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코스피 시장에서 ㈜한화는 전 거래일보다 150원(0.56%) 오른 2만6850원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 10년 내 고점이던 5만2900원(2017년 8월 22일)에 비해 반토막 수준이다. 역대 최고 주가인 9만1400원(2007년 10월26일)에 비해선 ‘3분의 1’토막 났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매출 52조원, 영업이익 3조원 가량으로 호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영업이익은 4년 만에 2조원을 돌파했다. 그러나 한화의 주가는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주가와 주식 수를 곱한 시가총액(시총)은 21일 기준 2조126억원이다. 유가증권 상장 기업 중 136위다.
올해 1분기 실적이 발표된 이후 3월 들어 한화 주가는 3만1200원대에서 같은 달 중순 3만원대로 하향 곡선을 그렸다. 이후 3월 말 3만1000원대로 잠시 올랐다가 4월 초 3만원대로 떨어졌다.
한화의 주가수익비율(PER)은 4.68, 주가순자산배율(PBR) 0.67등 모두 낮은 상태에 머물고 있다. PBR이 1 미만이면 시장에서는 저평가됐다고 보고 있다.
보통 그룹 지주회사의 주가가 사업회사의 주가보다 낮다. 그러나 지주회사 디스카운트(할인율)를 고려한다고 해도 크게 낮은 수준이다. 주요 그룹 지주회사의 시총을 보면 SK(16조8319억원‧시총 20위), LG(12조2066억원‧29위), 롯데지주(3조8869억원‧84위) 등 모두 유가증권시장 시총 상위 100위 안에 든다.
㈜한화 관계자는 “항공우주, 수소 사업 등 신사업 육성과 민수 및 해외사업 강화, ESG 경영 등을 통해 중장기 성장동력을 확보해나갈 계획”이라면서 “주주들의 가치를 재고할 방안들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생명⋅증권 계열사도 하락…소액주주 분노
자회사들의 주가도 맥을 못 추고 있다. 한화생명은 전 거래일보다 75원(3.34%) 오른 2320원에 마감했다. 약 1년 전인 지난해 5월 14일 고점(4590원)까지 올랐으나 이후 소폭 등락을 거듭하며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이는 실적 후퇴와 금융부담 등의 영향으로 보인다. 한화생명은 연결기준 올 1분기 당기순이익은 988억6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0.6% 하락했으며 전 분기 대비 73.1%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307억37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0.6% 감소했다. 전 분기 대비로도 69.1%가 줄어들었다.
국내 3대 신용평가사인 한국기업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 한국신용평가는 지난달 18일 한화생명보험의 신용등급을 AAA(부정적)에서 AA+(긍정적 또는 안정적)로 하향 조정했다. 신종자본증권의 신용등급도 AA(부정적)에서 AA-(안정적)으로 내렸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신용등급이나 RBC 비율 하락은 급작스러운 기준금리 상승으로 생명보험사가 공통으로 겪는 현상”이라면서 “후순위채 발행금리는 시중금리 인상으로 올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신용등급 하락이 일부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큰 영향은 주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화투자증권은 이날 전 거래일보다 145원(4.50%) 오른 3370원에 장을 마쳤다. 지난 20일에는 장중 3200원으로 떨어지며 52주 신저가로 하락했다. 지난 1월 3일 6710원이었던 한화투자증권은 반년 만에 48.5% 떨어졌다.
한화투자증권은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 초기 투자자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테라-루나 사태 등 가상화폐 시장의 급락으로 두나무 기업가치가 떨어지면서 한화투자증권이 보유한 두나무 지분 가치도 5700억원대로, 1분기 대비 1000억원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한화투자증권 관계자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금리 인상으로 증권 거래 대금이 빠지면서 증권시장 자체가 위축됐다. 두나무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가상화폐 급락도 영향을 미쳤다”면서도 “본업 경쟁력이나 펀더멘털의 부분은 훼손이 없어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고 있다. 현재 신용평가사 3사 모두가 신용등급을 상향시켰다”고 말했다.
한화 그룹사 주가가 오르지 않자 한화 소액주주들은 지난 18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자택 앞에서 시위를 진행했다. 이들은 김승연 회장이 삼남 승계를 위한 차원에서 주가 상승을 누르고 소액주주들을 등한시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을 제기했다. 이로인해 주주들의 배당금 등 권익도 침해받고 있다는 것이다.
시위에 참여하고 있는 한화 소액주주 모임 관계자는 “금융투자업계의 분석을 보면 보수적으로 잡아도 한화의 주가는 4~5만원대가 정상인데 현재 2만원대에 머물고 있다”면서 “배당을 거의 하지 않고 자사주 매입이나 소각 등을 활용해 주주 가치를 높일 의지가 없다. 주주들의 자산가치만 하락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화 관계자는 “주가를 일부러 조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현재 대부분의 주식들의 주가가 떨어지고 있다”라면서 “경영권 승계를 위해 주가를 누르고 있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손희정 기자 sonhj122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