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건설이 분양 시장 침체에 고전을 면하지 못하며 위기에 빠졌다. 최근 주가가 하락세로 이어지고 있다. 신세계건설 수장 윤명규 대표이사의 임기 만료가 내년 초인 만큼 실적 반등에 신경을 곤두세울 수 밖에 없다.
2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신세계건설의 별도 기준 매출액은 2535억원, 영업이익은 1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매출액 2603억원, 영업이익 94억원) 대비 매출액은 크게 떨어지지 않았지만 영업이익이 6분의 1 수준까지 감소했다.
주가의 경우 22일 마감 기준 2만5250원을 기록해 고점이었던 지난해 4월(5만1500원)에 비해 반토막이 났다. 하락세에도 최근까지 3만원대를 유지했지만 지난달 2만원대로 떨어진 상황이다.
이에 기업의 가치도 현저히 저평가 상태다. PBR(주가순자산비율)은 0.44배로 1배 미만을 기록해 시가총액이 장부상 순자산가치에 미치지 못하는 상태다. PBR은 주식시장에서 투자자들의 해당 기업 주식 매수 고려 요인 가운데 하나인데 신세계건설 PBR 0.44배는 신세계건설 보통주 주주들이 당장 보유 주식을 모두 매도해 현금화해도 신세계건설 자산의 44%밖에 살 수 없다는 뜻이다.
신세계건설의 매출 비중은 올해 1분기 기준 건설부문 97%, 레저부문 3%로 건설매출을 주요 원천으로 삼고 있다. 특히 지난 2018년부터 ‘빌리브’ 브랜드를 앞세워 주택 사업에 초점을 맞췄다.
신세계건설은 최근 분양 시장 침체로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조회 결과 ‘빌리브 라디체’가 520가구 모집에 신청이 39건에 그쳤다. 도시형 생활주택 ‘빌리브 디 에이블’도 전체 청약 물량 256가구 중 245가구가 미달했다.
‘빌리브 라디체’는 대구에서 분양됐다. 신세계건설은 지난 2019년 대구에서 ‘빌리브 스카이’를 분양해 평균 경쟁률 134.96대 1로 흥행에 대성공했다. 이후 ‘대구 빌리브 프리미어’, ‘빌리브 파크뷰’ 등을 1순위 청약마감하며 좋은 성적을 거뒀지만 성공을 안겨준 시장에서 참패를 겪은 것이다.
대구 분양 시장은 전체적으로 침체기에 빠져 건설사들이 예전과 같은 실적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금리 인상·공급 과잉 등이 여파로 지난달 30일 수성구를 제외한 대구 대부분 지역이 조정대상지역 규제에서 해제됐음에도 불구하고 미달이 줄줄이 진행되는 추세다. 최근 대구 남구에서 분양한 현대건설의 ‘힐스테이트 대명 센트럴 2차’가 9개 타입 모두 인원을 채우지 못하며 967가구 모집에 1~2순위 청약자 244명으로 미달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신세계건설은 최근 실패에도 불구하고 하반기 대구에서 ‘빌리브 루센트’와 ‘빌리브 헤리티지’ 등의 분양을 앞두고 있다.
다만 ‘빌리브 헤리티지’는 규제 완화가 되지 않은 수성구에서 분양될 예정이다. 대구의 강남으로 불리는 수성구지만 지난해 포스코건설의 ‘더샵 수성오클레어’, 최근 GS건설의 ‘범어자이’ 등 대형건설사들이 분양 실패를 겪은 바 있다.
아울러 건설업계 자체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타격이 예고된 상황이라 2분기 성적 부진이 불가피한 판국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던 지난 3월말 기준 이형철근(고강)이 톤당 102만2000원, 시멘트가 한포당 5000원 등을 기록하며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분기 기준 이형철근은 6만7700원, 시멘트는 3800원이었다.
현대차증권 김승준 연구원은 “현재 건설업계는 단기간 좋지 않은 환경”이라며 “대형 주택주 분양 실적이 전반적으로 부진해 분양 가이던스 달성 가능성에 의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부분의 건설사가 1분기에 원가율 상승이 전부 반영되지 않아 2~4분기에 순차적으로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분양 시장의 수요 증가를 위해 대출 규제 완화에 따른 유동성 증가 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형준 기자 khj011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