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디는 ‘버즈 라이트이어’를 왜 그렇게 아꼈을까 [쿡리뷰]

앤디는 ‘버즈 라이트이어’를 왜 그렇게 아꼈을까 [쿡리뷰]

기사승인 2022-06-15 06:00:17
영화 ‘버즈 라이트이어’ 포스터

1995년 개봉한 영화 ‘토이 스토리’(감독 존 라세터)에서 여섯 살 주인공 앤디는 우주인 장난감 버즈 라이트이어를 선물 받고 기뻐한다. 카우보이 우디를 비롯한 다른 장난감은 버즈 때문에 자신들이 뒷전으로 밀려날까 전전긍긍한다. 앤디는 대체 어떤 만화를 보고 버즈를 좋아하게 됐을까.

‘버즈 라이트이어’(감독 앤거스 맥클레인)는 이 질문에서 시작한 ‘토이 스토리’의 첫 스핀오프 애니메이션이다. 초반부터 속도가 빠르다. 버즈 라이트이어(크리스 에반스)와 과학자들은 인류에 필요한 자원을 구하려고 우주선을 타고 새로운 행성으로 떠난다. 하지만 버즈의 실수로 귀환하지 못하고 커다란 괴물 외에 아무것도 없는 행성에 머물게 된다. 버즈는 1년의 준비 끝에 빛의 속도에 도전하는 시험 비행을 떠나지만 실패한다. 행성으로 돌아온 버즈는 자신이 떠난 잠깐의 시간 동안 4년이 흘렀다는 걸 알게 된다.

우주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본격 SF 영화다. 빠른 속도로 중력이 달라진 두 공간에서 시간의 속도가 다르게 흐르는 상대성 이론부터 시간 이동, 순간 이동, 인공지능 로봇 등 SF 영화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설정들이 다수 등장한다. 우주에서만 일어날 수 있는 설정들은 ‘버즈 라이트이어’ 안에서 하나의 규칙처럼 적용돼 인물들이 이를 자유롭게 이용한다. 광활한 우주가 지닌 위험과 고독, 그 안에서 더 빛나는 인간애 등 우주를 다룬 SF 장르에서 만날 수 있는 감정들도 적절히 다룬다.

영화 ‘버즈 라이트이어’ 스틸컷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특유의 휴머니즘도 가득하다. 자신의 실수로 모두가 원치 않는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을 극복하려는 버즈의 의지부터 오합지졸처럼 보였던 팀이 하나로 호흡을 맞춰가는 과정 등 3D 애니메이션인 것을 잊게 하는 장면들이 이어진다. 특히 혼자만 느리게 흐르는 시간대를 겪는 버즈가 점점 소외되고 고독해지는 장면 묘사는 명장면으로 꼽히는 영화 ‘업’(UP) 오프닝을 떠올리게 한다. A.I. 로봇 고양이인 삭스의 맹활약은 ‘버즈 라이트이어’를 꼭 봐야 하는 영화로 만드는 회심의 장치다.

‘토이 스토리’ 시리즈 팬들에겐 더없이 반가운 영화다. ‘토이 스토리’ 주인공이었던 버즈가 등장할 수 있었던 원작 애니메이션을 보여준다는 영리한 발상이 돋보인다. 정작 ‘토이 스토리’와 내용상 연관성은 없다. 하지만 어떤 최악의 상황에서도 지치거나 포기하지 않고 홀로 고군분투하는 버즈의 모습을 보며 ‘토이 스토리’를 떠올리는 건 어렵지 않다. 신나고 유쾌한 우주 배경 SF 영화에서 더없이 뭉클한 감정이 느껴진다면 그런 이유 때문이지 않을까.

15일 개봉. 전체 관람가.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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