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전 10시 22분 현재 코스피 시장에서 카카오뱅크는 전 거래일 대비 2800원(8.30%) 내린 3만950원에 거래 중이다.
DB금융투자는 이날 카카오뱅크가 상장 이후 성장성이 둔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투자의견 ‘시장수익률 하회(Underperform)’, 목표주가 2만4600원으로 분석을 개시했다. 전날 종가가 3만3750원인 점을 감안하면 12개월 후 주가가 27.1% 더 빠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병건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카카오뱅크를 플랫폼이 되고 싶은 은행으로 파악한다. 카카오뱅크의 고성장과 고객 기반 확보에 놀라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지금의 주가에 이러한 기대가 이미 충분히 반영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은행 규제를 받고 있는 이상 은행의 성장 논리를 적용할 수 밖에 없다”며 "성장 초기 단계를 지나며 대출 만기 연장 부담으로 성장률이 하락하고 있다. 성장률이 낮아져 하락한 자본효율성 때문에 기회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은행업의 속성상 철저한 내수 기반 산업이며 일정 규모 이상으로 성장하려면 많은 비즈니스 모델의 재설정이 필요하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며 "카카오뱅크가 강조하는 플랫폼 수익도 은행의 비이자이익과 큰 차별성이 없다”고 평가했다.
이 연구원은 “결국 성장성이 가장 중요한데 상장 이후 성장성마저 둔화됐다”며 카카오뱅크에 대해 투자의견 비중 축소와 목표주가 2만4600원으로 분석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어 “목표주가의 2023년 예상 실적 대비 주가수익비율(PER)은 32배,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9배로 현재 은행 업종 타겟 대비 5배 정도 수준으로 결코 보수적이지 않다”고도 더했다.
카카오뱅크의 1분기 대출 증가는 전 분기대비 1000억원에 그쳤는데 가계 대출 증가율 억제를 목표로 하는 감독 당국의 규제 외에도 인터넷 은행에 적용되는 중·저신용자 대출비중 증가 목표(전체 대출대상자 중 중·저 신용자가 30% 이상, 잔액기준)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이 연구원은 “2분기부터 주택담보대출이, 4분기부터 자영업자 대출이 본격화하며 분기 1조원 수준의 대출 증가추세가 재개되겠지만 대출 자산의 모수가 커지며 자연스럽게 만기도래하는 물량이 커지고 있어 대출증가율은 10%대 초반으로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은행업 성격상 철저한 내수기반 산업이며 일정 규모 이상으로 성장하려면 많은 비즈니스 모델의 재설정이 필요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이 연구원은 “회사 측이 강조하고 있는 플랫폼 수익도 은행의 비이자 이익과 큰 차별성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카카오뱅크가 1861만의 높은 고객 기반을 통해 플랫폼 수익을 확대시켜나갈 가능성은 열려있지만 최근 금융소비자 보호가 강화되면서 복잡한 투자상품의 비대면 판매가 강한 제한에 걸린 상태”라며 “향후 플랫폼 수익확대는 일정 부분 한계가 있을 것이며 은행의 주력 비이자수익 영업 중 공모펀드 판매를 제외하면 당장 뛰어들 수 있는 영역이 마땅히 보이지 않는다”고 전망했다.
한편 카카오뱅크는 상장 추진 당시부터 네이버파이낸셜이나 타 핀테크기업과 달리 금융당국의 규제로 관리되는 은행업이라는 본질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다. 게다가 현재 카카오뱅크는 시중은행과 달리 사업 영역이 다각화되지 못한 상황이다.
카카오뱅크는 공모가 신청 당시 국내 시중은행이 아닌 해외 핀테크 기업을 비교대상으로 삼았다. 하지만 비교 대상인 미국의 로켓컴퍼니스는 은행 라이센스를 갖고 있지 않은 핀테크 기업이며 모기지 대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카카오뱅크는 접근성 높은 거래와 신용대출을 통해 사업을 확장해 왔다. 하지만 카카오뱅크의 현재 수익 구조는 결국 이자마진”이라며 “만약 카카오뱅크가 현재 기업가치를 추가적으로 올리기 위해서는 자산관리(WM), IB(투자금융), 기업대출, 부동산 주담대 부문을 확장시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만큼 인건비 부담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손희정 기자 sonhj122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