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회에 코로나 사망자 위한 자리는 없다”

“이 사회에 코로나 사망자 위한 자리는 없다”

시민단체들, 코로나19 희생자 추모위원회 설치 요구
“코로나19, 자연재해 넘어 사회적 참사”

기사승인 2022-06-23 15:39:32
코로나19인권대응네트워크와 코로나19 희생자 유가족이 23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추모와 기억을 위한 국가인권위 진정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진=정진용 기자

“아버지는 지금도 매일 아침 울면서 저에게 전화를 겁니다. 같은 질문을 반복합니다. 멀쩡하던 엄마가 왜 죽었을까, 왜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사람이 그 지경이 됐냐고요. 저는 대답을 할 수가 없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희생자 가족과 시민단체가 정부에 코로나19 희생자 추모위원회 설치와 예우 사업 추진을 요구했다. 코로나19 희생자를 추모하고 기억하는 것은 국가의 마땅한 의무라는 주장이다.

시민단체들이 연대한 ‘코로나19 인권대응네트워크’ 외 109명은 23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코로나19 인권대응네트워크는 2주간 진정인을 모집했고 단체 8곳과 시민 102명이 참여했다. 피진정인은 국회의장, 대통령, 국무총리, 행정안전부 장관, 기획재정부 장관, 보건복지부 장관, 질병관리청장 그리고 지방자치단체장이다.

이들은 이날 오전 10시30분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는 K-방역이 우수하다는 점만 강조할 뿐 공적 차원에서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어떠한 책임성 있는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7497명이다. 0시 기준 재원중 위중증 환자는 58명, 사망자는 14명으로 누적 사망자는 2만4488명에 달한다.

코로나19인권대응네트워크와 코로나19 희생자 유가족이 23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진정서 전달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정진용 기자

서채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변호사는 “코로나19는 단순한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자연 재난을 넘어 그 광범위한 사회적, 경제적 영향을 고려했을 때 사회적 참사”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국가의 적절한 보호를 받지 못해 다양한 사람들이 생명권과 건강권을 침해 당했다면서 의료 공백과 불충분한 공공의료로 이주 노동자, 홈리스, 기저 환자가 세상을 떠났다고 했다.

열악한 노동 환경에서 집단감염뿐 아니라 장시간 노동 격무로 사망한 노동자들, 시설 내 집단 감염으로 사망한 장애인, 노인, 교정시설 수용자, 그리고 백신 접종 피해자 모두가 생명권과 건강권을 침해당한 사람들이라고 열거했다.

서 변호사는 “생명권과 건강권 침해는 심각한 인권 침해”라며 “국제인권법은 심각한 인권 침해 피해자들에 대해 추모 절차 마련은 피해자들의 권리이자 국가의 법적 의무로 보고 있다”고 부연했다.

또 현재 코로나19 희생자에 대해 정부는 브리핑에서 짧게 언급하거나 SNS에 간략하게 추모글을 올리는 형식으로 ‘추모’하는데 이는 단순 애도나 감정의 표현이라고도 지적했다. 이어 서 변호사는 공적 추모를 위한 공간·상징물을 만들고 추모 행사를 하는 등 행정적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로 하루아침에 가족을 잃은 이의 발언도 이어졌다. 마민지 코로나19 위중증 피해 환자 보호자모임 회원은 “어머니는 코로나19에 감염돼 집에서 격리돼 있다가 호흡곤란이 와 구급차에 실려가셨다”면서 “그 후 4개월 동안 에크모(ECMO·체외막 산소화장치)를 달고 중환자실에서 고군분투하다가 돌아가셨다. 지난주 목요일이 49재였다”고 말문을 열었다.

마씨는 “그런데 어머니는 코로나19 사망자 숫자에 집계되지 않았다. 격리기간이 끝나고 사망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코로나19 사망자는 정부 집계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며 “우리 사회는 코로나19 사망자들을 원래 이 사회에 없었던 것처럼 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안형진 홈리스행동 활동가는 “노숙인은 지정된 의료기관만 가야 하는 제도와 법 때문에 마땅히 누려야 할 평등권과 의료접근권을 제한받고 있다”며 “이 법과 제도는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 국가가 설계하고 운영하는 차별적인 제도 때문에 특정 사회집단에 속한 사람들은 코로나19 앞에서 죽음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 높였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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