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 최동훈 감독 “흥행은 두 번째, 재미가 첫 번째” [쿠키인터뷰]

‘외계+인’ 최동훈 감독 “흥행은 두 번째, 재미가 첫 번째” [쿠키인터뷰]

기사승인 2022-07-26 06:00:08
최동훈 감독. 케이퍼필름

번아웃이 왔다. 영화 ‘암살’은 최동훈 감독이 꼭 하고 싶은 이야기였다. 아주 오래 준비한 영화를 마친 후 뭘 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다. 배우 이정재, 김우빈이 출연하는 영화 ‘도청’을 준비했지만, 배우에게 병이 생겨 중단했다. 새로운 영화를 해야 했다.

그 영화가 ‘외계+인’이다. 배우 류준열, 김우빈, 김태리부터 소지섭, 염정아, 조우진 등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한다. 하지만 지난 20일 개봉한 ‘외계+인 1부’를 본 관객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갈렸다. 외계인이 등장하는 2022년과 도사들이 활약하는 고려 시대를 오가는 구성, 2부로 나눠 개봉하는 방식이 낯설다는 반응도 나왔다.

개봉 전인 지난 15일 화상으로 만난 최동훈 감독은 두 가지 이미지에서 출발한 영화라고 ‘외계+인’을 설명했다. 하나는 서울 상공에서 내려온 외계 비행체에서 로봇이 걸어 나오는 장면. 또 하나는 고려 시대 어느 주막에서 술을 마시던 양복 입은 남자가 밀짚모자를 쓰는 장면이었다. 신선과 도사가 있을 법한 시기를 찾다가 고려 시대로 배경을 결정했다. 외계인이 지구에 오는 이유도 고민해야 했다.

‘외계+인 1부’ 촬영 스틸컷

“서울 상공에 외계인 비행선이 나오는 건 고민하지 않어요. 외계인이 여기에 왜 올까를 고민했죠. 여러 이유를 생각했습니다. 물을 구하기 위해 관찰하러 왔을 수도, 인간을 납치하거나 지구를 파괴하러 왔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다가 지구를 감옥으로 쓴다면 어떨까 싶었어요. 영화 ‘빠삐용’(감독 프랭클린 J. 샤프너)을 보면, 프랑스는 죄수들을 대서양 외딴 섬에 가두거든요. 작은 섬 자체가 감옥이 되는 묘한 형벌이죠. 자급자족해서 살지만, 인간과 단절돼 극심한 외로움에 정신이 이상할 지경까지 가는 형벌인 거예요. 만약 외계인들이 죄수를 지구로 보내서 가두면 기억과 함께 봉인되지 않을까. 이걸로 이야기를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두려웠다. 그가 생각하는 SF를 관객에게 어떻게 보여드릴까 하는 걱정이 컸다. 걱정을 해소하는 방법은 계속 쓰는 것뿐이었다. 어린 시절 부모님에겐 도서관에 간다고 하고 동시 상영관에서 본 영화 ‘백 투 더 퓨처’, ‘에일리언’, ‘토탈 리콜’, ‘블레이드 러너’를 통해 장르적 쾌감을 느꼈다. 한국영화에서 느끼지 못한 상상력이었다. 그때 느낀 즐거움을 ‘외계+인’에서 표현하고 싶었다. 기자간담회에서 “‘어벤져스’만큼 재밌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한 이유다. 한 편의 영화를 2부로 나눠 개봉하는 경험도 그에겐 처음이다.

최동훈 감독. 케이퍼필름

“1, 2부를 한 번에 찍은 ‘신과 함께’ 김용화 감독과 얘기를 많이 했습니다. ‘외계+인’은 연작이잖아요. 1부를 그 자체로 완결성 가진 영화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1부 엔딩을 어떻게 할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시나리오를 여러 차례 변경했지만, 지금 엔딩이 제일 맘에 들어요. 부담이 크지만, 관객들이 ‘외계+인’을 어떻게 볼지 기대감도 커요.”

최동훈 감독은 데뷔작인 영화 ‘범죄의 재구성’ 시사회 직후 화장실에서 “한국에 이런 영화가 있네”라는 사람들의 말을 들었다. 심장이 멎을 정도로 좋았다. 처음으로 영화 한 편을 온전히 찍은 사실이 놀라웠지만, 그 반응을 들은 것이 여전히 가장 기억에 남는다. ‘외계+인’을 소개하는 최 감독의 마음도 그와 같았다. “한국에도 이런 영화가 있습니다”

“전작이 흥행했다고 다음 작품이 흥행하리란 법은 없죠. 언제나 부담이 크고 두려워요. 영화 감독에게 흥행은 떼려야 뗄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하잖아요. 그래야 다음 작품을 찍을 수 있으니까요. 정작 영화를 만들면 흥행 생각은 사라지고, 이 어려움을 감내할 정도로 즐거운가 생각해요. 제가 즐겁지 않으면 관객도 즐겁지 않을 거로 생각하거든요. 한국에 많지 않은 장르지만, 시각적인 즐거움과 매력적인 캐릭터들로 드라마를 만들어서 관객들에게 보여주는 게 기대되고 짜릿해요. 제가 보고 싶은 영화를 만들어서 보여드리는 거니까요. 흥행이 넘기 어려운 산이라고 매번 느껴요. 그래도 영화를 만들 때 흥행은 두 번째, 얼마나 재밌게 만드냐가 첫 번째입니다.”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이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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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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