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평론가들이 영화 ‘헤어질 결심’(감독 박찬욱)에 준 종합 평점은 3.2(4점 만점)다. 제75회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19편 작품 중 가장 높은 점수다. 영화에 대한 좋은 평가는 박찬욱 감독의 세 번째 칸영화제 수상(감독상)으로 이어졌다. 히치콕 영화 같다고 평한 외신도 있었고, 이전 박찬욱 감독 영화와 달라졌다는 얘기도 나온다. 영등위로부터 ‘15세 이상 관람가’를 받으며 영화 ‘사이보그지만 괜찮아’ 이후 16년 만에 ‘청소년 관람불가’가 아닌 박찬욱 감독 영화를 보게 됐다. 2일 오전 서울 청계천로 JW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에서 열린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박찬욱 감독과 배우들에게 ‘헤어질 결심’이 어떤 영화인지 들어봤다.
△ “형사가 나오는 로맨스 영화”
박찬욱 감독은 영화 ‘친절한 금자씨’ 이후 매 작품 함께하는 정서경 작가와 만나 어떤 영화를 만들지 백지상태에서 고민을 시작했다. 박찬욱 감독이 이야기한 소재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스웨덴의 경찰 ‘마르틴 베크’ 시리즈였다. 고등학생 때 10권 중 1권을 읽었던 소설을 다시 읽은 박찬욱 감독은 속이 깊고 상대를 배려하는 신사적인 형사가 나오는 영화를 들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두 번째는 가수 정훈희의 데뷔곡 ‘안개’가 나오는 로맨스 영화였다. 정훈희가 부른 ‘안개’와 가수 송창식이 부른 트윈폴리오의 ‘안개’가 모두 나오는 영화를 생각했고, 그럼 그 영화는 로맨스 영화가 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결국 두 영화를 합치기로 했다. 박찬욱 감독은 “신사적인 형사 이야기와 ‘안개’를 사용하는 로맨스 영화를 합쳐 하나의 영화로 만들어보자고 정서경 작가와 얘기했다”며 “자연스럽게 형사가 나오는 로맨스 영화 형태가 됐다”고 말했다.
△ “100% 수사물, 100% 로맨스”
칸영화제에서 먼저 ‘헤어질 결심’을 본 어느 기자가 박찬욱 감독에게 물었다. “이 영화는 50% 수사드라마와 50% 로맨스로 이뤄진 영화라고 표현해도 좋겠습니까”라고. 이에 박찬욱 감독은 “100% 수사드라마와 100% 로맨스라는 말이 더 낫겠다”라고 답했다. 말장난이 아니었다. ‘헤어질 결심’은 보는 관점에 따라 수사물로도, 로맨스물로도 볼 수 있는 영화다. 형사가 용의자를 조사하고 탐문하고 미행하고 잠복하는 모든 과정이 영화에선 연애 과정으로도 그려진다. 이날 박 감독은 “그 둘을 분리할 수 없다는 점이 핵심”이라며 “연애하는 사람의 이야기가 형사의 심문 과정에서 벌어지는 점이 ‘헤어질 결심’의 특징이다”라고 설명했다.
△ “반주 소리 낮춰야 하는 영화”
배우 탕웨이는 박찬욱 감독의 이전 작품들이 무거운 맛이었다면, 이번 ‘헤어질 결심’은 담백하고 달콤한 맛이라고 표현했다. 박찬욱 감독도 “자극적인 요소를 낮췄다”고 표현했다. 이전 작품들이 말초 신경을 자극해 관객의 눈앞에 바짝 들이대려고 했다면, ‘헤어질 결심’은 관객이 스스로 이야기를 들여다보고 싶게 하고 싶었다. 섬세하고 여린 목소리의 가수가 부르는 노래에 집중시키려면 드럼과 기타 반주 소리를 줄여야 하는 것과 비슷하다. 박 감독은 “이전 영화들에선 폭력과 정사 장면, 노출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필요한 만큼 구사했다”며 “감정을 숨긴 사람들 이야기인 만큼 이번엔 다르게 해보고 싶었다. (관객들이) 극 중 미묘하고 섬세한 변화를 잘 들여다봐야 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