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모(38)씨는 최근 기름값이 비싸지면서 연비가 좋은 기아 '스포티지 하이브리드'를 구매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구매를 위해 김씨는 지난 주말 기아 전시장을 방문했지만 상담 후 차 구매를 포기했다. 최근 신차 출고가 지연되면서 차량을 받기까지 최대 1년8개월이 걸린다는 이유에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차량 반도체 공급난에 이어 우크라이나 사태까지 겹치면서 신차대기 시간이 좀처럼 짧아지지 않고 있다.
제네시스 GV80과 싼타페 하이브리드는 지금 계약 해도 18개월 뒤에 받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반떼 하이브리드도 16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코나 하이브리드는 10개월로 출고 지연이 악화했다. 제네시스 GV70, GV60, 아이오닉 5, 투싼 디젤·하이브리드도 1년을 대기해야 한다. 신차 대기기간은 추가 옵션을 무엇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선루프를 선택할 경우 출고기간이 길어질 수도 있다.
이에 신차급 중고차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신차급 중고차는 현재 생산 중인 출고 1년 이내 최신 모델로, 주행거리도 적게는 수백㎞에서 최대 1만㎞대 매물이다. 같은 트림에 유사옵션으로 신차를 대기할 경우 취등록세를 포함하면 신차와 중고차가 거의 같아지거나 개별소비세를 인하받는 신차보다 중고차가 더 비싼질 수도 있다. 하지만 차량을 당장 받을 수 있어 신차급 중고차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중고차 플랫폼 기업 케이카에 따르면 이번달 중고차 시세는 6월에 이어 소폭 하락이 예상되지만 '신차급 중고차'에 대해서는 꾸준한 수요가 있는 만큼 감가 방어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해마다 차량 반도체 수요는 증가하고 있지만 공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영국의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글로벌 차 반도체 수요는 올해 1325억개에서 2027년 2083억개로 연평균 8%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전문가들은 차량 반도체 수급난으로 인한 신차 대기 문제가 장기화될거라고 예측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차량 반도체 수요 증가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또 반도체 기업은 자동차 업계와의 연대·협력을 통한 적극적인 개발과 투자에 나서야 하고, 정부도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자동차연구원은 “반도체 기업은 단기적 수익보다는 장기적 시장 잠재력을 고려해 자동차 업계와의 연대와 협력을 해야 한다”면서 “정부는 고부가가치 미래 반도체 육성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자동차 공급망 안정성 확보 측면에서 폭넓게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배성은 기자 seba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