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플키스 “소외된 사람들, 한 발 앞으로” [쿠키인터뷰]

퍼플키스 “소외된 사람들, 한 발 앞으로” [쿠키인터뷰]

기사승인 2022-07-25 07:00:01
네 번째 미니음반 ‘기키랜드’(Geekyland)로 돌아온 그룹 퍼플키스. RBW

괴짜, 별종, 덕후…. 그룹 퍼플키스는 25일 발매하는 신곡 ‘너디’(Nerdy)에서 세상과 섞이지 못해 뒤로 밀려나거나 자신을 숨기는 이들을 차례로 호명한다. ‘그래, 난 유별나. 하지만 멍청한 건 아냐’(Ok, I’m nerdy. But I’m not stupid)라고 외치는 자세에서 당당함이 묻어난다. 다양성이 화두인 시대를 반영한 노래일까. 지난 22일 서울 장안동 RBW 연습실에서 만난 퍼플키스는 “소외된 사람들에게 세상으로 나아가자고 말하는 곡”이라고 소개했다.

‘너디’ 뮤직비디오에서 퍼플키스는 마녀로 변신해 소수자를 배척하는 세상에 균열을 낸다. 마녀는 퍼플키스가 지난 음반에서 시작한 세계관의 핵심 키워드다. 채인은 “마녀는 무섭고 차가워 보이지만 우리는 따뜻하고 긍정적인 에너지로 표현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편견 때문에 세상에 어울리지 못한다는 점에서 마녀 또한 퍼플키스가 응원하는 괴짜 중 하나다. 박지은은 “누구나 세상으로부터 소외된 듯한 감정을 느껴봤으리라 생각한다. 나도 마찬가지”라며 “‘위축될 필요 없어. 우리 더 당당해지자’는 메시지로 듣는 분들을 위로하고 싶다”고 소망했다.

퍼플키스. RBW

퍼플키스는 미니 3집 활동을 마치고 휴식 중이던 지난 달 ‘너디’를 만났다. 이 곡 가이드(정식 녹음 전 본보기로 부르는 노래)를 부른 수안은 “신선한 노래라서 재밌는 효과음을 섞어봤다”며 “멤버들 음색에 어떤 음역대가 어울릴지 상상하며 불렀다”고 했다. 퍼플키스는 이 곡 외에도 ‘불꽃’, ‘캔트 스탑 드리밍’(Can’t stop dremin’) 등 5곡을 꾸려 미니 4집을 완성했다. 음반 제목은 ‘기키랜드’(Geekyland). 우리말로 ‘괴짜들이 사는 세상’이라는 뜻이다. 채인은 “누구든 자유롭고 당당할 수 있는 기키랜드로 듣는 이들을 초대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많은 이들이 공감할 노래”라는 박지은의 말처럼, 괴짜 같은 면모는 누구에게나 있다. 퍼플키스도 그렇다. 어려서부터 유별나게 핫핑크를 좋아했다는 채인, 친한 사람과 낯선 사람을 대하는 성격이 극과 극이라는 이레, 한때 ‘아이돌스럽지 않은 보컬’이라는 평가에 기죽었던 수안 등 일곱 멤버들도 남들과 다른 자기 모습 때문에 외로웠던 경험이 있었다. 이런 그들이 ‘누가 뭐래도 나를 사랑하고 나답게 살겠다’는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건, 곁에서 손잡아준 다른 누군가 덕분이다.

“남들과 다른 모습, 내 마음에 들지 않는 면을 누구나 갖고 있을 거예요. 저도 마찬가지고요. 하지만 제 곁엔 멤버들이 있어요. 제가 좋아하지 않는 제 모습조차 귀엽고 사랑스럽게 봐주는 멤버들 덕분에 마음을 치유 받곤 해요.” (도시)

“팬들도 그런 존재들 중 하나예요. 스스로는 이상하다고 느끼는 부분도 좋아해주시니까, ‘이 모습도 내 일부’라고 받아들이게 돼요.” (채인)

퍼플키스. RBW

다른 사람 시선에서 관심을 거두고 자신에게 집중한 덕분일까. 퍼플키스는 “우리만의 속도로 가보자”(도시)는 여유를 가졌다. 이레는 “(음반 판매량이나 음원 순위 등) 결과가 눈에 보이니 초조할 때도 있었다”면서 “하지만 그럴 때마다 멤버들과 ‘우리의 색깔을 확실히 다져서 나아가자’고 얘기하며 불안을 이겨낸다. 이번 활동을 앞두고도 멤버들 덕에 자신감을 채웠다”고 했다. 멤버 일곱 명 모두 노래 실력이 뛰어나고 프로듀싱·작곡·작사도 할 수 있는 점은 퍼플키스의 자랑거리다. 최근에는 수안의 과거 라이브 영상이 온라인에서 입소문 타며 ‘한국의 빌리 아일리시’라는 찬사도 받았다.

2020년 프리 데뷔한 퍼플키스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대확산 탓에 팬들을 마주보며 공연한 경험이 거의 없다. 2년 만에 처음으로 음악 방송에서 팬들을 만날 이들은 “관객들과 에너지를 주고받으며 공연할 생각에 설렌다”며 웃었다. 오는 9월에는 일본으로 건너가 현지 팬들도 만난다. 멤버들은 소속사 직속 선배인 그룹 마마무의 뒤를 이어 “믿고 듣고 믿고 보는 퍼플키스가 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보라색엔 다양한 색깔이 섞였잖아요. 그래서 보라색을 보면 따듯한 느낌과 차가운 느낌이 동시에 들어요. 우리 음악도 마찬가지예요. ‘너디’, ‘폰조나’(Ponzona), ‘좀비’(Zombie) 등 우리 음악을 들으면 다양한 채도의 보라색이 떠오를 거예요. 앞으로도 퍼플키스가 보여줄 보랏빛 음악을 기대해주세요.” (도시)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이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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