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족과 월세족, 갈림길 선 2030세대

영끌족과 월세족, 갈림길 선 2030세대

기사승인 2022-06-13 06:00:01
서울 서초구 인근 한 주택가.   사진=조현지 기자

#서울시 관악구 한 원룸에 월세로 거주 중인 A(여·27)씨는 요즘 고민이 깊어졌다. 거주 중인 집의 계약이 곧 만료되기 때문이다. “이사는 가고 싶은데 전세는 없고 월세는 비싸서 걱정이에요. 월급에서 집값이 차지하는 부담이 너무 크네요. 집이야 물론 사고싶죠. 근데 영끌로 전세도 어려운데 제가 살 수 있을까요?”

#경기 용인시에서 서울로 출퇴근 중인 직장인 B(남·37)씨. 2년 전 ‘영끌 열풍’에 탑승해 내 집 마련에 성공했다. 영끌 목적은 실거주 겸 투자였다. “이때 아니면 못 사겠다 싶어서 큰 결심을 했습니다. 이자가 조금 부담스럽긴 하지만 후회하진 않아요. 이제는 정말 집을 못살 때인 것 같거든요”

최근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급물살을 타면서 청년층의 주거 소비 형태도 양극화 됐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족과 월세족의 기로에 서게된 것. 

1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4월 전국의 전월세 거래는 총 25만8318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월세가 50.4%(13만295건)를 차지해 전세 거래량(12만8023건·49.6%)을 웃돌았다. 월세 거래량이 50%를 넘고 전세 거래량을 추월한 것은 정부가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처음이다.

최근 ‘임대차 3법’ 등으로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해 기존 주택에 거주하려는 세입자가 늘면서 전세 품귀현상이 나타났고 세입자들이 반전세나 월세로 밀려난 것이 원인으로 풀이된다. 금리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으로 ‘차라리 월세에서 살자’라는 심리도 한몫 더했다.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청년들의 선택지는 두 개로 갈렸다. 영끌과 월세다. 최근 2030세대의 아파트 매입 비중과 월세 거주 비율은 각각 늘어났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4월 서울 전체 아파트 매매거래 1624건 중 20~30대의 주택 매입 건수는 687건이다. 건수와 비중 모두 올해 들어 최대다. 매입비중은 42.3%로 두 달 연속 40%대를 기록했다. 

청년세대 세입자의 올해 1~4월 월세 비중은 60%대를 돌파했다. 같은 기간 서울지역 임대차 계약 중 월세 비율이 51.6%를 기록한 것을 감안했을 때 ‘월세 시대’ 속도가 청년층에서 빠르게 나타나고 있었다. 최근 4년간 2030세대 세입자 월세 비중은 △2019년 52.7% △2020년 55.7% △2021년 57.9% △2022년 1~4월 61.7%로 조사됐다. 지난해에 비해 올해 3.8%p 뛴 수치다.

영끌은 대출을 최대한 늘려 공격적으로 부동산에 투자하는 행태다. 지난 2020년 내 집 마련과 부동산 투자 수요가 늘어나면서 2030세대를 중심으로 큰 열풍이 불었다. 영끌 투자는 큰 성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은행 ‘2022년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에 따르면 2030세대가 매입한 주택 가치는 현재 평균 5억651만원으로 구매 가격(3억6446만원)보다 1억4205만원(39.0%) 상승했다.

월세는 집을 빌린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월 단위로 집세를 내는 임대차 계약방식이다. 목돈의 금액을 맡긴 뒤 계약 종료 후 돈을 돌려받는 전세와 달리 비교적 적은 돈이 소요되는 장점이 있다. 계약만료시 돌려받을 금액이 크지 않기 때문에 위험부담도 전세에 비해 적다. 

문제는 최근 영끌과 월세 모두 지출압박이 커지면서 청년층의 경제상황에도 경고등이 켜졌다는 점이다. 청년층의 가계부채가 지난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가운데 주거로 인한 지출 부담도 가중되면서 자산 증식에 대한 걱정도 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올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2.50%까지 올릴 가능성이 크다. 금리인상이 본격화되면서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높은 영끌족의 단기이자 상승 체감이 클 수 밖에 없다는 업계의 평가다. 한국은행은 금리 0.25%p 상승 시 차주 1인당 이자 부담은 16만4000원 증가한다고 전망했다. 

월세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부담이 늘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국의 주택 월세가격은 지난 3월 0.14%에서 4월 0.15%로 상승폭이 커졌다. 특히 월세(0.20%)와 준월세(0.18%)의 오름폭이 전월 대비 커지면서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A씨는 “솔직히 저축하기도 힘들다. 월세 내고 생활비 쓰면 남는게 없다. 언제 돈을 모아서 여유로운 생활이 가능할지 걱정이다”고 한숨을 쉬었다. 영끌족 B씨도 상황은 비슷했다. B씨는 “집에 끌려다니면서 사는 느낌이다. 평생 이자만 갚다가 끝나지 않을까”라고 털어놨다. 

조현지 기자 hyeonzi@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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