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피격 공무원’ 정권 바뀌니 말 바꾼 해경…여야 신경전 돌입

‘북 피격 공무원’ 정권 바뀌니 말 바꾼 해경…여야 신경전 돌입

기사승인 2022-06-16 19:44:05
윤형진 국방부 국방정책실 정책기획과장이 16일 오후 인천시 연수구 인천해양경찰서에서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 최종 수사 결과와 관련해 추가 설명을 마치고 취재진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연합
2020년 9월 북한군의 총격으로 숨진 해양수산부 공무원 사건에 대해 국방부와 해양경찰이 입장을 뒤집었다. 해당 공무원의 자진 월북이라는 중간수사가 정권이 바뀌자 달라진 것이다. 당국이 말을 바꾸자 여야는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16일 인천해양경찰서는 언론 브리핑을 열어 2020년 9월 인천시 옹진군 소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된 뒤 북한 해역에서 총격으로 사망한 해수부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 어업지도원 A(사망 당시 47세)씨의 월북 의도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박상춘 인천해경서장은 “국방부 발표 등을 근거로 피격 공무원의 월북 등 여러 가능성을 열어 두고 현장조사 등을 진행했으나 월북 의도를 인정할 만한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했다.

윤형진 국방부 정책기획과장도 브리핑장에서 “실종 공무원의 자진 월북을 입증할 수 없었다”면서 “북한군이 우리 국민을 총격으로 살해하고 시신을 불태운 정황이 있었다는 것은 명확하게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 피살된 공무원이 월북을 시도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해 국민들께 혼선을 드렸다”면서 “보안 관계상 모든 것을 공개하지 못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A씨는 2020년 9월 21일 인천시 옹진군 소연평도 남쪽 2.2㎞ 해상에 떠 있던 어업지도선에서 실종됐다가 북한 해역으로 표류했고, 하루 뒤 북한군의 총격을 받아 숨졌다.

해경은 A씨가 실종된 지 8일 만에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그가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군 당국과 정보당국이 북한의 통신 신호를 감청한 첩보와 해상 표류 예측 분석 결과 등이 주요 근거였다.

해경은 이후 “실종자가 사망 전 도박을 했고 채무도 있었다"며 도박 기간과 횟수뿐 아니라 채무 금액 등을 구체적으로 공개한 뒤 정신적 공황 상태에서 현실도피 목적으로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발표했다.

해경은 아울러 A씨를 총격 살해한 혐의(살인)를 받는 북한 군인에 대한 수사도 중단한 것으로 파악됐다.

해경은 최근 A씨 유족에게 보낸 수사 결과 통지서에서 “피해자는 2020년 9월 북한군의 총탄 사격을 당해 사망한 것으로 인정된다”면서도 “피의자가 북한 군인이라는 사실 외 이름과 소속 등 인적 사항이 특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북한 군인의) 소재도 불분명하고 남북 분단 상황으로 북한의 협조를 기대할 수 없다”면서 “피의자를 소환할 가능성이 전혀 없어 수사 중지를 했다”고 설명했다.

박 서장은 “사건 발생 장소가 북한 해역이어서 (수사하는데) 지리적 한계가 있었다”면서 “특정되지 않은 북한 군인을 조사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 부득이하게 수사 중지(피의자 중지)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제형사사법공조가 1년 6개월가량 진행되면서 수사에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며 “오랜 기간 마음의 아픔을 감내했을 유족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해경은 이번 사건의 수사가 종결됨에 따라 A씨 유족이 제기한 정보공개 거부 처분 취소 소송의 항소를 취하하고 법원 결정에 따라 관련 정보도 공개할 예정이다. 

해경의 자진 월북 발표에 반발한 유족은 청와대 국가안보실, 해경청, 국방부를 상대로 정보공개 청구 소송을 제기해 1심에서 일부 승소했다.

법원은 북측의 실종자 해상 발견 경위와 군사분계선 인근 해상에서 일어난 실종사건에 관한 정보를 유족이 열람할 수 있도록 판결했다. 해경이 작성한 초동 수사 자료와 고인 동료들의 진술 조서도 공개하도록 했다.

여야는 해경의 판단에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국민의힘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16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서해에서 어업지도 중 북한군에 피격되어 목숨을 잃으신 해수부 공무원분의 명예를 비로소 회복시켜드려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고인의 유가족께 다시 한 번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 앞으로도 국민의 생명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겠다”고 덧붙였다.

김현동 수석대변인은 ‘자진 월북 피살’이라고 단정 지은 문재인 정부에 책임을 물었다. 그는 “2020년 9월 21일 피살 사건이 발생했지만, 23일 새벽 문 전 대통령은 한반도 종전선언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호소하는 유엔 기조 연설을 했다”며 “국방부도 북한에 유화적인 정권의 눈치를 봤는지 사건 발생 이틀만인 23일에 ‘실종자가 북한 해역에서 발견된 정황이 포착됐다’고 발표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해양경찰청의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발표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문재인 정부에서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따로 입장문을 통해 “국가적 자해 행위”라고 비판했다.

윤 의원은 “오늘 윤석열 정부의 발표 역시 당시 문재인 정부가 특정 정보를 왜곡하거나 사실관계를 의도적으로 누락해 그와 같은 판단을 내린 것이라 단정 짓지는 못하고 있다”며 “오늘 해경의 발표는 월북 의도가 아니라는 명확한 증거도 내놓지 못한 채 ‘월북 의도를 인정할 만한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다’는 어정쩡한 결론을 내려 오히려 교묘하게 사실관계를 호도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그는 “보안이 생명인 안보 관련 정보가 정권의 입맛에 따라 왜곡되는 일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되며, 이는 국가적 자해 행위”라며 “군 특수정보(SI)는 공개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악용하거나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행태는 결코 있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손희정 기자 sonhj122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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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nhj122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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