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마스터카드홀. 신보 ‘아이스’(iCE)를 들고 돌아온 가수 효린은 무대 위에서 연신 “떨린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호랑이 같은 카리스마로 객석을 휘어잡는 효린이 긴장하다니. 그럴 만한 사정은 있었다. 2017년 씨스타가 해체한 뒤 솔로 활동을 시작한 효린은 이날 홀로서기 후 처음으로 취재진 앞에서 컴백 공연을 펼쳤다. “씨스타로 활동할 때는 새 음반을 낼 때마다 언론 대상 공연을 열었는데, 혼자서는 처음이라 감회가 새로워요.” 효린은 이렇게 말하며 웃었다.
“차갑고 단단하지만 금방 녹는 얼음, 내 모습 같았다”
효린은 지난달 Mnet 경연 프로그램 ‘퀸덤2’를 마치고 ‘아이스’를 구상했다고 한다. 여름에 어울리는 음반을 만들고 싶어 고민하던 그는 불현듯 얼음을 떠올렸다. “여름에 필요한 게 뭘까”를 탐구한 결과다. 효린은 “얼음은 차갑고 단단하지만 금방 녹아 물이 된다. 그런 속성이 나와 비슷하다고 느꼈다”면서 “내가 무대에서 힘차고 쿨한 모습을 자주 보여드려서 많은 분들이 나를 얼음처럼 차갑고 다가가기 어렵다고 생각하신다. 하지만 무대 아래의 나는 쿨하지 않다. 과하게 친절하고 상냥하다. 얼음이라는 단어에 내 이런 성향을 담아서 음반을 꾸려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서머퀸’ 수식어 감사하지만…”
이날 신보 타이틀곡 ‘노 땡스’(No Thanks)를 미리 들어보니 강렬한 리듬과 효린의 고음이 어우러져 시원한 느낌이 들었다. 효린은 “‘퀸덤2’에서 각 잡히고 무게감 있는 무대를 자주 보여드렸다. 이번엔 힘을 빼고 여유롭게 여름을 즐길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효린의 트레이드 마크인 힐 댄스(하이힐을 신고 추는 춤)는 ‘노 땡스’에서도 여전했다. 이밖에도 음반에는 ‘퀸덤2’ 결승전에서 선보였던 ‘와카 붐’(Waka Boom)과 올해 초 발표한 ‘레인 로우’(Layin Low) 등 모두 6곡이 실린다. 씨스타로 활동하던 시절 ‘서머퀸’으로 불리던 효린은 “수식어에 감사하지만, 이를 의식하려 하진 않았다. 그보다 내가 해석한 여름을 표현하는 데 집중했다”면서 “여름날 시간대별로 들을 수 있는 음악을 음반에 담았다”고 소개했다.
“이제야 나를 칭찬할 수 있게 됐다”
그룹 활동 시절 뛰어난 가창력으로 명성을 떨쳤던 효린은 홀로서기 이후 싱어송라이터이자 프로듀서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그는 “(노래에 담긴) 감정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내 이야기를 담고 싶어 프로듀싱에 발을 들였다”면서 “나와 비슷한 감정을 경험하신 분들이 내 노래에서 위로받았다고 할 때 가장 큰 성취감을 느낀다”고 돌아봤다. ‘퀸덤2’에 출연하며 무대 연출에도 관심을 가졌다고 한다. 효린은 이런 경험을 토대로 단독 콘서트도 준비 중이다. 그는 “나는 음악과 춤을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라면서 “이번 음반을 만들면서 지난 5년 간 단 한 순간도 허투루 보내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 자신에게 가혹한 편인데, 이제야 스스로를 칭찬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