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지난 6일(현지 시각) ‘세계 개발자 콘퍼런스(WWDC) 22’ 행사를 통해 아이폰, 아이패드, 애플워치, 맥 등 자사 차세대 제품군에 탑재될 새로운 소프트웨어 기능들을 소개했다.
특히 1년 7개월 만에 등장한 독자 개발 칩 M2에 관심이 집중됐다. 전작보다 한층 더 강력해진 성능의 프로세서 M2는 향후 새롭게 디자인된 맥북 에어와 맥북 프로 13에 탑재된다.
WWDC의 막이 오르자 애플 주가는 장 초반 강한 상승세를 보였다. 나스닥에서 10시 41분 기준 148.52달러까지 올랐다. 이는 전 거래일보다 2.06% 오른 수치다. 이날 애플은 146.14달러로 전 거래일 대비 0.52% 상승률로 마감했다.
한국투자증권은 투자 기간별 선진국 유망주식으로 애플을 꼽았다. 한국투자증권 최보원 연구원은 “아이패드를 제외한 제품, 서비스 매출 모두 탄탄한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라면서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12MF PER)은 22.4배까지 낮아져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다”고 설명했다.
애플이 상승세를 이어 나갈 조짐을 보이자 관련주들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대표 관련주인 LG이노텍은 7일 39만원에 장을 마감했다. 전 거래일보다 0.52% 상승했다.
최근 LG이노텍 주가는 하반기 아이폰 신제품의 기대감으로 고공행진 하는 양상을 보였다.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3일까지 일주일간 37만1000원에서 38만8000원까지 4.58% 상승했다. LG이노텍의 사상 최고가는 지난 3월 말 기록한 41만4500원이다.
LG이노텍은 애플 아이폰에 카메라 모듈을 납품한다. LG이노텍의 애플 매출 비중은 75%가량이다.
KB증권 김동원 연구원은 “2분기 아이폰 고가 모델은 시장 수요가 예상을 웃돌며 실제 생산량이 기존 계획 대비 수백만 대 증량된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올 하반기에도 글로벌 스마트 폰 시장에서 아이폰의 판매 독주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LG이노텍은 오는 8월부터 아이폰 14 고가 모델의 부품 생산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여 올 하반기에는 과거와 다른 큰 폭의 실적 개선 추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애플 관련주인 자화전자는 LG이노텍에 광학 손떨림방지(OIS)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OIS는 또렷한 사진을 찍도록 돕는 부품이다. 모터를 통해 렌즈가 담겨 있는 통(베렐)을 움직여 초점과 흔들림을 바로잡는 식이다.
이날 증권시장에서 자화전자는 2만82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 거래일 대비 3.09% 하락했다.
애플은 아이폰 역대 처음으로 전면(셀피) 카메라에 LG이노텍 제품을 탑재하기로 확정했다. LG이노텍이 아이폰 14 전면 카메라 양산 준비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들려오면서 자화전자도 최근 강세를 보였다.
대신증권 박강호 연구원은 “자화전자의 전체 영업이익은 2023년 432억원으로 전년 대비 215%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단일 모델 기준으로 OIS 공급, 규모 경제와 수율을 확보하면 현재 영업이익률보다 높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업계는 이번 콘퍼런스를 통해 ‘애플카’ 개발을 관측했다. 애플은 아이폰과 자동차를 연결하는 카플레이를 차량 전반을 제어하는 형태로 업그레이드했다고 발표했다. 애플카에서 어떤 경험을 할 수 있을지 카플레이를 통해 미리 볼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지난 1월 애플카 관련주로 LG전자가 거론된 바 있다. 1월 13일 LG전자의 주가는 14만5500원으로 전날보다 6.2% 올랐다. 지난해부터 꾸준히 제기됐던 LG전자 전장 부문의 애플카 사업 참여 기대감이 높아진 영향이다.
7일 LG전자의 주가는 10만1500원으로 전 거래일 대비 2.40% 하락했다.
김동원 연구원은 “애플은 이미 검증된 아이폰 부품 공급망을 활용할 것으로 예상되고 중화권보다는 한국 기업을 선호할 것”이라면서 “애플은 애플카 핵심 부품을 계열사로부터 구매할 가능성이 클 것이며 최대 수혜 주로 LG전자·LG디스플레이·LG이노텍을 제시한다”고 전망했다.
LG전자가 미래 자율주행차의 콘셉트 모델 ‘옴니팟’ 실물까지 공개하면서 애플카 협력 기대감은 더욱 높아졌다.
그러나 테마주 투자에 대한 리스크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지난해 2월 애플카 관련주로 꼽히던 현대자동차의 주가가 협력 무산 소식에 곤두박질쳤다. 현대차그룹과 계열사 시총은 무려 11조원이 증발했다.
지난해 2월 초 현대차그룹이 애플과 ‘애플카’ 협상 중이란 외신이 나오면서 현대차그룹과 계열주는 상승세를 보였다. 소문이 커지자 현대자동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은 일제히 “당사는 애플과 자율주행차량 개발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 않다”고 공시했다.
공식 발표가 나오자 관련 기업들의 주가는 큰 폭으로 빠졌다. 지난해 2월 8일 기준 당시 기아차는 14.78% 하락했고 현대위아는 11.5%, 현대글로비스 9.28%, 현대모비스 8.94%, 현대자동차 5.61% 떨어졌다.
애플카 관련주로 1조8700억원 수준을 투자한 개인 투자자들에게 그 피해는 고스란히 돌아갔다. 당시 외신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시인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던 현대차그룹에 대한 책임론이 대두됐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테마주는 언제나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는 것을 명심하고 투자해야 한다”면서 “개인투자자들은 거짓 정보가 자주 유통되는 경로를 최대한 피하고 정보를 얻더라도 항상 최악을 가정하고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희정 기자 sonhj122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