 펼친다. 컴퓨터 그래픽은 최소화했다. 시리즈 사상 최다 규모인 112개의 세트장을 동원하고 촬영 로케이션을 적극 활용해 광활한 영상미를 효과적으로 담아냈다.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하기에 충분한 작품이다. 모든 생명체가 더불어 살아가는 공존의 가치를 공룡과 함께 느껴보는 것도 괜찮은 경험이다. 다음 달 1일 전 세계 최초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47분. 쿠키 영상 없음.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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