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특수부 출신 금감원장 내정…금융권 ‘노심초사’

검찰 특수부 출신 금감원장 내정…금융권 ‘노심초사’

기사승인 2022-06-08 15:22:30
금융감독원장에 임명된 이복현 전 부장검사.  사진=연합뉴스
신임 금융감독원장에 검찰 특수부 출신으로 ‘윤석열 사단 막내’로 불리는 이복현 전 서울북부지검 부장검사가 내정된 것을 두고 은행권이 술렁이고 있다. 검찰 출신이 금감원장으로 내정된 것은 유래가 없는 일이거니와 각종 금융사건이나 재계 비리를 맡아온 이력이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서도 금융 전문가가 아닌 검찰 특수부 출신이 금융당국의 수장이 된 것에 대해 달가워하지 않는 눈치다. 특히 지난 정권에서 논란이 된 옵티머스 사태 등 각종 금융비리 수사가 재점화될 가능성도 크고, 대대적인 인사 개편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7일 차기 금융감독원장에 이복현 전 서울북부지검 부장검사를 내정했다. 검찰 출신 금감원장은 금감원 설립 이래 처음이다.

이복현 금감원장 내정자는 1972년생으로 서울 경문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1998년 공인회계사에 먼저 합격한 뒤 2000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 32기로 검사에 임용한 이 원장은 군산지청 검사, 법무부 검사과 검사, 춘천지검 검사,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4부장,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장 등을 지냈다. 윤 대통령의 검사 재직 시절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와 국정농단 특검 수사를 함께 했다.

특히 그는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보유한 만큼 금융·조세범죄 수사에 전문성을 갖고 있다는 게 검찰 내 평가다. 이 내정자는 지난 2006년 윤석열 대통령이 대검 중수1과장으로 현대차 비자금, 론스타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등 굵직한 금융 범죄 사건을 맡아왔다.

이복현 금감원장 내정에 시중은행은 긴장하고 있다. 앞으로 금감원의 기조가 사전적 감독보다는 사후적 검사와 처벌이 강화될까 우려하고 있어서다. 검찰 출신 인사가 금감원장이 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통령 조차 검찰총장 출신이라는 점도 금융권으로서는 부담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는 검찰 특수통 출신이기에 금융사에 대한 시각이 부정적이라는 인식이 강하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아무래도 금융업권 경험이 없는 인물이 금감원장으로 내정됐다는 것은 그만큼 민간 금융사에겐 부담으로 작용한다”며 “그가 금융업이나 민간 금융사에 어떤 시각을 가졌는지 쉽게 알 수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지난 정권에서 발생했던 각종 금융비리 사건이 재점화 될 수 있다고 예상한다. 이 내정자는 이날 취임 인사차 금감원 기자실에 들러 라임·옵티머스 사태 등을 다시 볼 의향이 있냐는 질문에 “다만 사회 일각에서 문제 제기가 있는 것도 알고 있다"면서 "저희가 시스템을 통해 혹시 볼 여지가 있는지 잘 점검해보겠다”고 언급했다.

금융권 내 대대적인 인사 폭풍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지난 정권과 갈등을 빚은 정치세력일수록 금융권의 인사 개혁을 크게 단행했다. 예를 들어 이명박(MB) 정부 당시 '금융 4대천왕'이라고 불리며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강만수 전 산업은행 회장,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 등은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자 임기를 채우지 못하거나 연임을 포기했다.

현재 금융지주 회장의 자리도 ‘좌불안석’이다. 현재 차기 회장으로 임명되는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을 제외한 5대 금융지주 회장은 올해 말 혹은 내년에 임기가 만료된다. 손병환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올해 12월 말, 손태승 우리금융,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내년 3월 초에 임기가 마무리된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임기는 내년 11월까지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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